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월] 노강 투쟁의 성과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하여-두원정공 04년 조사/토론결과를 중심으로

일터기사

[연구소리포트]

노강 투쟁의 성과로 구조조정을 막기 위하여
– 두원정공 04년 조사·토론결과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실장 김인아

1. 구조조정의 위협과 연구배경

두원정공은 국내 제일의 자동차 엔진 연료 펌프를 제조하는 사업장이었다. 그런데 1997년 경제위기 발생 이후, 급격한 인력 감축과 사업장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기아 그룹 부도 등과 맞물린 내수 시장 위축과 한편으로 엔진펌프에 대한 환경 기준 강화로 인한 기술력 경쟁약화를 이유로 노사합의 하에 인력 감축이 시작된 것이다. 기아 부도 사태 이후, 전체 두원정공 사원 수가 959명(1997년)에서 623명(2002년 10월)으로 35% 감축되었다. 이후 정년퇴임 등 자연감소로 인해 2004년 현재 617명의 인원이 유지되고 있다.

다시 환경규제 강화로 두원정공에 추가 인력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초 정리해고의 필요성에 대한 사측 편지가 조합원들에게 배달되었고, 관리직에게는 적극적인 희망퇴직 권고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직무스트레스와 고용불안은 매우 높아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며, 2002년 근골격계 투쟁 이후 현장의 변화를 살펴 볼 필요가 있었다. 또한 조합원이 구조조정의 본질과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2. 2002년 이후 현장의 변화

2002년 조사와 2003년의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 이후 현장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일부 공장에서 다기능화 주범으로 여겨지던 U자 라인을 펴는 현장 개선이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물량감축 투쟁이 이루어지고, 작업 중 휴식시간을 늘리고, 작업시간 전에 시작하던 체조를 작업시간에 진행하게 되었다. 또한 현장 실천단을 중심으로 자치활동이 강화되는 등 현장통제력 증가와 노동강도 완화가 이루어졌다. 설문조사 결과, 이러한 상황에 대한 조합원의 생각도 동일하여 노동강도에 관한 대부분의 항목에서 ‘감소’하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절대적 노동강도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이 ‘감소’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그림1). 작업시간과 잔업/특근이 줄고, 휴식시간과 휴일이 늘었다는 대답이 많았다. 2003년 투쟁의 성과가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림1 절대적 노동강도의 변화]

한편 상대적 노동강도는 절대적 노동강도처럼 뚜렷한 감소를 보이지 않았으며, 자동화, 신공정 도입과 관련한 항목은 오히려 ‘증가’소견을 보였다. 또한 부서 인력 변화로 인해 노동강도가 ‘증가’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공정개선으로 인해 실제 이동거리가 길어진 점과, 산재 요양자와 자연감소 인원에 대한 충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사실, 그리고 환경규제에 따른 신규라인의 도입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그림2). 이는 2002년에 비해 절대적 노동강도가 많이 감소되었지만, 이미 진행되었던 구조조정과 강화된 노동강도로 인하여 약화되었다 하여도 현재 역시 ‘건강한 노동’을 할 수준은 아님을 의미한다. 또한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전환배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로 드러났다.

[그림2 상대적 노동강도의 변화]

3. 직업불안정과 현장의 이데올로기

현장 노동자의 정서를 판단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직업불안정성과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전조합원 현장토론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98년 이미 대규모 인력감축을 겪고, 그로 인한 폐해를 보아온 노동자들은 많은 두려움을 피력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현장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확산되어 있었다. 또한 세계적 자동차 부품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대비를 못한 경영자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였다.

IMF때는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도 살아난다는 생각을 했어요. 회사가 곧 망하는 줄 알고, 그래서 권고사직으로 많이 나갔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노동자가 살아야 회사도 사는 거에요. 인식을 바꿔야 해요. 노동자가 먼저 살아야 회사도 사는 거예요.

지금까지 엄청난 이익을 남기면서 어렵다고 했는데, 양치기 소년 생각이 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새로운 아이템이나 기술도입이 없으면 2007년 되면 어려움에 직면할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기술개발이나 기술도입이에요.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회사는 인원만 감축시켜서 이익을 계속 취하고, 회사를 위해서 15년, 20년씩 다 바친 사람을 일시에 날려버리려고 하고, 자기 이익만 취하는 것 같은데…두원그룹이 있기까지 두원정공에서 회장이 20여 년 있었어요. 우리가 잔업 3시간, 4시간씩 하면서 몇 십 년 일했어요. 우리가 젊어서 한참 일하기 좋고, 일당 싸고 그럴 때 실컷 쓰고 이제 와서 고일당에 나이 먹었다고 정리하려고 하는데…말도 안돼요. 앞으로 기술개발이나 이런 비젼을 제시해야 되요.

경영 불신은 설문결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경영진이 예상되는 고용불안에 대해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75.7%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반면, 조합에 대해서는 절대적 신뢰를 나타나고 있어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약 95%의 조합원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하였다(표1).

[표1 고용불안과 이에 대한 현장의 정서]

한편 현재의 상황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77.3%가 ‘98년 구조조정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예상된다’고 대답하였고, 75.9%가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그만두어도 적당한 직장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대답이 88.3%에 달해 노동자들이 고용불안문제를 절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4. 노강투쟁이 구조조정 투쟁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실제적인 절대적 노동강도 약화와 조합원들의 조합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였다. 또한 절대적 노동강도가 약화된 정도에 비해 상대적 노동강도는 여전히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노동강도강화 저지 투쟁과 현장통제력의 강화를 통해 높아진 조합원들의 인식 수준에 기반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제 조합원의 요구수준은 ‘인간’다운 노동을 원하고 있었다. 사회생활과 문화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노동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하나의 주요한 변화는 ‘인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였다. 98년 구조조정 이후 현장의 정서는 ‘너 죽고, 나 살기’였다. 옆 사람이 나가지 않으면 내가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현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98년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조합원 모두가 ‘인력충원’을 요구한다. 이는 민주 집행부 이전부터 10년여간 현장활동을 꾸준히 하고, 민주 집행부 이후 ‘원칙적인’ 투쟁을 전개한 ‘조합’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현장 실천단을 중심으로 토론과 면접을 진행하면서 실천단의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구조조정에 관한 현장 정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현장 실천단은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세계적 자동차 부품사 구조조정의 흐름’, ‘구조조정 사업장 투쟁사례’, ‘조합원 상태’, ‘현장 토론 진행법’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10명 단위의 조합원 토론을 진행하면서 현장의 정서를 파악하고 현장토론을 진행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러한 활동은 그동안의 침체를 벗어나는 주요한 계기로 작용하여 실천단 조직을 강화하는데 기여하였으며, 실천단이 진행한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 조합원용 소책자가 발간되었다. 올해 초 구조조정 대응팀의 구성으로부터 시작된 자료조사와 조합원 면접은 이 연구를 통해 실천단의 강화와 현장정서 파악이라는 성과를 나았다. 물론 조합에서는 이 시기 조합원 교육을 배치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자의 내용을 선정하고 공유를 이끌어 냈다. 이 성과는 2004년 임단협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35%의 찬성률로 나타났다. 조합원들의 절대적 지지는 04 임단협에서 ‘자연감소 인원에 대한 100일 이내 정규직 충원’, ‘계열사 신규산업 및 신규아이템에 대한 우선 유치’, ‘반출된 설비에 대한 재반입’ 등의 합의안을 이끌어 내는 절대적인 힘이 되었다.

두원정공의 구조조정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임단협 타결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아 회장은 ‘배에 사람이 너무 많으면 가라앉는다’, ‘본사 앞에 죽어 가는 나무가 있었는데 가지를 치고 나니 살아나더라’ 등의 발언을 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을 가해오고 있다. 조합원들의 불안이 현실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근골격계 투쟁을 노동강도강화 저지투쟁으로 끌어내고 현장 통제력 강화를 끌어낸 것처럼 자본의 위협을 기회로 삼아 조합에 대한 신뢰와 튼튼해진 현장 실천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조직력을 강화해야한다. 이제 노강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구조조정 투쟁의 승리를 이끌어 내야 한다.

1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