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월] 2004년 평안하셨습니까?-<일터>로 바라본 2004년 10대 뉴스

일터기사



[특집]

2004년, 평안하셨습니까?
<일터>로 바라본 2004년 10대 뉴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신용불량자 400만 명, 청년실업 60만 명, 실업률 7%, 물가상승률 3.6%, 1인 가구 최저생계비 368,226원, 월 최저임금 640,184원, 매일 30명이 자살로 사망, 매일 960명이 자살시도, 매일 산재로 8명 사망. 2004년에 탄생한 기록 아닌 기록들입니다.

<일터>로 바라본 2004년 10대 뉴스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숫자의 나열만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 노동자들의 한숨이, 기쁨이, 생활이 함께 어우러진 2004년이기도 했습니다.

좌절과 분노로 가득 찬 2004년이었지만, 지치지 않고 투쟁하고 버텨온 노동자들이 있기에 이만큼이라도 올 수 있었습니다. 국회 안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농성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4명이지만, 차디찬 칼바람이 부는 타워크레인 위의 동지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투쟁 의지를 다지는 노동자들은 셀 수 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2005년에 다시 한 번 희망을 걸고, 다시 한 번 어깨를 걸고 투쟁하자고 감히 이야기해 봅니다.

1. 골병노동자 잡아먹으려는 자본과 정부의 공격, 이제 반격이다!

5월 17일 경총 기업안전보건위원회는 “기업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노동계의 집단 공세에 편승한 직업병 판정이 남발되면서 노동력 손실, 근로의욕 저하, 추가비용 증가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중략) 따라서 경영계는 △근로복귀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산재 추가보상금 합리적 조정, △근골격계 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환의 요양관리와 산재인정 기준의 합리적 개선 촉구, △산업재해 예방과 산재근로자의 권익보호 및 근로복귀를 위하여 체계적인 지원 방안 강구 등 3개항을 채택하고 이를 실천하기로 결의했다. (중략) 이에 △노동계 체제 및 전략변화에 대응한 대책활동 강화, △산업안전보건 관련 중복규제 완화 대책, △산재보험급여체계의 합리적 조정, △근골격계 질환 등 작업관련성 직업병에 대한 대응책 강구, △정부 산하기관에 대한 가입자의 참여권 확대 등을 올해 사업계획의 기본방향으로 확정하고 산업안전보건 현안에 대해 지원체계를 구축,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하 생략) – 2004.5.17. 경총 보도자료

근골격계 집단요양 투쟁으로 골병의 주범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급격한 노동강도 강화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제도적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사업주의 예방의무를 명문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일 뿐입니다. 극소수의 환자가 산재치료를 받을 뿐이고 주범인 현장의 노동강도를 저하와 작업환경 개선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습니다.(중략)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개악안은 이미 시행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내부 지침사항으로 실제로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이사장 명의의 내부지침은 일선지사로 바로 하달되어 지난해 개정된 근골격계 직업병 관련 시행규칙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 명백합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산재요양 승인 자체가 매우 어려워지고, 요양 승인된 경우에도 입원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치료기간 또한 제한되어 완치되지 못한 상태로 업무복귀를 강요당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안’이 아닌 시행지침으로써 전국에 몰아닥친 위기이며, 노동자는 실제로 아프지만 ‘지침’에 따라 치료기회를 박탈당하는 꾀병 환자로 몰리는 상황입니다. (이하 생략)- 2004.11. 근골격계 직업병 인정기준 개악안 폐기/산재보험 공공성 강화 공투위

골병든 몸으로 묵묵히 일해 왔던 노동자들이 집단요양투쟁을 시작하자, 이에 뒤질세라 정부와 자본은 꾀병환자설, 안일한 산재심사기준을 들먹이며 역공을 해오고 있다. 적정요양기간 연구, 근골격계 인정기준 처리지침(안), 산재보험 민영화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하지만 치밀하게 계획된 공격을 하고 있다. 이런 공격에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사이 산재로 고통받던 노동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세상을 등져야 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이 때까지 겪었던 고통을 훌훌 털어 버리지도 못한 지금, 또다시 시작된 정부와 자본의 공격에 떠밀려 더더욱 고통스러워질 현실을 받아들일 것인가. 건강하게, 인간답게 일할 권리를 찾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절박하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자본의 근골격계 대응, 무엇을 노리고 있나? – 2004.2
근골격계 관리프로그램,주도권을 쟁취하자! – 2004.3
평균요양기간 설정, 투쟁으로 돌파하자 – 2004.11
죽음과 골병의 현장을 강요하는 자본과 정권의 공세 비판 – 2004.11

2. 비정규직 악법! 차라리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라

경총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입법예고된 이후 정부에 경영계 입장 반영을 누차 촉구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번 각의를 통과한 법(안)에 이러한 점이 일체 반영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만약 이대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향후 기업이 인력을 운용함에 있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전체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자명하다고 본다.
따라서 향후 국회에서는 기간제/파견제 차별구제절차, 기간제 근로자 해고제한, 파견제 근로자 직접고용 의무, 파견제 휴지기간 도입 등 고용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규정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 업무에 파견 금지를 유지하는 것은 파견 대상 업종 확대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만큼 이들 업무에 대해서도 파견을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 2004.11.2. 비정규직 관련법안 각의 의결에 대한 경총 입장

노무현 정부는 전 업종에 근로자파견제를 허용하고 기간도 3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98년 IMF경제위기를 빌미로 도입된 근로자파견제로 인해, 50여 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중간착취와 노예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하청 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절규하며 산화해 가신 현대중공업 박일수 열사의 외침이 아직도 생생한데, 정부는 모든 노동자를 2등 인간으로 만드는 파견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기간제 고용은 어떠한가? 기간제 고용을 전면 자유화하려는 정부안대로라면, 기업의 모든 업무에 값싼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데 어떤 기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려 하겠는가? 정부부터도 필요 인력을 채용하지 않고 비정규직으로 활용하는 잘못된 행태로 인해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노조 이용석 열사가 젊은 목숨을 불사르지 않았는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입법안은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인권유린을 고착시키는 것이다. 이미 줄어들 대로 줄어든 안정적 일자리를 더욱 감축시키는 법안이다. 월차휴가를 요청했다고 발목을 잘라버리는 전근대적인 노동현장을 부추기는 법이다.
(이하생략) – 2004. 11. 24.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준) 성명서

정규직의 고임금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저임금을 받게 되는가?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면 높디높은 실업률이 떨어지고 청년실업이 해결되는가? 정말로? 그렇다면, 죽은 애견을 위해서 몇 억을 쏟아 부으면서도 회사가 어렵다며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는 사장의 행각은 어떻게 설명할건가. 365일 중 단 2일을 쉬고 일하다가 쓰러져버린 대공장 정규직노동자의 죽음은 어떻게 설명할건가.
정규직이 임금인상을 자제해야 된다고? 해고의 자유를 자본가에게 달라고? 차라리 솔직하게 ‘너희의 생명줄을 모두 내놓아라’라고 요구해라.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해고의 자유가 충만할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는 굶어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아라.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면서 노동자의 “피눈물”을 뽑아냈던 노무현 정권에게, “경제가 먼저 살아야 한다”며 노동자의 생존권을 약탈해가는 자본가에게 보여줄 것은 총파업뿐이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 정종우 인터뷰 – 2004.5
‘죽음의 공장’ 에서 하청노동자로 살아남기 – 2004.5
조선업종 하청 노동자의 안전보건 문제 – 2004.5
착취의 발견 -영화를 만드는 스탭들의 이야기 – 2004.6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 조광한 인터뷰 – 2004.7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 2004.7
플랜트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 2004.8
조선업종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건강실태 – 2004.9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문제 – 2004.10
학습지교사 산재신청 반려 – 2004.10
노동법 개악안, 무엇이 문제인가 – 2004.11
비정규직 노동자의 건강권 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 2004.11

3. 교대근무, 과연 노동자의 숙명인가

주주야야비휴, 주야맞교대, 3조2교대, 4조3교대, 변형일근, 21일주기.

위의 단어를 보고 ‘어, 이거 무슨 말이냐.’라고 물으신다면, ‘자본의 무한 착취를 위해 밤낮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교대근무에 관한 전문용어죠.’라고 말해야겠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을 위해 인간의 자연스런 생체리듬을 완전히 무시한 채, 밤새도록 일하는 야간근무는 당연히 노동자를 병들게 한다. 밤낮이 뒤바뀌어서 낮에도, 밤에도 푹 잠들 수가 없고, 소화불량과 위염은 기본세트로 교대근무자를 따라다닌다. 저녁시간 가족들과 도란도란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가끔은 외식도 해보는 게 교대근무에 잡혀있는 노동자들에게는 사치스러운 일 일뿐이다.

긴긴 세월 ‘공장을 돌리려면 어쩔 수 없지.’하는 체념 속에 교대근무를, 야간근무를 숙명으로 받아들였던 노동자들의 반격이 서서히 준비되고 있다.

교대근무를 정말 해야 하는지, 지금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우리의 휴식은 충분한지, 노동강도를 줄여야 하는 건 아닌지. 하나하나 세세히 확인하고 준비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반격을 기대하시라.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기아자동차 화성 노동자의 교대제와 노동강도로 인한 건강장해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 -2004. 4
당신도 지금 깨어 있습니까? – 2004.5

4. 노동자의 정신건강, 공격당하다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적응장애, 전환장애, 수면장애, 공황장애….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이 위험하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회사의 노조탄압에, 수많은 승객이 탄 열차를 홀홀단신으로 운행하고 책임져야 하는 1인 승무제에, 극심한 노동강도 강화와 업무스트레스까지 노동자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다.

‘정신질환’이라 주위에 말하기도 어렵고, 쉬쉬 숨겨왔던 노동자들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하나둘씩 산재신청을 넣기 시작했다. 어렵게 자신의 직업병을 고백했던 노동자들은 충격적인 상황을 접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내 주위의 동료들도 주변에 숨겨가며 정신과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으며 버텨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노동조건이, 노동강도가 인간이라면 견뎌내기 힘듦’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 아무도 모르게 혼자 아파야 했던 도시철도기관사 노동자들은 집단요양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자본의 이윤추구를 위해 정신건강마저 훼손당했던 노동자들이, 이제 당당한 투쟁으로 빼앗긴 인간의 권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붉은 잎들의 겨울나기, 청구성심병원노동조합 – 2004.1
스크린도어로 기관사 정신건강을 보장할 수는 없다 – 2004.7
직업성 정신질환 인정을 둘러싼 쟁점 – 2004.7

5. 지금도 싸우고 있습니다

출퇴근선전전, 파업, 점거농성, 단식농성, 천막농성, 1인 시위, 노숙농성까지. 안 해 본 것 없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고 있는 장기투쟁사업장. 단식, 점거, 천막농성에 투쟁의 달인이 되어버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실기에 사실 <일터>의 지면은 턱없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회유, 협박으로 시작되어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직장폐쇄, 구사대 동원. 그래도 모자라면 일당 20만원씩을 주는 용역깡패까지 등장시키는 자본의 탄압사례만 들어도 하루가 꼬박 걸릴 것이 분명한 장기투쟁사업장.

민주노총 공식통계만으로도 전국 80개가 넘는 장기투쟁사업장이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의 중소영세사업장에서는 ‘장기투쟁’이 될지도 모를 투쟁의 시작을 위해 붉은 머리띠를 묶고 있을 지도 모른다.

풀무원, 호텔리베라, 건설, 하이텍알씨디, 베스콘, 영하운수, 정립회관, 한원CC, 기린텔레콤. <일터>가 만난 노동자들은 업종도, 지역도, 나이도 모두 천차만별이었지만, 한결같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기고야 말겠다’는 투쟁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투쟁하는 동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연대하는 가장 ‘인간적인’ 노동자였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둘 아닌 하나로 끝까지 함께하는 투쟁 – 2004. 1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 하셈, 고디르 인터뷰 – 2004.2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노동자 – 2004.2
‘노조탄압공장’에서 일하며, 투쟁하며 살아가기 – 2004.3
악덕업주에 맞선 영하운수 노조의 투쟁 – 2004.8
“풀무원 노동자가 순진하고 깨끗한 거지” – 2004.9
정립회관 농성 투쟁 – 2004.9
건설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건설하기 위하여 – 2004.9
끝까지 투쟁해서 한원투쟁 승리하자!! – 2004.10
악덕기업 기린텔레콤을 고발합니다! – 2004.10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는 언제 울려 퍼질까 – 2004.10
지하철 파업의 새 역사를 쓴다 – 2004.11

6. 전국으로, 전업종으로 퍼져나가는 집단요양투쟁을…

도덕적 해이, 나이롱 환자를 들먹이며 자본이 온갖 수선을 피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많은 노동자가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팔, 다리를 주물러가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금속제조업 노동자들이 근골격계 직업병 집단요양투쟁을 연달아 진행하고 있지만, 서비스/운수/건설 등 더 많은 노동자들이 온몸의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다행히(?) 올해 4월에는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집단요양투쟁을 진행해 전원승인을 쟁취했다.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이 매일매일 항의방문부터 공단 앞 밤샘농성까지 진행하고서야 근로복지공단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전원승인을 내줬다. 하지만, 전원승인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병원 측의 탄압에 맞서 싸워야 했고, 이제 더 이상 아픈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한 투쟁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의 집단요양투쟁이 금속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면, 이제부터 병원의, 건설현장의, 백화점의, 할인마트의 노동자들이 집단요양투쟁에 나서 “인력충원, 노동강도강화 저지”를 쟁취하기를, 그리고 그 현장에 <일터>가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병원노동자는 산재신청도 못 하겠네요?! – 2004.6
집단요양투쟁, 이제부터 시작이다! – 2004.11

7. 다치거나, 죽거나 – 일터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매일매일 8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
2004년은 신년 분위기도 채 가시지 않았던 1월 3일,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다. 노동자의 죽음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열차 길에서, 현대중공업에서, STX조선에서, 백화점 리모델링 건설현장에서, 여수산단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루하루 죽음의 행렬이 길어질수록 감각도 무뎌져 아무 생각 없이 근조리본을 찾는다.”며 “이제 내가 완전히 미쳐버린 것이다.”라는 철도노동자의 절규는 죽어간 동료의 빈자리를 묵묵히 지나쳐야 하는 모든 노동자의 절규이다. 화상으로 뒤덮인 동료의 얼굴을, 잘려나간 팔다리를 무기력하게 바라봐야 하는 모든 노동자의 울음이다.

더 이상 죽음에 무감각해지지 말자. 추락으로, 폭발로, 협착으로, 화재로 죽고, 다치는 처참한 현실을 투쟁으로 바꿔내자.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조선소 대형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 2004.6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보장하라! – 2004.10

8. 노동강도, 노동자를 학살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로 충분한 회복의 여유 없이 일을 하다가, 피로가 누적되어 생체리듬이 붕괴한 결과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일컫는 과로사. 한 생명이 죽어버릴 정도의 ‘일’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하기조차 힘들지만 이 땅에는 많은 일을 견디지 못해 과로사한 노동자들이 놀랄 정도로 많았다. 1년에 2천여 이상의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졌고, 760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주야맞교대와 이어지는 야간근무, 쉬지 않고 진행되는 잔업/특근, 부당영업 강요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숨통을 조여 와 결국 숨이 끊어진 노동자들. 알게 모르게 진행된 노동강도 강화에 짓눌려 숨쉬기조차 힘들어진 노동자들.

아직 과로사를 산재로 인정받는 것조차 쉽지 않고, 험난한 투쟁을 해야 하는 현실에서 노동강도 강화 저지는 멀기만 한 구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재인정투쟁부터 시작해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문제제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쓰러져갈 것이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뇌심혈관계 질환 – 2004.1
과로사(過勞死)란 무엇인가? – 2004.8
젊은 나이에 밤낮 없이 일하다 쓰러지는 노동자들 – 2004.8
동료교사들의 노조결성으로 이어진 구몬학습 교사의 과로사 2004.8
과로사 대응, 어떻게 할 것인가? – 2004.8

9. 노동현장 문제는 바로 노동자가 전문가!

2004년 근골격계 집단요양투쟁으로 법제화된 근골격계 직업병 유해요인조사가 전국에서 실시되었다. 노동자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 회사가 일방적으로 실시해버린 사업장부터 노동조합에서 주도해 현장의 유해요인을 하나하나 파악하고,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만들어낸 사업장까지 유해요인조사의 모습도 다양하게 펼쳐졌다. 물론 그 방법에 따라 조사 결과도 천차만별이었다. 이런 다양한 상황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장의 노동자가 현장의 문제점을 제일 잘 알고, 그 개선책 역시 제일 잘 알고 있다는 것.

경남, 대전충북의 지역유해요인조사단은 말 그대로 현장 노동자들이 지역 내 사업장의 유해요인조사를 공동으로 진행한 모범사례였다. 연구계획부터 설문조사, 현장조사, 인터뷰, 그리고 보고서작성까지. 어렵게만 보였던 유해요인조사를 현장노동자들의 힘으로 해내면서 ‘살아있는 유해요인조사’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의 현장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진행했던 지역조사단의 활동이 2005년에는 현장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고쳐가고, 노동강도를 완화시키는 투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근골격계 직업병 “유해 요인 조사”에 대해 시비 걸기 – 2004.5
경남 근골격계 유해요인 지역조사단 활동 탐방기 – 2004.6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유해요인 조사를 뛰어넘자! – 2004.6

10. 여성의 착취와 억압에서 당신은 자유롭습니까?

“가사노동 중 어떤 부분을 담당하십니까?”

대부분의 남성은 “빨래나 청소를 도와줘요.”라는 식으로 대답할 테고, 대부분의 여성은 “남편이 설거지는 도와주죠.”라는 식으로 대답할 것이다. 아직까지도 가사노동은 여성이 해야 하는 일이고, 남성은 ‘도와주면’ 되는 일이다. 자녀양육의 책임도 여성에게 있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주말에 한두 번 같이 놀러가 주면 아버지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이야기한다.

착취와 억압으로 이야기되는 여성의 문제는 이 땅 어디를 가나 존재한다. 정리해고를 할 때도 ‘남자들은 가장’이라며 여성노동자들이 먼저 해고되고,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남성노동자의 임금보다 적은 것은 평범한 현상일 뿐이다.

과연 그러한가. 여성은 남성노동자의 노동을 보조하는 역할이고, 가사노동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가.

도시철도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를 착취하는 용역업체를 욕하면서도, 혹여 나 자신은(당신이 여자이든, 남자이든 간에) 매일 만나는 여성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난 <일터>에 이렇게 실렸어요
여성의 노동과 건강 – 2004.1
그녀에게 웃음을… – 2004.1
양성평등과 직업병 – 2004.2
노동과 여성의 건강, 그리고 아이의 건강 – 2004.5
멀기만 한 양성평등 – 2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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