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월] 이라크 아이들에게 총과 무기를 선물한 한국

일터기사

[현장통신2]

이라크 아이들에게 총과 무기를 선물한 한국
평화활동가 이동화

사람들이 많이 묻는다. 농성하냐고? 단식농성하냐고? 천막농성하냐고?

글쎄, 잘 모르겠다. 아니다. 농성 맞다. 천막에서 잠을 자니깐 천막농성인 것 같다. 무엇 때문에 하느냐? 음… 글쎄.. 계속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이라크 아이들 얼굴이다. 9월 말 바그다드를 떠나오면서, 그리고 암만에 머물면서, 그리고 한국에서 지내면서 이라크 소식이 들려올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이들 얼굴이다. 특히 시간이 지나면서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학살 작전, 최근의 팔루자 학살은 정말이지 악몽이었다. 무엇인가 해야 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라크 이야기를 했다. 계속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을 끄집어내야 했다. 쉽진 않았지만 그래야 했다. 하지만…….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내가 내 입에 걸치고 있는 학살중단, 전쟁중단을 이라크에 있을 때처럼 절실히 마음속으로 느끼고 있는지?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어느새 인가 나는 좋은 음식, 좋은 잠자리, 편리한 생활에 젖어 있었다. 내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데.

작년 바그다드 알 마시텔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부방에서 놀고 같이 공부할 때 매일같이 나오던 아이가 나에게 “셀림(제 이라크 이름), 셀림, 노 아메리키, 노 사담, 예스 코리”라고 하면서 나를 한껏 치켜 세워주었다. 그 때 그 아이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한국을 그렇게 좋아했던 이라크 아이들에게 총과 무기를 선물했다. 현재 모든 이라크에서 발생되는 비극의 핵심에는 미군의 점령이 있다. 어느 것 하나 미군과 연관이 없는 것이 없다. 작년 후반기 미군의 점령이 이라크인의 분노를 가져다 주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라크인들이 저항 방식을 취하자 미국은 서둘러 자신의 동맹국에게 파병을 요청했다. 가장 재빨리 그리고 충실히 미국의 요청을 받아준 곳은 한국이다. 미국의 요청 때문에 군인 3000여명을 보내면서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 때문이라고 했다. 지나가던 이라크 개가 웃는다. 웃기지 마라. 꿈도 꾸지 마라. 길가는 이라크인들 붙잡고 솔직히 한국의 젊은 군인들 3000여명이 왜 새롭게 이라크에 왔는지 이야기하면 봉변당한다. 끝을 모르게 악화되어 가고 있는 이라크에서 삶을 지속하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정말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적어도 미국의 요청에 따른 3000여명의 군인은 아니다.

미군은 현재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을 때려 잡겠다며 학살 작전을 진행하고 있고 불과 일주일 만에 1300여명의 저항세력을 사살했다고 한다. 현재 이라크에 외국에서 넘어온 소수의 이슬람 전사를 제외하고는 저항세력과 민간인의 구분은 없다. 그건 현재 이라크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미군들도 인정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모든 이라크인들을 잠정적 저항세력으로 단정하고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바로 발포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군은 단 일주일만에 그들의 발표에만 따른다 해도 민간인 1300여명을 죽인 거다. 그들은 내년 1월 말 이라크 총선거를 치루기 전까지 계속 이러한 학살 작전을 할거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조지 부시도 재선되었다. 거칠 것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군 3600여명(기존 서희, 제마부대원 통합)이 미군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 3600여명이 지금 이라크인들에게 친구일까? 적일까? 그들이 무엇 때문에 이라크에서 총구를 이라크인들에게 겨누고 있는 걸까? 그렇지..한미동맹이지…

내가 있는 텐트 바로 앞에는 국회의사당 건물이 보인다. 나는 내일부터 그 건물 앞에서 서 있으려 한다.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고 또한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죄송함을 더는 일이다. 쓰다보니 또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옴을 느낀다.

지금 이라크는 라마단 기간이 끝나고 최대 축제기간이겠구나. 아니 어제로 끝났겠구나. 작년 이 기간에는 한국의 설날, 추석처럼 많은 이라크인들이 형제, 친척들을 만나고 아이들은 부모님이 사주는 꼬까옷을 입고 이 집 저 집 놀러 다니고 어른들이 주는 작은 용돈으로 맛있는 것 사먹고 너무너무 신나 했는데, 올해 이라크는 주위의 수많은 죽음 속에서, 슬픔 속에서 지내겠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내게 보내주었던 너무도 예쁜 웃음 속에서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 평화활동가 이동화씨의 국회앞 농성일지는 전범민중운동재판 홈페이지(gopeace.jinbo.ne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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