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월]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근골격계 직업병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과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근골격계 직업병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김영기

세계 자동차 산업의 재편
전반적으로 과잉생산이 경제위기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도 예외이지는 않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경우 2,000만대∼2,400만대의 과잉시설로 인한 위기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하여 전지구적인 경쟁에 돌입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자동차 완성업체는 인수합병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글로벌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편, 비용절감과 생산공급량의 조절을 위해 플랫폼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자동차 완성업체의 구조변화는 세계 자동차 부품산업의 구조 역시 변화시키고 있다. 자본은 이미 인수합병, 과잉인원·능력의 정리, 채산성이 없는 부문의 매각을 통해 부품업체들을 재편하는 한편, 모듈화, 시스템화를 진행시키고 있다. 인수합병 및 플랫폼 통합, 모듈화로 표현되는 초국적인 자본의 자동차 산업 재편은 투자의 완전자유, 자본의 초국가적 자유이동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공세를 등에 업고 ‘세계화’ 및 ‘지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
이러한 세계자동차 산업의 동향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인한 세계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97년 경제위기와 함께 위기를 맞게 된다. 97년 기아자동차의 부도를 시작으로 98년에 현대자동차의 대대적인 정리해고 단행, 대우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99년에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2000년 대우자동차 부도와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 2001년 쌍용자동차의 독립 및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2002년 10월 GM-대우자동차 출범 등으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진행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로 일자리에서 내몰리게 되었고 자본의 현장통제는 나날이 강화되었으며 현장에서의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있다.

연구대상 사업장의 구조조정
본 연구의 대상사업장인 S자동차는 엔진조립공장으로 98년 부도를 맞게 되면서 악질적인 노무관리로 유명한 D자동차가 인수하게 되었다. 인수 과정에서 임금삭감·복지후퇴·순환휴직 등으로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현장노동자의 통제강화와 경쟁유발을 위하여 신인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직급체계를 변경시켰다. 또, ‘큐빅 2000운동'(조기출근과 청소하기, 반생산회의, 개인신상카드 작성, 6대 기초질서 지키기 등)이라는 기업문화 운동을 통하여 노동자들을 통제하였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노동자들을 생산의 도구로 전락시켜 현장의 장악력을 높여간 것이다.
인수된 지 1년 6개월만에 다시금 D자동차의 부도로 인하여 결국 S자동차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었다.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 채권단의 요구사항이 들어있는 동의서(원가절감, 생산량 증대 및 일방적인 임금동결 및 노동조합 탄압의 내용) 작성을 요구하며 회사는 또다시 일방적인 노동자 고통분담만을 강요하였다.
결국 2000년에 D자동차가 부도를 내고 다시 S자동차로 독립되었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으로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S자동차는, 2001년에 또다시 2년간의 워크아웃 연장과 1조원의 출자전환을 빌미로 조합원 동의서를 받아내었고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미명 하에 계속적으로 노동자만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을 뿐이었다.

늘어나는 노동강도 강화와 산재, 공상
S자동차의 연도별 생산 현황과 인원변동을 보면 생산실적은 1998년에 비해 2002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한 것에 비하여, 인원의 변동은 77명이 충원되었을 뿐이다. 이 77명의 인원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1인당 대수 변화를 보면 1998년 IMF 시기에 잠시 1인당 생산량이 떨어진 것을 제외하면 공장 가동 후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은 급격하게 증가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그림1참조) 1인당 생산량의 증가는 회사의 계획대로라면 2004년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S자동차의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인원도 지속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인원의 증가가 생산량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여 1인당 생산량은 급증하였으며, 이러한 1인당 생산량 증가를 가속화시키는 것은 작업수의 증가로 파악된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98년 공상(산재포함)자 수가 17명에서 2002년에 59명으로 3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표1참조) 즉, 노동강도가 강해질수록 공상(산재포함)수가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핵심적인 것을 중심으로 해서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는다. 즉 1인당 생산실적과 작업수의 증가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가지며, 1인당 생산실적과 산재공상수도 의미 있는 상관관계를 가져, 1인당 생산실적이 늘수록 산재공상수도 늘어남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표2참조)

이러한 관계는 설문조사를 통한 증상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대상자 474명중 근골격계 직업병 증상이 한 부위라도 있는 사람이 453명(95.6%)으로 조사되었고,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의 근골격계 직업병 증상 자각기준(기준1)에 따른 유소견자는 430명(90.7%)이었다. 따라서 S자동차 노동자 10명 중 9명은 신체의 한 부위 이상에서 근골격계 직업병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중 치료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증상의 정도가 중간 이상인자인 기준2, 혹은 EU기준을 만족하는 사람을 1차 검진 대상자로 하였을 때 설문 응답자 중 255명(5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골격계 증상을 발생시킬 수 있는 모든 요인, 즉 개인적 특성, 직무특성, 인간공학적 위험요인, 직무스트레스, 노동강도, 노동강도의 변화 등의 위험요인 중에서 최종적으로 근골격계 증상 발생에 가장 크게 작용했던 요인은 현재의 육체적 노동강도와 노동강도의 증가로 나타났다.(표3참조)

노동강도 강화와 근골격계 직업병의 발생기전
그렇다면 S자동차의 노동강도는 어떻게 강화되고 근골격계 증상을 유발시키는가를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노동강도 강화의 기전으로 특근, 야근, 잔업의 증가로 나타나는 절대적 노동강도의 증가와 시간당 일의 양 증가, 작업속도의 증가, 혼류생산 증가, 교대제 등으로 인한 상대적 노동강도 증가, 구조조정 및 워크아웃으로 인한 물량의 증가 및 비정규직 증가, 현장통제강화 기전인 인사고과 등이었고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조사연구에서 근골격계 직업병의 주요원인이 노동강도 강화에 있음을 입증하였다. 자동차공장에서 노동강도 강화의 핵심적인 내용은, 노동시간의 연장에 의한 절대적인 노동일의 연장과 단위 작업시간 안에서 빽빽해지는 작업밀도, 즉 작업속도의 증대이고 이러한 양상은 컨베이어시스템으로 인하여 매우 명확하게 보여 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대안도 이러한 노동강도 강화를 막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안은 노동강도가 강화되어지는 각 지점에 노동자의 힘이 개입하여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는 일이다. 예를 들면, 작업속도의 증대, 인원감소, 비정규직의 증가 등은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 투쟁으로 막아져야 할 것이다.

2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