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월] 여가나누기 – 등산의 여유로움

일터기사

[노동자 여가]

등산의 여유로움
한라공조 노동조합/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장 황운하

봄이면 남쪽 진해부터 시작하여 북으로 북으로 하얀 벚꽃과 노란색의 개나리를 선사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나무 그늘과 계곡으로 무더위를 식혀주고, 가을이면 북에서부터 남쪽으로 붉은 나뭇잎을 선물하는 산. 겨울이면 하얀 눈을 나뭇가지에 얼려 놓고 겨울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선사하는 산. 건강을 위해 새벽부터 인근 뒷산을 찾아 운동을 즐기고, 친목도모를 위해 산악회를 조직하여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 이들은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인 산의 운치와 아름다움을 느끼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 등산을 즐기고 있다. 산 좋아하는 사람치고 악한 사람은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정말 산행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사심이 없고 정이 많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나누어주고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웃으면서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산이란 곳은 신기한 곳이다.
평일 저녁시간에 거리를 걸을 때면 인생의 고단함을 왜 그리도 많이들 지고 사는지. 퇴근하는 즐거운 시간에 인상쓰고 거리는 거니는 사람들이 다반사인 세상에, 아니 행여나 눈빛이라도 마주 칠라치면 ‘뭘 봐’ 소리부터 나오는 세상 속에서, 산에만 올라가면 다들 너그러워지고 웃는 모습으로 바뀐다. 아마도 산이 주는 자연의 신비한 힘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거의 대부분 노동자의 동호회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산악회일 것이다. 사람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산악회를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주말에 인근 산에라도 갈라치면 XX산악회, OO산악회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인원을 점검하며 주문한 도시락을 기다리는 사람들,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오래간만에 등산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말의 여유를 산 속에서 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빠질 수 없는 스트레스를 산 속의 나무들과, 같이 한 동료와 가족과 이야기하며 조금씩 풀어가는 모습이 조금은 서글프기도 하다. 그래도 산에서 이 모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등산의 묘미 중 가장 즐거운 것이 아마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일 것이다. 쉴 새 없이 1시간 이상 등산을 해서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만나는 휴식처인 정자는 멀리 눈에 보이는 순간부터 여유로움을 준다. 그래서인지 누구를 만나든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인사를 나누게 된다. 부족하지만 준비한 음식을 서로 조금씩 나누어 먹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정감어린 모습일 것이다.

요즘같이 단풍이 절정일 때에는 붉은색과 파란색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산행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은 낭만을 즐기기에 아주 적합하다.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하고,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에서 동식물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신비로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것도 가을산일 것이다.
특히 등산을 하다보면 연인들의 모습이 참으로 이채롭다. 보통은 등산을 위한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나, 연인들은 잘 차려입은 양복에 구두를 신고 자신들의 사랑을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팔짱까지 끼고 높고도 높은 산 정상까지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보통은 3~4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코스가 너무도 길어 걷는 것이 싫어지지만 연인들은 아닌 것 같다. 쉬지도 않고 높은 구두 굽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리고 무엇이 즐거운지 마냥 웃으면서 걷는 모습은 일상적인 거리에서는 보기 드문 일일 것이다. 이 역시 아마도 등산이 보여주는 신비한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젊은 시절의 꿈과 희망이 있었던 곳,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는 건강을 선물 받을 수 있는 곳. 이러한 선물을 받기 위해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선택하고 즐기는 것 같다.

사실 난 등산을 싫어한다. 내려올 산에 왜 올라가야 되는지, 하는 허무함 때문이다. 그래서 난 회사동료 및 지역동지들과의 산행 때면 파전에 동동주를 즐기면서 다른 동지들의 산행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편이다. 그런 나인데도 가을산의 아름다움은 나를 산의 정상까지 이끌어 가고야 만다. 1년에 한 번밖에 볼 수 없는 자연의 붉은 빛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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