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월/특집2]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며

일터기사

[특집2]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시작하며
전국서비스연맹 뉴코아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부장 김석원

제목이 거창하다.(햐…) 지금까지 유통업은 산업재해, 산업안전과는 거리가 먼 업종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단위사업장이나 연맹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려는 시도도 미약하거나 거의 없었고… 시작이 맨땅에 헤딩이니…
우리 노동조합이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결의하고 전담자를 배치한 것은 올 초 정기 대의원대회에서였다. 작년 연말 이랜드로의 기업인수합병(M&A)이 성사되고 (주)뉴코아, 이랜드컨소시엄, 뉴코아노동조합간의 3자 협약이 체결되는 숨가쁜 상황이 이어지며 2005년까지의 임단협이 체결되었다. 이같은 현실에서 현장을 추동해내고, 회사 경영정상화라는 명제 하에 예상되는 노동강도의 강화를 저지하고자 하는 목표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올 초여름의 15일간의 파업도 주5일 근무제가 쟁점이었지만 대표적인 악질자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랜드와의 힘겨루기라는 성격이 있었듯이 노/안사업의 결의 역시 건강권 확보라는 본질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임단협 이외의 다른 도구(?)를 찾아보자는 모색 하에서 나온 것이 사실이다.

유통업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노동집약적 성격을 지니는 업종이다. 공장자동화와 기계화의 물결 속에서 제조업은 이미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기본적으로 유통업은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사람이 달라붙어야’ 일이 되는 업종이다. 하루종일 서서 근무해야 하는 캐셔와 판매사원들, 상품 하역과 진열을 해야 하는 담당자들, 고객의 컴플레인을 처리해야 하는 상담실 근무자 등의 유통 노동자들은 복합적인 노동형태(육체노동 및 감정노동)와 여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노동시간, 불규칙한 휴무, 2조 2교대 또는 야간근무를 포함하는 3조 3교대의 교대근무까지, 건강권을 위협하는 수많은 환경에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 더욱이 젊은 취업희망자들이 갈수록 유통업 근무를 기피하는 사회적 현상까지 이어져, 고령화 및 비정규직화 역시 나날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미화, 보안요원, 주차 및 안내도우미, 상품하역 등 직접 판매와 관계없는 부문이 대부분의 유통업체에서 아웃소싱된 지 오래되었다.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높고 산재발생 가능성이 높은 이같은 업무를 맡은 노동자들은 대부분 인력송출업체 소속으로 그나마 시행 중인 산재보험의 범위에도 벗어나 있는 경우가 절대 다수이며 원청업체인 대형 유통업체들은 외주화 덕에 산재를 은폐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노동조합에서는 추석 이후 상근자와 대의원들의 교육을 순차적으로 배치하여 실시할 예정이고 기존의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업태를 바꾸고 매장 리뉴얼을 마친 점포들부터 노동안전보건위원을 위촉하여 현장의 유해요인 점검과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을 잡고 있다. 또한 분회별로 위촉된 노/안 위원들은 매월 정기모임을 통하여 안전보건관련 기본교육을 받으며 한편으로는 지부/분회간의 현장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활동을 해나갈 것이다. 노/안 활동이 담당 상근자만의 일이 아닌 조합 전체의 과제임을 인식하고 궁극적으로는 현장활동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하여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시키는 과정에서 회사를 강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노동조합의 일차적 목표이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연간 산재발생의 90%이상이 사내 조기축구에서의 부상으로 일어나고, 근로복지공단이 이(무슨 회사가 축구만 하냐?)를 이유로 감사를 진행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우리 사업장에서 일어났었다. 산재신청 건수가 워낙 적어 회사에서도 산재신청이 들어오면 거의 받아주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단일근무의 백화점에서 교대근무 형태의 아울렛으로 주 업태가 바뀌면서 노동자들의 생활 패턴 역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많은 조합원들은 교대근무제의 폐단에 대해 피부로 느끼면서도 좀처럼 표현하지 못하고 있고, 식품부나 킴스클럽 근무자들은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 노동안전보건활동은 이제 시작이지만 현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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