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월/특집3] 구조조정 투쟁 별 게 아니야!

일터기사

[특집3]

구조조정 투쟁 별 게 아니야 !
두원정공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부소장 이기만

두원정공은 올 초부터 구조조정 대응팀을 출범시켜 앞으로 닥쳐올 구조조정에 대해 준비해 왔다. 정말 치열한 토론과 고민 속에 우린 결론을 내렸다. “구조조정 투쟁은 별 게 아니야! 지도부는 현장을 올바로 조직해서 흔들리지 않는 투쟁을 할 수 있도록 잘 하면 되고, 현장은 지도부를 중심으로 힘있는 단결투쟁을 잘 하면 돼! 그래. 정답은 잘 하면 되는 거야! 우리 잘 하자!” 한동안 두원정공 노동조합엔 “잘 하자”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되어 버린 적이 있다. “우리! 잘 하자!” (사실 이 “잘 하자”라는 이야기 속엔, 구조조정 투쟁엔 대책이 없다는 자조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어떻게 잘 하지?

정말 잘 하면 된다.
그런데 잘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구조조정 대응팀과 같이 전국의 구조조정 사업장을 다니며 각 사업장들의 구조조정 사례를 들으면서 조합활동을 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뼈저리게 느꼈다. 대부분의 구조조정 사업장들이 구조조정 투쟁을 승리로 만들어가지 못하고 하나같이 깨어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각개격파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전국의 노동조합들이 하나하나 깨어져 나가고 있었다.

승리를 위해 현장을 조직하자!

전국의 구조조정 사례를 종합한 결과 구조조정 투쟁을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구체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조직 방안이 필요했다. 일상활동 속에서 조직되어 투쟁시에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형태! 정말 현장을 노동조합 중심으로 마지막까지 힘있게 묶어줄 조직을 완성하는 것이,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대항하여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 조직의 대안, 실천단

두원정공에는 집단요양 투쟁을 통해서 만들어낸 실천단이 있다. 라인별로 1명씩 구성하고 2주당 4시간의 활동을 보장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열심히는 활동하고 있었지만, 실천단 스스로는 자신들의 활동이 현장개선을 목적으로 구성된 것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노동조합의 과제는 실천단이 현장 속에서 올바른 자기위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며, 현장개선을 뛰어넘어 힘있게 자본과 맞설 수 있는 조합활동가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가진 실천단의 활동을 하게 해줄 필요가 있었다.

실천단 교육

정말 많은 시간을 활용하여 실천단을 교육하였다. 실천단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교육의 성과는 실천단 내부에서 연대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토론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다. 사실 실천단 초기, 연대투쟁에 나간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자신들의 해야 할 일은 현장개선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실천단의 의식은 변화해 가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실천단의 위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위기

실천단이 조직으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즈음, 조합간부를 중심으로 실천단에 대한 문제제기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실천단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뭐냐, 상집과 대의원이 있는데 실천단이 정말 필요한 거냐, 실천단은 조합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조합은 더 이상 실천단의 문제에서 완전히 손을 떼라! 등등의 이야기와 함께 실천단 활동에 전력을 다하는 조합원에 대한 개인적 인신 공격도 하였다. 실천단의 대거 탈퇴가 이어졌다. 이미 실천단 활동을 통해서 발굴된 많은 동지들이 대의원 상집으로 빠져 나와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실천단에게 더욱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실천단을 포기할까…

실천단에 대한 비난이 우리 내부로부터 시작되고 확산된다는 사실이 나를 많이 힘들게 했다. 사실 실천단은 우리와 함께 험난한 구조조정의 파고를 같이 넘어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조직인데… 상집 간부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면서 실천단 문제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을 하면서 실천단의 문제에 대해 간부들이 보듬어 안기 시작했고, 상집 수련회를 통해서 실천단 문제에 대한 토론을 구체화하였다. 상집 내부에서 실천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끌어안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하자.

무너진 조직을 다시 건설해야 한다는 과제를 또다시 안고 실천단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노력하는 만큼 실천단은 조금씩 복원되기 시작했다. 무너진 조직을 복원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실천단을 다시 복원하고 현장에서의 위상을 확고히 할 기회가 또다시 주어졌다.

유해요인조사

2004년 6월에 회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유해요인조사를 해야 하는데 협의 좀 하자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사측 담당자를 만나 유해요인조사는 2003년에 했던 집단요양투쟁을 내용으로 해서 마무리지으라고 했다. 사측 담당자는 두원정공은 집중 감시 대상이라 안 된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유해요인조사를 기관에 맡겨서 할 테니 노동조합은 그것을 인정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유해요인조사를 이왕 해야 한다면 노동조합 중심으로 가져가야지, 회사가 자신들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노동조합은 유해요인조사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요구하였다.
1)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기관에 조사사업을 맡길 것.
2) 노동조합 중심의 사업이 진행되도록 인정할 것.
3) 유해요인조사 관련 조합원 교육시간을 배정할 것.
4) 유해요인조사 주체는 노동조합이 선정한 조합원이 진행하고 그들의 활동을 보장할 것.

요구안을 만들면서 유해요인조사를 통해서 실천단을 강화하고 현장에서의 위상을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유해요인조사를 최대한 활용하자

노동조합에서는 실천단을 중심으로 해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유해요인조사는 실천단의 활동을 보장해 주었다. 현장에서 인간공학평가를 하면서 실천단은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찾아갔으며, 조합원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실천단의 위상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 조합원들도 실천단의 활동과 역할을 구체적으로 받아 안기 시작했다.

한 발 더

노동조합은 실천단의 유해요인조사 활동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두원정공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한 달간 집중적인 교육과 토론을 진행했다. 한 달간의 집중교육과 토론은 실천단 개개인에게 조합활동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실천단원 모두가 조합원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현장 토론을 지도할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건설과 완성

우연하게도 두원정공은 2003년 집단요양투쟁을 통해서 실천단을 건설했고 2004년 유해요인조사를 통해 나름대로 완성했다고 할 수 있다. 집단요양투쟁이나 유해요인조사는 어떻게 활용하고 투쟁하느냐에 따라 현장을 변화시키고 강화시킬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중요한 투쟁의 고리이다. 집단요양투쟁의 성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라인이 기계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바뀌고, 9명의 현장 조합원이 현장개선을 위해서 전임하면서 새롭게 조합활동가로 변신 중이고, 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는 크게 높아졌고, 구조조정 과정과 그에 따른 현장 조합원들의 불안감으로부터 끊임없이 오던 개인/이기주의는 점점 무력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장 신뢰를 기반으로 해서 새롭게 유해요인조사를 시행하면서 실천단을 더욱 강화하고 현장조직력을 구체화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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