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월] 육체적 작업강도 평가 설문지의 신뢰도와 타당도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육체적 작업강도 평가 설문지의 신뢰도와 타당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강동묵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이하 한노보연)에서는 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노동강도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전개하여 왔다. 한노보연은 철저히 노동자적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하여 왔으며, 연구의 방법이나 결과가 학문적 수준이 낮거나 객관성이 없어 질이 낮은 주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 학문적 엄밀성 또한 지속적으로 추구하여 왔다. 만약 우리의 연구와 주장이 단순하고 과격한 주장뿐이고 내용은 알맹이가 없는 것이라면, 현실에서 노동자들이 이것을 무기로 삼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한노보연에서는 이번 2003년 산업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많은 수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중의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다소 지루한 감이 있더라도 독자들의 이해를 부탁드린다.

이하에서는 육체적 작업강도를 평가하는 설문지의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한 연구결과이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인간의 노동은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육체적 노동에 초점을 맞추어 작업강도를 평가하고자 개발된 것이 육체적 작업강도 설문지이다.

현장에서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육체적·물리적 부하가 노동자의 능력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노동보건의 중요한 책임이면서, 또한 목표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실정을 살펴보면, IMF 이후 구조조정·비정규직의 확대 등으로 전반적인 노동강도는 증가했을 것으로 생각되나, 아직까지 작업현장에서 작업특성을 고려한 적절한 작업강도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 노동을 할 때는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작업시 소모되는 에너지량을 알고 있다면 이는 작업을 설계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으며, 수작업으로 중량물을 취급하는 것과 같은 육체적 작업을 과도한 긴장과 피로 없이 수행할 수 있다. 이제까지 여러 가지 기계와 방법을 사용하여 작업시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측정하여 왔다. 그 중에서도 심박동 측정기를 사용하여 측정한 심박동수와 호흡가스 분석기를 사용한 에너지 소모량 측정은 과도한 육체적 피로의 누적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피로의 저감, 적정휴식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는 생리학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측정도구들은 측정하는데 여러 장비가 필요하고, 소요되는 시간도 적지 않아 현장에서 간편하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러한 이유로 외국에서는 육체적·물리적 부하를 평가할 수 있는 설문지를 개발하여, 이를 통해 각 작업의 부하를 평가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복잡한 기계와 전문가가 동원되어 작업강도를 평가하는 것과 노동자들에게 설문지를 통해 평가하는 것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다음 그림은 노동자가 자가보고한 것과 전문가가 직접 측정한 것의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즉, 직접 측정할 경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소수 밖에 연구할 수 없어 연구총량을 늘릴 수 없고, 융통성이 부족하며, 측정한 노동자 개인에 대해서만 알 수 있을 뿐 대상 작업 전체에 대한 일반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정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이러한 단점이 많은 직접측정법 대신에 자기보고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기보고가 갖는 단점은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본인의 기억과 주장에 의존하기 때문에 객관적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보고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단점을 최소화한다면, 많은 노동자 대중의 상태를 더 잘 알 수 있는 설문지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현실에서 활용하기 쉽다. 설문지 자체가 엉터리가 아니라는 신빙성을 검사하는 방법이 신뢰도와 타당도 검사이다. 물론 목적에 따라 신뢰도와 타당도 검사를 하지 않은 설문을 사용하여도 무방하므로, 독자들께서는 설문조사를 할 때 신뢰도와 타당도에 대한 걱정을 지나치게 하지 말라는 점을 당부한다.

1. 설문지의 개발과정

외국에서 개발된 설문지 중 작업시 육체적 작업강도의 평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타당성과 객관성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여러 설문지를 참고로 하여 설문지를 개발하였다. 1차 개발과정이 끝나고 난 후에 한번의 테스트과정을 거쳤다. 테스트는 강원도에 있는 식품제조업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다. 1차 테스트에서 초기 설문의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되었다. 문제점은 설문지가 너무 복잡하여 노동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작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이 점을 수정하여 최종 설문지가 만들어졌다.

2. 신뢰도와 타당도 검사

신뢰도는 ‘이 설문결과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인데, 말하자면 같은 노동자가 같은 일을 한다고 할 때 어떤 때는 이렇게 대답하다가 어떤 때는 저렇게 대답한다면 설문지에 문제가 있고, 그 결과도 믿을 수 없는 것이 된다.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같은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번 실시하고 난 후, 한 달쯤 지나서 지난번 설문에 대한 기억이 없어졌을 때쯤 되어서 똑같은 설문조사를 한 번 더 해서 두 검사결과를 맞추어 보는 것이다. 이 때 두 결과가 비슷하다면 이 설문지는 믿을 만 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타당도는 ‘이 설문조사 결과가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육체적 작업강도 설문의 목적이 에너지 소모와 같은, 실제로 우리 몸이 노동을 통해 사용되는 양을 보고자 한 것인데, 설문조사의 결과가 실제로 정말 그것을 나타내는지가 증명이 되어야 한다.
개발한 설문지에 대한 신뢰도 검사는 경남의 자동차엔진 제작 노동자 470여 명에 대해서 2003년 5월에 첫 번째 설문조사가 있었고, 6월에 똑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설문조사를 실시하며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일치도 값이 0.4이상으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타당도 검사는 육체적 작업부하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기계를 이용하여 측정한 에너지 소모량과 노동자가 응답한 설문결과를 비교하여서, 설문결과가 얼마나 에너지 소모량을 잘 나타내는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실시하였다. 조사는 2003년 2월부터 5월까지 충남, 전남, 경남 등의 주물, 전동차 부품조립, 조선업, 자동차 조립 등 4개 사업장 220명의 노동자에 대해서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에너지 소모량과 좋은 관계를 보였으며, 특히 설문항목을 다 합한 점수는 에너지 소모량과 아주 좋은 관계를 보여 설문항목이 에너지 소모량을 잘 나타내주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3. 결론

연구결과 개발한 육체적 작업강도 평가 설문지는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보여주었으며, 특히 전체 문항을 합한 점수는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보였다. 따라서 이 설문지는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육체적 작업부하를 평가하는 집단용 설문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며, 향후 미진한 부분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수정해 나갈 예정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아직까지 합산 점수가 몇 점을 초과하면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끝나지 않아 기준점수를 제시할 수 없으나, 향후에 기준점수를 제시하여 현장에서 더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4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