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월/현장통신] 지하철 파업의 새 역사를 쓴다

일터기사

지하철 파업의 새 역사를 쓴다.
대구지하철 노동조합 교선부장 남가을

총파업 90일, 공기업 역사상 최장기 파업 기록을 세운 대구지하철 노조의 투쟁이 아직 끝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1일, 대구지하철 노조는 올해 초 공사측이 제시한 2호선 조직개편안 전면 철회, 노동조건 개악 없는 주 5일제 실시, 현장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최초의 합법파업에 돌입했다.
올해 초 대구시와 지하철 공사측은 내년 9월 2호선 개통을 앞두고 현장인력 감축, 민간위탁/외주용역 실시를 위한 비정규직 도입 등 구조조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에 맞서 조합은 총파업 투쟁에 돌입했고 공사측은 파업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교섭을 일방 결렬하며 대화를 거부했다.
파업 13일만에 열린 첫 교섭 이후 사측은 무조건 버티기로 일관하며 무차별 고소와 직위해제 등 노조탄압을 자행하며 파업장기화를 조장했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사태해결에 적극 나섰지만 공사는 대화를 거부한 채 직위해제, 고소/고발, 무노동 무임금 등으로 노조 무력화를 위한 초강경 탄압을 자행했다.

찜통 같은 낮더위와 밤모기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던 여름을 보내고 이제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총파업 승리를 향한 전체 조합원의 투쟁의지는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작년 2월 18일 중앙로역 화재 참사 이후 현장노동자라는 이유로 대구시와 공사 경영진이 떠넘긴 모든 책임을 온몸으로 떠안아야 했던 아픔과 분노를 안고 단순히 돈 몇 푼이 아니라 ‘시민안전’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투쟁으로 지금까지 대구시와 공사가 밀어붙이려던 2호선 조직개편안의 전면 재검토라는 성과를 낳았고 현재 주5일제 시행에 따른 3조 2교대 21주기 근무형태 전환이 최대 쟁점으로 남아있다.
대다수 조합원이 파업 두 달을 넘기면서 무노동 무임금으로 인해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당장 생계문제까지 겹쳐있지만 결코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그동안 전 조합원 외박투쟁, 2차례에 걸친 서울상경투쟁, 1호선 전구간 대행진 등 새롭고 다양한 투쟁방식을 통해 전체 조합원들은 단결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장기파업, 이를 노린 사측의 일방적 대화거부 등 비상식적인 사측의 버티기와 구시대적 노조탄압은 조합원들을 더욱 분노케 했다.
현장노동자들의 바램과 요구는 결코 크거나 과도한 것이 아니다. 오직 이윤추구에만 매달리는 대구시와 공사 경영진들의 입맛대로 만든 2호선 계획을 다시 만들고, 주 5일제에 따른 안정된 근무형태를 도입하고 현장인원을 확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요구에 대해 시민단체를 비롯한 지역에서도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시와 공사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노조의 요구’라는 이유로 모든 대화와 논의를 거부하며 파업사태를 방치하는 등 무책임과 무능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대구지하철 노조는 파업장기화에 대한 대비와 투쟁을 계속하기 위해 8월 중순부터 출퇴근 투쟁으로 전환하였다. 조합원들은 매일 출근과 결의대회, 집회 및 선전전의 하루 일정을 사수하며 파업승리를 향한 쉼 없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더 이상 대구시와 공사 경영진의 어떠한 탄압과 행위도 지하철 안전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현장노동자들의 염원과 의지를 가로막을 수 없다.
이번 파업은 지하철 노동자들의 향후 10년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다. 조직되고 단결된 힘으로 현장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대구지하철 노동자들은 승리를 향해 더욱 힘차게 투쟁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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