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통신]
– 청구성심병원노동조합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허 경
(intro)
지난 11월 24일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는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사업장별로 발언을 하고 있었고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던 중에 목이 메인 한 여성노동자가 있다. 그 여성노동자는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도시철도 노동자 얘기를 하던 중이었고 비인간적 노조탄압에 의한 정신질환으로 산재요양 중인 청구성심병원노조의 조합원이다.
노동자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병들게 하는 미친 세상, 이 미친놈의 세상에 맞서고 있는 청구성심병원 노동조합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건강을 지킨다는 병원, 환자를 만들다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근로자대표 선출하기, 조합원 부당 해고 하기, 조합원에게 일을 시키지 않고 창가에 서있게 하기, 조합원에게 말 걸지 않기, 회식에서 따돌리기, CCTV 설치하여 감시하기, 조합원 감시하여 보고하게 하기, 조합원에게 과도한 업무량 편중하기, 업무상 실수시 조합원만 징계하기, 노조전임자 근태 관리하기, 노동조합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직원들에게 읽게 하기, 승진에서 조합원 배제하기, 폭행하기, 감금하기, 노조 탈퇴서 및 사직서 강요하기, 단체협약위반하기, 평화집회 중인 조합원들에게 식칼 휘두르기 우산대 휘두르기 소방호수로 물 뿌리기 욕설하기 협박하기…
이상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병원이 정당한 활동을 하는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저질렀던 청구성심병원측의 비인간적 만행들의 일부이다. 98년 3월 노조 탈퇴공작으로 시작한 노조탄압과 수많은 부당노동행위는 2000년 후반 조합원 개개인에 대한 파렴치한 탄압과 인권에 대한 유린까지 더해져 급기야 조합원 10명을 정신질환으로 내몰게 된 것이다.
일상업무와 활동 속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인권유린으로 인해 이들 조합원은 불안과 긴장, 초조, 분노, 공포, 우울, 가슴 답답함이나 두근거림, 소화불량, 변비, 어깨 결림, 두통 또는 불면증 등에 시달렸고 결국 이중 8명은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적응장애’, ‘전환장애’, ‘수면장애’ 등의 질환을 산재로 인정받아 요양 중이다.
물론 긴 시간동안 한순간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고, 적은 수의 조합원들의 투쟁이었지만 많은 성과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노위, 대법원 등 98년부터 진행된 13건의 부당노동행위 사건에서 승소했고 병원 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1억원의 손해배상사건에서 승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노조 탄압으로 인해 발생한 조합원의 정신질환에 대해 집단적으로 산재로 인정을 받아낸 것도 주목해야 할 성과이다. 또한 2003년 7월 서부노동사무소 주관으로 진행되었던 특별근로감독에서 감독관의 편파수사로 인해 특별근로감독을 중단하고 재조사할 것을 노동청장에게 요청하여 노동청 주관으로 8월 25일부터 10일간 진행되기도 했다.
개인별로 진행된 모든 탄압에까지 대항해야 했던 지부장은 현재 산재로 요양 중이고 지부장 직무대행인 최윤경씨로부터 산재요양 이후 조합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조합원들 대부분은 12월 말까지 요양기간인데 현재 병원은 조합을 상대로 손배 청구까지 하는 등 전혀 변함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월에 복귀하게 되는 환자들은 벌써부터 병원측의 탄압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 과도한 치료비도 큰 문제였다. 매일 의사 상담이 필요해도 산재보험 적용은 1주일에 한 번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새로 나온 약은 보험적용도 안 되는데 정신과 약은 일반 약보다 배로 비싸고, 상담료도 1시간에 5-6만원정도 하며, 미술치료·음악치료 등도 보험적용이 안 되고 있어 경제적인 부담이 상당하다고 했다.
이렇듯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현재 11월 17일부터 12월 6일까지 진행되는 장기투쟁 사업장 투쟁에 같이 하고 있으며 조합원 두 명은 서부지청 앞에서 한 시간 동안 이사장 구속과 손배청구 철회 구호 아래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등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가을을 장식하던 붉은 잎들처럼!
지난 11월 28일 서울지검 서부지청 앞에서는 보건의료노조의 집회가 있었다. 민주노총이 두 번씩이나 최악질 사업주로 선정했고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두 번이나 받은 김학중 청구성심병원 이사장의 구속을 주장했던 이번 집회에서 청구성심병원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항상 그랬던 것처럼 노란색 조합 깃발 아래서 빨간색 외투을 입고 그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제는 빨갛고 노랗게 물들었던 나뭇잎들도 모두 떨어지고 매서운 겨울이 선뜻 다가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지난 가을 쌓였던 울긋불긋 낙엽들 대신 거리엔 하얀 눈이 쌓이곤 하겠지만 청구성심병원 노동조합의 노란 깃발은, 조합원들의 빨간 투쟁복은 가을을 장식하던 붉은 잎들처럼 추운 겨울의 거리를 투쟁하는 아름다운 거리로 물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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