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월] 로템 의왕공장 노동자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일터기사

[연구소리포트]

로템 의왕공장 노동자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수차례의 구조조정과 만성화된 고용불안

로템 의왕공장은 1998년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거쳤다. IMF 이후 정부의 98년 5대 그룹 7개 업종의 구조조정 발표를 통해 철도차량 제작 3사(대우중공업, 현대정공, 한진중공업)가 통합되었다. 이후 대우종합기계(과거 대우중공업)가 ‘한국철도차량’ 지분을 현대 모비스로 매각했다. 이로 인해 의왕공장 이전 문제가 불거져 다시 한 번 전체 조합원에게 고용불안을 야기하고 생존권을 위협하였지만, ‘한국철도차량 의왕공장 이전·폐쇄 결사반대 의왕경제 지키기 범시민 대책위원회’의 결성과 활동을 통해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은 만성적인 고용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다. 자본은 수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공장이 언제 폐쇄(혹은 이전)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필요할 때마다 조성하며, 노동의 유연화를 극대화시키고, 현장 노동자들의 내부경쟁을 강화시켜 왔다. 또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현장 인력이 감소되고, 이후로는 정년퇴직 등으로 꾸준히 현장 인력이 감소되고 있으나 신규인력을 충원하지 않은 채 물량이 늘어날 때마다 비정규직을 투입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자유로운 운용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

“한 2-300명도 들어왔다가 지금은 5-60명. 일거리가 많으면 막 들어왔다가 일거리가 없으면 다 나가는 거예요. 90년대에는, 예, 비정규직 많았죠. 많을 때에는 한 반반씩은 들어왔죠. 직영 반, 외주 반 섞여서 했어요. 전체 공장 내에서요. 비정규직은 직영이 안 하는 일 하죠. 교정, 헤어라인, 그리고 외주차 사고차 뜯는 거. 지저분하거든요. 일이 힘들고, 공수 산정도 어렵고. 그러니까 그런 거 주는 거예요.”

로템의 기본작업은 조선업과 유사하며, 수주를 받아 그에 따라 작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수주량에 따라 작업 물량이 변동하는데 로템 자본은 물량 변동 상황을 노동의 유연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었다. 로템 자본은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만큼 혹은 그 이상을 투입하여 최고의 생산력을 끌어내고 물량이 감소한 시기에는 최소한의 인력을 유지한다. 비정규직은 물량이 적은 시기에는 작업이 힘들고, 어려운 공정에, 물량이 많은 시기에는 정규직과 동일한 공정에 투입되고 있었다. 이러한 비정규직의 전폭적이면서도 유연한 투입은 물량이 감소하는 시기에 비정규직의 투입으로 강화된 노동강도가 고스란히 정규직에게 전이되는 상황을 가져온다.

전환배치와 다기능화를 통한 노동강도 강화

“한 사람씩 한 공정씩 딱 맡아서, 분량 많을 때는 해. 그러다가 일거리가 없을 때는, 한 사람이 네 사람 하던 일까지 두 공정씩, 두 공정씩 묶어가지고 열 사람이 하던 거를 다섯 사람이 해갈 수 있게끔.”

물량이 감소해서 정규직만으로 운영이 될 때는 정규직 내부의 전환배치가 적극 활용되고 있었다. 로템의 작업 특성 상 부하가 걸리는 부서가 시기별로 달라지는데, 로템 자본은 정규직들을 그때그때 부하가 걸리는 공정으로 전환배치시켜 여유인력과 시간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로템 노동자들은 자신의 고유한 작업 외에도 여러 가지 작업들을 소화하고 있었고, 급작스레 전환배치된 작업이 익숙치 못해 어려워하는 상황을 겪고 있었다.

인력 미충원으로 인한 인력감소

“많이 줄었죠. 사이드 반뿐만이 아니라 철구공장이 많이 줄었어요. 많을 때는 32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6-70명밖에 안되니까. 일 자체가 외주로 많이 나갔고, 뽑아야 되는데 필요할 때는 비정규직으로 쓰니까. 그러니까 기존 인원은 뽑지 않으니깐 자연적으로 정년퇴직처럼 감소하는데, 보충을 안 하니까 당연히 줄 수밖에 없죠. 한 번은, 인원은 우리 회사가 회오리가 많이 쳐서, 명퇴도 많이 하시고. 인원은 엄청 많이 줄었죠.”

설문조사 결과 로템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47세, 근속연수는 22년이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고령화는 신규채용의 부재로 인한 것이다. 정년이 만 58세임을 감안할 때 약 10년 후면 전체 조합원의 약 50%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력의 지속적인 감축이 정규직으로의 충원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비정규직의 유연한 운용 및 새로운 공정과 작업의 도입과 맞물려 노동강도의 강화를 초래하고 있다.

물량 이데올로기를 통한 내부 경쟁 강화

로템 노동자들의 실 수령액은 130-140만원 정도에 불과해 잔업·특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하다. 로템 자본은 이런 조건을 활용해 ‘물량이 떨어진다’라는 위협을 지속적으로 현장에 유포했고, 노동자들 스스로 잔업·특근을 할 수 있는 물량 확보를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이는 로템 노동자의 전반적인 내부경쟁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량 이데올로기는 외부 업체와의 경쟁뿐만이 아니라 로템 창원공장과의 경쟁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현장에는 창원과의 물량 배분문제에 대한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고, 자본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적극적인 투쟁에 대해 ‘물량을 창원으로 넘기겠다’는 협박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물량 이데올로기는 비정규직을 통한 유연화의 확보와 함께 정규직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며 결과적으로 상대적 노동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로템 의왕공장은 제도적으로도 소규모 팀별 운영체계를 활성화시키면서 내부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공수의 문제를 가지고 팀별 경쟁체계를 부추기고 있다. 또한 TPI333과 같은 현장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노-자간의 갈등을 희석시키고 노-노 관계로 전가시키는 현장 통제 책략이라 할 수 있다.

로템 노동자 대부분이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에 노출

로템 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부적합한 작업자세, 중량물 작업, 과도한 힘의 사용, 반복적인 작업, 진동 등 인간공학적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있었다. 또한 분진, 소음, 용접가스 등의 작업장 내 위험요인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었고, 작업장 내에는 최소로 필요한 안전장치조차 미비한 상황이다. 이러한 유해요인들은 동일한 작업공정에서 동시에 혼재되어 나타나 실제 노동자들이 받는 신체적 부담이나 위험도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로템 노동자들은 열차 설계, 작업도구, 작업현장 설비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점을 제안하는 등 현장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노력을 개별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의견제시가 충분히 반영된 경우는 드물었다. 생산기술팀에서 알루미늄 우마, 지그, 게이지 등을 개발, 지급하여 작업의 위험요인을 보조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 작업현장과 맞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였다. 이는 현장 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작업환경개선은 실제로 ‘개선’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또한 로템 자본이 실제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로템 노동자 292명, 근골격계 직업병 정밀검사 필요

조사 결과, 일상적인 구조조정으로 노동강도 강화를 겪어온 로템 노동자들의 대부분이 근골격계 직업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로템 노동자 494명 중 신체 어느 한 부위 이상에서 근골격계 증상을 겪고 있는 노동자는 80.77%인 399명으로 나타났다.(NOISH 기준1) 그리고, 이중 증상이 중간 정도로 심해 정밀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노동자는 59.11%인 292명(NOISH 기준2), 증상이 심해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는 노동자는 33.40%인 165명으로 나타났다.(NOISH 기준3)

이 결과를 삼호중공업 노동자를 대상으로 2003년 5월에 실시한 근골격계 증상 유병률 조사와 비교하자면, 로템의 경우 전체 유병률은 낮으나 증상이 심한 노동자의 수는 삼호중공업보다 오히려 높았다.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이 가장 심각한 업종으로 알려진 조선업종에 비해 높다는 것은 근골격계 직업병이 매우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일상적인 구조조정과 그로 인한 노동 유연화 정책으로 강화된 노동강도를 완화시키고, 지금으로서도 심각한 로템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 유연화를 저지해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부족인원을 즉각 충원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물량 수주에 따라, 로템 자본이 손쉽게 행해온 전환배치, 다기능화 등의 유연화정책에 맞서기 위해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는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유연화의 영향을 평가하고 대응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 잔업/특근을 걱정해야 하는 저임금 구조도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적어도 잔업, 특근과 관계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 인상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기형적으로 낮은 기본급의 비율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물량 수주시 노⋅사가 합의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노동조합에서 수주물량에 따른 자본의 현장통제 및 노동 유연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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