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월] 장금이를 닮아야 하나? – 대장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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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금이를 닮아야 하나?
– 대장금 이야기

노동자의 힘 황정일

90년대 중반, 한참 방송에서 공익광고가 등장했을 때 나온 ‘일하는 손이 아름답다’ 시리즈가 기억난다. 광고는 생산직 사무직 할 것 없이 각 업종에서 땀흘려 일하는 얼굴과 손을 보여주면서 그 모습이 아릅답다고 주장했다. 예전 조선시대 손과 얼굴이 아름다운 한 여인이 있으니 그 이름이 장금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름다웠는지는 모를 일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이는 신비스러운 이미지의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여기에 등장한다.

조선조 중종시대에 활약했던 한 여성의 성공담 <대장금>. 천민의 신분으로 궁녀로 들어와 최고의 요리사가 되고, 급기야 숱한 남자 의관(醫官)들을 제치고 중종의 주치의가 되는 장금은 훗날 놀랍게도 ‘대장금’이라는 호칭까지 부여받는다. 당시 신분제도를 타파하고 전문직 여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그녀의 삶은, 역경을 이기고 성공을 이뤄가는 <성공시대>에 캐스팅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장금은 가히 열풍이다. 일부 회식자리에서는 <대장금> 열풍으로 삼겹살에 소주 대신 거문고 반주를 들으며 궁중 전골과 전통주를 즐긴다고 한다. <대장금>에 등장하는 궁중요리를 설명하는 요리비디오도 나와있다. ‘오나라 오나라∼’로 시작하는 배경음악이 휴대전화 벨소리로 각광받고 있으며, 장금이 아바타도 네티즌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사실 역사서에 장금에 대한 서술은 단 한 줄 나온다고 한다. 신분에 대해서도 안 나온다. 보통 요리 무수리는 중인의 신분이다. 장금이는 몰락한 양반 출신인데 잠시 시련을 겪다가 성공하는 것으로 그린다. 그것은 신분상승이 아니다. 원래 양반출신이 제자리를 찾는 것이다. 최상궁이 온갖 중상모략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해도, 결국 한상궁과 장금이가 노력만으로 인정받는다는 스토리도 너무나 동화 속의 성공 이데올로기이다.

장금이는 이른바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노동자다. 대장금은 만능 탤런트이자 다기능 노동자다. 장금이는 이후 의녀가 되는데 저항에 부딪치자 빨래부터 시작해서 다 한다. 주어진 일보다 더 많이 해서 인정받는다는 스토리다. 노동자들이 과연 장금이 같이 일해야 하나. 요즘 청소년 상대 공익광고도 다르지 않다. ‘지금 흘리는 땀 10년 후 당신의 명함이 됩니다’ 라고 주장한다.

장금이를 닮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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