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월] 그녀에게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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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그녀에게 웃음을…
노동자의 힘 회원 서소영

설날이나 추석이 다가오면 심심찮게 듣게 되는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종어가 있다. 명절을 전후하여 나타나는 불면·두통·요통·골반통·만성피로·소화불량·불안·우울증 등의 증상을 통칭해서 일컫는 말인데 가사노동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주부들의 90%이상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사태가 이쯤 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인터넷 사이트 상에서 논쟁이 되기도 한다. 언론은 명절증후군 퇴치법을 비롯한 각종 건강관리법을 소개하며 남편도 부인에게 애정과 관심을 더 쏟아야 한다는 귀띔도 아끼지 않는다. 여성 민우회는 4년 전부터 평등한 명절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며 ‘그녀(아내, 며느리라는 이름의)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명절문화’를 만들기 위해 가족구성원 모두, 특히 남성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명절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논해야 하는 질병도 아니고, 가족들의 사랑으로 치유되어야 하는 애정결핍증도 아니다. 유교적이며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의 모순이 나타난 사회현상 중의 하나일 뿐이다. 지금까지 전통과 관습에 의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희생의 이름으로 숨겨져 왔던 여성들의 고된 노동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단 명절뿐인가.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는 그녀들의 (가사)노동은 당연시되며 직업을 가진 여성조차 결혼이라는 테두리에 묶이게 되면 이중의 노동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황금 같은 연휴,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겨야할 명절이지만 그녀들의 임무는 평상시보다 몇 배 이상 과중해진다. 혹시 당신은 이런 그녀의 고통을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의 묵인 하에 외면하거나 위로의 말 한마디로 대신하거나 심지어 당연한 희생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는지…

오랫동안 출산, 육아를 포함한 여성의 노동은 거역조차 힘든 어머니의 숭고함으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생산적이지 못한, 하찮은, 값이 싼 것으로 여겨졌다. 그녀는 입이 있어도 말하기 힘들었고 과도한(하지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노동은 그녀를 병들게 했다. 그녀도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 자신의 노동을 인정받아야 한다. 평등한 명절, 평등한 일상… 그도 그녀도 자유로워지는 삶을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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