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0월/특집4] 전선을 목표로 한 공동투쟁을 모색하자

일터기사

[특집4]

전선을 목표로 한 공동투쟁을 모색하자
노동강도강화 저지와 현장투쟁 승리를 위한 전국노동자연대 김재광

전선(戰線)

전선(戰線)은 말 그대로 싸움의 지대이고, 대립의 접점이다. 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선의 낭보와 비보에 따라 해당 세력은 희비쌍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고, 종국에는 전선의 진퇴가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한편 전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립하는 세력간의 다툼이 있다는 것이고, 힘의 우위를 떠나 어찌되었든 대립세력이 힘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양 세력은 긴장하고 승리를 위해 여러 방도를 짜내게 된다. 전선의 전후방은 긴장감을 가지고 자신의 명운(命運)을 걱정하고 물자를 내고 힘을 보태게 된다. 전선의 존재는 대립하는 존재를 명확히 만들고, 존재를 자각하게 만든다. 고로 전선은 중요하다.

올해가 거의 목까지 차오르는 지금, 파견법과 비정규직 법안 문제로 전국투쟁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비단 이러한 법안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닌데, 노자 모두에게 있어 불가피하게(?) 형성된 것이다. 갈수록 강화되는 노동시장 불안정화는 불가피한 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노동시장 불안정화가 파생하는 현장의 문제는 여전히 전선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다. 전선의 여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은폐되고 분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선을 통해 자각해야 할 노동자계급은 전선이 은폐, 분산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투쟁은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04년에도 계속되는 폭발사고로 인한 사상, 끊임없이 증가하는 골병과 과로사 등은 노동시장 불안정화와 대단히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너무도 뻔한 사실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다. 노동시장의 불안정화를 해결하는데 있어 그것의 근원을 밝히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으로부터 파생된 병폐를 폭로하고 척결함으로서 해결할 수 있다. 노동안전의 문제는 이 지점에 놓여 있다. 전체 노자투쟁 전선을 확장할 또 하나의 분쟁지인 것이다. 분쟁지를 어떻게 전선으로 만들 것인가.

최근 노동안전보건단체나 단위 노동안전부서 간에 공동행동 또는 공동투쟁을 모색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분위기가 최근 9월에 있었던 <전국 노동안전보건활동가대회>를 성사시키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진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도대체 공동투쟁은, 공동행동은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가? 공동투쟁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작은 힘으로는 안 되는 것이니까 힘을 모으기 위한 것인가? 물론 이것의 절박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것으로는 공동행동/공동투쟁이 지속되지 않는데 문제가 있다. 목적의식적으로 노자투쟁의 전선에 합류하거나, 확장시킬 의사가 없는 ‘공동’은 탁자 모서리에 놓은 유리그릇과 다를 바가 없다. 기간의 ‘공동’ 모색의 역사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적은 전선-즉 노자 관계를 뚜렷하게 부각하는 싸움지대-을 만드는 것이다.

가능한 것부터, 그러나 목적의식적으로

전국노동자연대는 지난 9월 <전국 노동안전보건활동가대회>때 한 장의 대자보를 통해 소극적으로 공동행동을 제안한 바 있다. 첫째는 월 1회 특정한 날을 ‘노동보건 실천의 날’로 정하여 지역과 전국의 공동행동을 하자는 것이었고, 11월 노동자대회 때 노동안전보건활동가들이 사전 공동집회를 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제안은 그 제안방식이 매우 소극적이어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였다. 첫 번째 제안의 배경은 전국 활동가의 운집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한편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현장통제 분쇄의 상징을 제안하고 실행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여전히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행사 치르기라면 전선으로 상승하지 못하는 ‘이벤트’, 잘 해봤자 노자간의 ‘사소한 분쟁’으로 끝맺음을 할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

공동행동/공동투쟁은 가능한 것부터 시작하고 당장 성과와 규모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다만 노력과 실천에 있어 ‘노자 관계를 뚜렷하게 부각하는 싸움지대’를 만들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필요하다. 분쟁을 분쟁으로 끝내지 않고 전선으로 확장할 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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