[04/1월/그것이알고싶다]자동화와 노동안전 그리고 노동강도

일터기사

[그것이 알고싶다]

자동화와 노동안전 그리고 노동강도
메사추세스 로웰 주립대학 작업환경과 건설노동보건센터 연구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해외연구원/탁상우

기계적 장치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술을 우리는 흔히 자동화라 부른다. 인류문명에 자동화가 가져다준 혜택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예를 들자면, 의자에 나사못 하나를 박기 위해서 옛날에는 스크류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손으로 직접 돌려 박았다면, 현재 대부분의 작업장에서는 전동 스크류 드라이버를 사용하여 단 몇 초만에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즉, 자동화를 통하여 시간의 단축과 육체노동의 감소를 가져온 것이다.

자동화 – 자본가에게는 이윤을, 그렇다면 노동자에게는?

이렇게 본다면, 선사시대 인류의 수레와 도구사용을 자동화의 시초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수레를 이용하여 선사인류는 무거운 물체를 짧은 시간에 적은 힘을 들여 옮길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동화의 시초로 근대 증기기관의 발명을 든다. 왜 일까. 이는 근·현대의 자동화는 무엇보다도 ‘생산성 증대’라는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받기 때문이다. 근·현대의 생산성이란 간단하게 설명하면, 단위시간 동안에 얼마만큼의 노동력으로 얼마만큼의 양을 생산했는가를 평가하는 개념이라 하겠다. 이것에 목숨 거는 이는 당연히 자본가다. 내 자본으로 산 노동력을 가지고 얼마나 많이 생산할 것인가를 항상 평가하고 조정하는 것이 그들의 주 관심사이다. 결국은 똑같은 돈을 주고, 노동자를 살 것인지, 아니면 기계를 살 것인지 주판을 튕겨 왔다는 말이다. 현대 생산자동화의 수준을 비추어 본다면, 자동화가 자본가들에게 절대적으로 이윤을 가져다주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자동화가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이익을 가져다 주었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는 간혹 보인다. 이번 호에서는 그 중 한가지를 소개하며 노동자 안전과 건강의 의미를 재해석 해보는 기회로 삼으려한다.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회사의 자동화 사례

크라이슬러 자동차는 미국의 거대 자동차 회사 중의 하나로 1982년 당시 용접로봇을 도입하면서 그 영향을 연구한 바 있다. 이 용접로봇은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 공장에서 사용하는 ‘스팟(spot) 용접기’와 동류의 차체 용접기계를 일컫는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연구진이 회사의 요청으로 이 용접로봇이 작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지만 정식으로 보고서가 출판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회사는 당시 라인전체를 획일화시키고 주문에 따라 생산이 이루어지는 이른바 JIT(Just In Time) 생산방식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었고, 이에 따른 조치의 하나로 용접로봇이 도입되게 된 것이었다. 회사의 전략은 전체 라인들을 컴퓨터로 연동시키며 동시에 완충지대를 제거함으로서 재고의 감소와 생산의 자동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즉, 생산라인간 존재하던 완충지대들을 없애는 것이 일차적 전환대상이었으며, 재래식으로 차체용접이 이루어지던 용접부서에도 두 개의 완충지대가 있었다. 이 완충지대에는 조립, 처리될 부품들이 보관되어있기도 했고 또한 완성된 부품들이 다음 라인으로 전달될 때까지 대기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 컴퓨터 통제와 용접로봇의 도입으로 회사는 증가된 생산량과 향상된 품질이라는 대가를 얻을 수 있었다.

노동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

그렇다면, 노동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 작업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재래식 용접으로 인해 발생하던 용접불꽃과 소음, 먼지 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노동자들은 평가했다. 생산요구량이 이전의 시간당 자동차 70대에서 100대로 급격히 증가해 많은 노동자들이 강화된 노동강도에 불만을 토로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컴퓨터 자동화와 용접로봇에 대해 안전보건에 도움을 주고 작업을 수월하게 한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들을 보였다. 하지만, 많은 생산직 노동자들이 자동화 이전에 해고되었다. 80-90 퍼센트가 시간급이었던 이 회사 노동자들의 약 30 퍼센트가 불경기를 이유로 해고되자마자 회사는 거대 자본을 들여 공장 자동화에 착수하였던 것이다. 물론 소수의 인력이 용접로봇 등 자동화 기계의 운전 및 관리자로 새로이 고용되기도 하였다. 약 10년 뒤 크라이슬러 자동차 노조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용하여 근골격계 직업병 조사사업을 대규모로 진행하게 된다. 결국, 단순화된 작업과 많은 반복으로 인한 근골격계 직업병을 가진 노동자들이 이미 역병처럼 발생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표면화된 것이었다.

위의 예만 들어서 자동화 자체가 득 될 것이 없다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동화가 갖는 자본주의적 속성과 보편적 편익을 고려하여 지혜롭게 대처할 수는 없을까. 다음 호에서는 이에 대해 논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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