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1월] 죽음과 골병의 현장을 강요하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 비판

일터기사

[특별투고]

죽음과 골병의 현장을 강요하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 비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총자본과 정권의 세가지 작품

2002년 대우조선에서 촉발된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을 통해 우리는 근골격계 질환의 발생의 원인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실천적으로 명확히 하였고 근골격계 직업병의 문제를 산재추방운동과 노조 산안 간부 차원의 대응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노동조합과 현장전체의 과제 및 노동운동의 과제로 성장시켰다. 또한 집단요양투쟁을 일반화시킴과 동시에 실질적인 현장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의 실천적 절박함을 확인 및 공유하였고, 제도적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명문화하고 시행시키는 성과를 쟁취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의 성과가 그리 오래 가지 못하고 있다. 총자본과 정권이 입체적이고 공세적인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섬으로써 우리의 투쟁의 성과를 원점으로 되돌리려고 하고 있다.

“산재환자 적정 요양기간에 대한 연구”

그 첫 번째 작품은 경총 및 경총 산하 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핵심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주) 연구용역으로 부산 동아대에서 실시한 ‘산재환자 적정 요양기간에 대한 연구’이다. 이 연구는 자동차보험과 국민건강보험자료를 바탕으로 한 표본병원(종합병원) 치료기간과 대우조선 노동자들의 산재요양기간을 비교하여 적정(?)치료기간 설정한다는 연구 목표 하에 적정 치료, 입원 및 요양기간 제안/다양한 요양방법 도입 (근무 중 치료 등)/산업재해 요양환자에 대한 지나친 급여 지급 제한/조기 업무복귀자에 대한 인센티브 등 노동자들이 적정(?)한 기간동안 치료받게 하기 위한 매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는 ‘근무 중 치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요양방법을 도입’함으로써 애초에 산재요양의 기회를 최소화하며, 노동자들이 이에 굴복하지 않고 투쟁으로 산재요양을 쟁취한다 하더라도 ‘적정(?)치료, 입원 및 요양기간을 설정’함으로써 제대로 된 치료를 보장하지 않고 다양한 치료기법을 보험수가를 이유로 제한한 채 장기요양의 모든 책임을 생산의 과정에서 강화된 노동강도로 인해 다치고 병든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자본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해당 사업장 노동자에게조차 알리지 않은 기만적인 공청회(9/22일. 부산 한화콘도)와 보수 산업의학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산업의학회(10/14. 설악산 일성콘도)를 통해 발표하면서 현실화시키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안)”

두 번째 작품은 노동부 주관 하에 근로복지공단에서 시행하려 하는 ‘근골격계질환 업무관련성 인정기준 처리지침(안)’이다. 이 지침은 기본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인정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판단 하에 업무관련성을 5단계로 나누어 엄격히 평가하고, 재해조사를 세 가지 필수영역과 한가지 선택 영역에 대해 실시하며, 입원요양기간을 최소화하고 추가상병 및 재요양에 대한 판단을 엄격히 하겠다는 것을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지침은 근본적인 원인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현장 노동강도의 살인적인 강화와 부실한 산재요양치료 관리 등은 철저히 외면한 채, 결국 산재요양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근골격계 환자를 통제하고자 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사업주 날인이 없는 10인 이상의 집단산재요양 신청에 대해서는 공단본부에서 심의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지침도 지난 7월에 지사로 하달되었다. 이 지침에 따라 공단본부는 ‘작업환경평가위원회’(주로 인간공학자로 구성. 작업위험요인에 대한 인간공학적 평가실시, 그 결과를 업무관련성심의위원회에 전달)와 ‘업무관련성심의위원회’(주로 의사로 구성. 요양신청 상병명과 업무와의 인과관계, 즉 실질적인 인정여부를 평가. 지사의 자문의협의회와 유사) 두 개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심의를 진행 중이다.

지침의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명의의 내부지침으로 일선지사로 하달될 경우 내부지침의 성격상 법 위에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참혹할 것으로 판단된다. 산재요양 승인과 입원치료 자체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고, 완치되기도 전에 현장복귀가 강요될 것이다. 금속연맹과 제 노동안전보건단체가 이 지침의 철회를 요구하며 노동부 면담(10/14)을 실시하였으나 노동부는 이 지침을 철회한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고, 실제 최근 공단본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로템노동자 38명의 집단산재요양 승인심사과정에서 이러한 지침이 내용적으로 관철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심의과정 상의 지침도 행정처리(지사)와 심의(본부)를 이원화함으로써 승인기간을 실질적으로 장기화시키고 있고, 심의 자체를 이원화함으로써 산재승인의 장벽을 훨씬 공고히 하고 있으며, 본부에서 직접 심의를 진행함으로써 불승인시 최소한의 합법적인 구제절차인 심사청구(공단본부에서 실시)를 실질적으로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 뿐만 아니라 내부지침에도 명시되어 있는 노동계 추천의사 1인조차 포함시키지 않고 심의를 진행함으로써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지침은 이미 ‘안’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산재보험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실태조사”

세 번째 작품은 경총에서 지난 10월 4일 발표한 ‘산재보험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실태조사’이다. 경총 부설 노동경제연구원이 1,465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현 사회보험 방식에 민영화 요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이미 수년 전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해 무효화된 바 있는 산재보험 민영화를 다시 한 번 공세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자본의 산재보험 민영화에 대한 제기는 이미 수 차례 제기되었다가 폐기된 논의로 현재로서 현실화의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산재보험 민영화를 계속 제기하는 이유는 ‘노동자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시가 부족한 것이 산재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 민영화의 근거논리 자체를 당연시하고 이를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자본은 산재보험이 민영화되지 않는다치더라도 상당한 이데올로기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총자본과 정권의 입체적이고 공세적인 전면전은 이미 작년 5월 경총 산하에 ‘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한 시점 전후부터 준비되었던 것이다. 집단요양투쟁을 위시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저지 투쟁, 현장통제 분쇄 투쟁이 다소 수그러든 최근 1-2개월 사이에 실제 포화들이 집중되고 있다. 죽음과 골병의 현장에서 고통받던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투쟁의 성과를 한번에 모조리 빼앗길 것인지 우리의 것으로 굳건히 지킬 것인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box글)

자본과 정권의 공격, 투쟁으로 돌파하자!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로템노동조합

(*편집자 주: 이 글은 금속연맹 로템노동조합의 소식지 <횃불> 10월 25일자의 내용을 일부 편집/보완한 것임을 밝힙니다.)

지난 10월 8일(금) 의왕공장 조합원 중, 근골격계 직업병 질환자 38명이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집단요양을 신청하였다. 공대위를 구성하여 투쟁을 시작한지 15일 만인 지난 23일(토)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서 38명의 집단요양신청자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38명 조합원 중 12명은 완전승인, 18명은 부분승인과 상병명변경승인, 2명은 보류, 5명은 불승인, 1명은 사측의 회유로 본인이 반려하였다. 이는 근로복지공단측의 최근 강화된 절차와 부적절한 심사 등 악조건 속에서도
그동안 연맹을 비롯하여 지역공대위와 노동조합비상대책위, 집단요양조합원이 하나 되어 공단을 상대로 연일 이어지는 집회, 피켓팅, 노숙농성투쟁으로 쟁취한 결과이며, 매우 큰 성과였다.

복잡한 심사절차와, 불공평한 심사관행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다.

지난 7월부터 10인 이상 집단요양신청의 경우, 지사나 지역본부에서 심의를 하던 것을 본부에서 심의결정을 하고 지사에서는 행정적 절차만 밟는다는 방침이 있었다. 이번에 노동조합에서 근골격계 질환자 38명의 조합원을 집단요양신청하자, 지사는 일체의 업무를 본부로 이관하고 본부는 심사에 대한 절차를 복잡하게 하며, 법적 승인기간을 어기면서까지 절차와 원칙만 따지며 시간을 끌었다. 또한 심사과정에 있어 심사위원 공개도 하지 않았으며, 승인심사 결과에 있어 동일작업 동일질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마다 다른 부분승인 및 불승인 결과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공단의 심사결과에 대해 근거와 설명을 강력히 요구하자, 지사와 본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하고 있다. 이처럼 정당한 승인조차 거부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을, 진정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위한 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노동조합, 변경승인, 부분승인, 보류, 불승인조합원 끝까지 안고 투쟁으로 돌파한다.

노동조합은 현재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요양승인 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으며, 공대위와 함께 상병명 변경승인, 부분승인, 보류, 불승인조합원에 대한 공단측의 객관적이고 명확한 근거와 설명을 요구할 것이며, 근거가 타당치 않을 경우 전원이 산재요양 승인될 때까지 강력한 투쟁으로 돌파할 것이다.

2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