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월]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하여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살맛 나는 세상을 위하여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경기남부지부장 김호진

가을이 깊어,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IMF 보다 더 힘겨운 경제상황은 노동자 서민으로 하여금 닥쳐올 겨울을 더욱 힘겨움과 고통스러움으로 다가오게 한다. 외환위기가 사라졌다고 난리법석이었지만 나락의 경제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제 모든 노동자 민중은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함과 초조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이라는 미명 하에 지속적으로 인원을 감축하고 있고, 이로 인한 노숙자와 실업자가 온통 거리를 뒤덮고 있다. 뿐만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며 파견법 및 기간제법 개악안을 내놓는 파렴치함까지 보이고 있다.

이 시대의 노동자이자 한 가장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참으로 힘들고 불안하다. 몸뚱아리 하나 믿고 지금껏 살아온, 아니 버텨온 이 땅의 민중으로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다함이 암담할 뿐이다. 40대 중반에 선 지금, 고도성장의 그늘에 가려 사회적 위치는 고사하고 인간적 대접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에 그저 술 한 잔으로 시름하고 안주 삼아 넋두리할 뿐이다. 어디 나 하나만의 처지일까!(허허) 이러한 현실은 이 땅의 모든 노동자와 서민의 현실이며, 매우 안타깝고 분통이 터질 따름이다.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은 4, 5월 총파업이 끝난 이후 불법업체(불법파견, 소사장) 고소/고발 처리와 파업기간 임금체불, 고공농성에 따른 약 2억 원의 벌금, 조합원 탄압 문제 등으로 인해서 많은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벌금문제는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고자 하는 자본과 정권의 탄압책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중앙상근자를 비롯하여 각 지부장들은 전임비를 반으로 삭감하였고, 노동조합의 행사를 줄이거나 없애면서 긴축재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4인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서 월 100만원을 지급 받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경기남부 지부장을 역임하면서 최우선으로 추진한 사업이 조합원 채용사업이었고, 타워임대업체와 건설 원청업체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겪으면서도 대기 조합원들이 속속 현장에 채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투쟁의 참 맛을 느끼게 되었고, 모든 상념과 시름을 잊기도 한다.

조합원 채용사업은 현장 공사기간이 마무리되면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곧바로 실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현장계약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와 건설경기의 위축으로 타워기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야 하는 투쟁사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의 안정을 꾀하고 조직 확대 강화의 틀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조합원 채용사업에 집중하면서 일요휴무 감시단 및 신규현장파악, 대기 조합원을 위한 일일반납사업(조합원당 현장 일의 월 1회를 대기조합원에게 주고 일급 10만원을 지급함), 분회활동 등을 중심으로 지부의 안정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입을 원하는 타워기사와 사무실을 찾는 조합원들이 늘면서 사무실이 온통 시장과도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즐겁고 보람을 느끼곤 한다.

타워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높은 곳에서 일하는 만큼 정서적인 불안과 산재의 위험에 놓여 있다. 단 한 번의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사망사건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늘 불안한 생활인 것이다. 또한 좁은 공간, 꾸부정한 자세, 시선을 집중하면서 반복되는 작업을 하루 10시간 이상씩 하다보면 신체적 리듬이 깨지기 일쑤며, 온 몸이 뻐근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사는 전혀 없다. 산재사고 요소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불법이 버젓이 자행되어도 두 눈감은 채 기만하는 건설현장. 이곳에 타워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지면을 통해서 알리고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그 날까지 끊임없는 투쟁을 전개해야할 것 같고, 이 땅의 모든 노동자가 살 맛 나는 세상이 하루 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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