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월/그것이알고싶다] 자동화에 따른 노동과정의 변화

일터기사

[그것이 알고싶다]

자동화에 따른 노동과정의 변화
메사추세스 로웰 주립대학 작업환경과 건설노동보건센터 연구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해외연구원 탁상우

자동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자동화는 작업환경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용, 노동강도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단체협상에서 독립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흔히 회사가 생산설비를 교체하거나 인력배치를 조정할 때, 이는 회사의 고유권한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인해, 혹여 문제가 있다고 느껴도 선뜻 제동을 걸기가 용이하지 않다. 더군다나 작업안전과 효율적인 생산관리를 위한 것이라 우기면 딱히 반박할 논리조차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 별달리 대응해본 경험마저 없다면, 회사가 주도하는 자동화 과정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이런 답답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몇 가지 대응책을 제안하려 한다.

1) 토론식 조합원 참여교육

자동화를 소재로 참여교육을 통해 전 조합원이 토론을 한 사례가 있다. 벤츠자동차의 트럭을 생산하던 브라질의 한 공장에서는 자동화가 진행되자, 뒤늦게 회사와의 단체협상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기술교육과는 별도로 수년간 조합원 1인당 월 2시간의 교육시간을 쟁취하였다. 물론 교육방식과 내용은 전적으로 조합에서 담당하였기 때문에 민중교육론에 입각한 참여와 토론식 교육으로 자동화의 허구와 본질, 그 영향 및 전망 등에 대해 전 조합원이 공유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졌다. 자동화에 따른 영향으로 작업이 단순해지고, 고용이 더욱 불안해지는가 하면, 작업에 대한 압박감도 더욱 증가하였다. 하지만 서로간의 토론과 참여로 그만큼 조합원들의 문제의식도 높아지고, 노동조합과의 단결력도 커져서 노동조합은 이전보다 훨씬 두터워진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으며 회사와의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고비용의 설비 자동화가 진행되고 나면 되돌리기는 매우 힘들다. 거액을 들였기 때문에 회사의 저항도 더욱 거셀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동화에 대한 대응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2) 자동화 평가 위원회

자동화가 추진되기 이전에 회사가 노동조합과 협의하게끔 단협에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회사가 자동화를 추진하려 하면 미리 그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구를 노동조합 내에 설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노사 공동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은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동화에 대한 기술 및 정보를 절대적으로 회사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결정이 공정하게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적으며, 현장 작업자간의 의사소통이 없이는 자동화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평가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 내의 독립적인 자동화 평가 위원회가 자동화로 인해 발생하는 작업의 기능적 변화를 예측하고, 현장 작업자들의 의견을 모아 그 영향을 평가하는 역할을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단협에 제시할 정책적 요구안까지도 생산해내도록 한다. 만일 다분히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평가가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 전문가의 상담을 구해볼 수도 있다.

3) 전문가의 활용

가장 이상적인 전문가는 여러 자동화 설비를 시대별로 다루어본 경험 많은 노동자일 것이다. 비슷한 자동화 과정을 겪은 사업장의 경험 많은 노동자들로부터 자문을 듣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굳이 체계적으로 연구한 전문가가 필요하다면, 한 두 명의 전문가에 의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자동화의 영향을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독립적인 학문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학, 심리학, 보건학, 작업환경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4) 사례연구 입수

많은 자동화 설비는 비싼 만큼 그 효용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있고, 또 그 자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부분 생산성에 대한 공학적 연구들이지만, 그 내용을 잘 뜯어보면 노동조합에게도 적잖이 도움될 만한 사항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과거 제네랄 모터스사가 차 앞 유리를 자동으로 부착하는 기계를 250대나 설치하였다가, 기계가 유독 검게 도장된 차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바람에 30명의 추가 작업자가 그 기계들 사이에서 위험하게 보조 작업을 해야만 했었다. 이러한 결함이 알려진 뒤로는 그 설비가 다른 공장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다. 회사는 설비구입 이전에 여러 모델들을 비교하기 위해 이러한 보고서들을 열람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러한 자료들을 회사측에 요구하여 단협시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나아가서는 동종의 설비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회사로부터도 설비 후 보고서 등을 입수하도록 회사에 종용할 수 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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