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월/기획1] 근골격계질환의 예방과 인간공학의 역할

일터기사

[기획1]

근골격계질환의 예방과 인간공학의 역할
인천대 교수, 건강한 노동세상 공동대표 / 김철홍

(intro)
먼저 이글을 쓰게 된 동기와 배경은 편집진의 요구에 의하여 정해진 제목이기도 하지만 최근 근골격계질환과 관련하여 인간공학이라는 분야와 이를 전공하는 인간공학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가는 상황에서 근골격계질환의 예방과 관련하여 인간공학의 역할과 활용방안 그리고 인간공학적 접근법이 지니는 특성과 한계를 바르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인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전하고자 하였다.

인간공학이란?

한마디로 인간공학은 인간을 위한 설계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대상이 되는 인간이 누구인가에 따라서 그 분야가 나누어지게 된다. 크게 볼 때 첫째, 사용자중심의 설계(user, 여기서는 사용주가 아닌 제품의 사용자인 소비자라는 의미)라는 관점이 중심이 되는 제품 및 생활환경을 주 연구영역으로 삼는 인간공학 분야가 있다. 흔히 기업의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을 위한 감성공학, HCI, 인지심리학 분야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둘째로는 주로 유럽 쪽에서 먼저 발달한 분야로서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를 중심으로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작업환경 및 조건의 설계에 관여하는 분야로 나누어질 수 있다.(편의상 노동인간공학이라 칭한다) 대표적인 분야로서 작업생리학, 생체역학, 노동공학 분야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분류가 너무 도식적이고 이분법적일 수 있으나, 이 두 분야가 인간공학을 이루는 큰 두개의 축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문제는 사용자중심의 인간공학을 주로 전공하여 온 인간공학자들이 부족한 전문 인력난 등의 이유로 최근 근골격계질환 관련 분야에 많은 참여를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노동인간공학이 중심이 된 접근과 활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문제를 바르게 보고 해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이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전문영역을 현장의 노동자들이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하나의 방법으로 조사연구사업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 시 전문기관이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을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는 지를 질문하거나 확인하는 방법일 것이다. 만약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원인을 근본적으로 생산기술과 관리방법의 변화와 따른 노동강도의 강화와 같은 근본적인 원인에서 찾지 않고 작업자의 잘못된 자세, 불편한 공구의 사용 등 표면적인 이유에서만 찾고 해결하려는 인간공학자는 왜곡된 시각의 소유자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근골격계질환이란?

근골격계질환이라 함은 기술발달과 생산방식의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직업적 유해요인이 단기적 또는 장기적으로 작용하여 신체의 활동과 관련된 근육, 건, 신경, 관절 및 그 주변 신체조직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목, 어깨, 팔 등의 상지는 물론 요통과 하지의 유사 질환도 포함한다.
근골격계질환의 기본적 발생구조는 생산방식의 변화에 따른 노동강도와 스트레스의 증가에 있다. 인간의 육체는 활동하게 되어있는 조직이다. 문제는 적절한 수준의 활동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이다. 육체적 활동이나 부하의 수준이 너무 지나쳐도 무리가 오며 너무 낮아도 활발한 신진대사 이루어지지 못해 이상이 오게 된다.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에 관련된 요인들 특히 그 중에서도 육체적 부하와 관련된 직업적 요인 (노동강도)의 수준이 생산성향상을 위한 생산기술과 관리방식의 발달과 함께 증가하여 신체가 적절한 휴식 후에도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반복적으로 부과됨에 따라 발생하게 되는 것이 생산현장에서의 근골격계질환 발생의 기본 구조이다.
근골격계질환의 발생에 기여하는 요인은 그 분류방식, 관점 등에 따라 다른 형태로 분류, 정의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1) 개인 차이에 의한 요인, 2) 사회경제적 요인, 3) 작업관련 요인(물리적 스트레스)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중에서 성별, 나이 등과 같은 개인적 차이에 의한 요인은 그 요인의 통제나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해 관리되어야 할 요인은 직업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주가 되며 그 중에서도 직업적 요인에 대한 관리가 그 접근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이유로 하여 현재까지 주로 연구되어 왔다. 이 중에서 인간공학은 주로 작업자세, 작업강도, 진동, 공구 등과 같은 물리적 스트레스의 평가와 개선에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직업적 요인 중에서도 특히 협의의 인간공학적 요인 (작업자세, 공구, 작업장구조..)에 대한 개선들이 주로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강조되어짐으로서, 노동강도와 작업에 대한 통제력 등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관리와 개선이 부실하여 근골격계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예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근골격계질환과 인간공학

근골격계질환의 작업관련 요인(자세, 반복, 힘, 휴식)중에서, 부적절한 작업자세는 작업장의 구조개선과 수공구의 개선 등을 통하여 비교적 용이하게 개선될 수 있는 편이다. 따라서 일단 눈에 보이는 요인부터 먼저 해결하고 나머지 요소들은 점차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자는 자본의 논리와 그 주위를 배회하는 일부 전문가 집단의 왜곡된 논리가 바탕이 되어, 골치 아픈 근골격계질환의 가시적 해결을 바라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처럼 눈앞에 확연히 그 개선의 성과가 보이는 소위 인간공학적(좁은 의미의) 작업환경의 개선이나 체조와 같은 미봉책들이 예방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작업장구조나 공구의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예방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해서는 반복성, 힘, 휴식비율 등의 요인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요소들은 자본이 끝없이 추구하는 생산성과 직결된 요소들이며 그에 대한 유해성의 평가와 필요한 노동강도에 관련한 자료를 자본측에서 내어놓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서 인간공학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공학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산업공학과에 속해있다. 산업공학이란 다름 아닌 작업의 분업화와 표준화를 근간으로 하는 테일러리즘이 그 바탕이 되어 기업의 생산성향상을 위한 연구를 기본으로 하는 분야로서 근골격계질환의 주요발생 원인을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산업공학에 인간공학이 포함된다는 것이 아이러니일 수도 있으나, 생산성향상을 위한 다양한 생산기술과 관리방법의 개발에 주력하는 산업공학에 속하는 인간공학이 근골격계질환 발생의 주범인 생산기술과 관리방법의 발달과정과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문제점의 평가와 개선에도 가장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한 인간공학의 활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첫째, 단기적 예방책인 작업장, 공구, 작업방법 등의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방책이 단기적이라 하여 이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둘째, 노동강도의 개선을 위한 노동강도의 평가에 활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생체역학, 작업생리학과 같은 인간공학의 많은 분야들이 노동강도의 평가와 직결된 분야들이다. 문제는 이러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간공학자를 많이 확보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근골격계질환 예방프로그램에서의 인간공학의 역할

현재 부족하고 미흡하지만 사업주의 근골격계질환의 예방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산안법에 근거하여 시행되는 예방프로그램의 내용을 정리하며 대략 <그림2>와 같이 요약되어진다. 이 예방프로그램에서 인간공학이 주로 관련되는 분야는 1. 작업장시찰 및 현황파악, 2. 교육 및 훈련, 3,4,5항의 유해요인조사, 7. 유해요인 분석 및 평가와 9,10,11항의 예방프로그램의 적용과 사후관리 등 의학적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항목에 직간접적으로 해당된다. 항목별 자세한 인간공학의 역할이 다음에 설명되어 있다.

1. 교육
현장의 작업자 및 활동가들에게 근골격계질환이 발생하는 본질은 생산방식의 변화에 따른 노동강도와 작업환경에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산업공학을 이해하는 인간공학의 활용이 교육에 적극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2. 유해요인조사
생산현장에 존재하는 근골격계질환의 유해인자를 찾아내는 일이다. 현장에서의 유해요인조사는 전체작업장과 작업자에 대한 유해요인조사를 위한 개략적인 유해요인조사와 노동강도 평가를 중심으로 한 세부적 유해요인 (노동강도) 평가로 나누어진다.
첫째, 개략적인 유해요인조사는 주로 checklist (흔히 말하는 RULA, OWAS, REBA, NIOSH Lifting Guide 등)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에 유해요인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checklist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평가도구의 사용기준과 방법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checklist의 많은 내용이 앞에서 언급한 노동인간공학의 분야의 다양한 연구결과에 기초한 것으로서 인간공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한 내용이다.
둘째로 노동강도를 중심으로 한 세부적 유해요인의 분석에서는 노동인간공학의 많은 영역(생체역학, 작업생리학 등..)이 외부자극 (노동강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노동강도의 평가와 관련한 내용으로 이부분에서 특히 인간공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3. 예방대책
예방대책에서 인간공학의 역할 또한 상당히 많다고 할 것이다. 소위 말하는 인간공학적 개선대책에 해당되는 단기적인 예방대책으로 작업장, 잔업환경, 작업공구, 작업방법의 개선에의 역할은 물론이며, 평가된 노동강도의 적절성에 대한 판단과 안전한 작업조건을 설정하는데 있어 인간공학의 역할과 활용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4. 환자관리
기본적으로 환자관리는 의학적 분야이지만 치료와 재활 후 복귀시 그 작업의 적절성과 유해요인에 대한 평가는 인간공학분야와 공조되어야 할 내용이다. 작업강도와 작업환경의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작업복귀는 또 다른 근골격계질환의 재발을 앞당기는 행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활 후 복귀시 작업조건의 개선 작업환경 및 노동강도의 적절성의 확인과정에서 인간공학의 참여가 필요하다.

5. 산재신청에 따른 업무관련성의 평가
비록 질환이 발생한 후의 사후적 관리이기는 하지만 산재신청에 따른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기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업무관련성에 대한 전문적 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한 직업적 유해요인과 업무관련성의 평가 인간공학의 역할이 요구되며, 궁극적으로는 현재 전문성이 의심되는 근로복지공단의 자문의제도 산업안전공단의 심사위원회 등에 인간공학전문가들의 참여가 요구된다.

맺는말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한 인간공학의 역할과 한계는 인간공학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원래 유럽에서 시작되었던 노동과학중심의 인간공학은 일을 사람에 적합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그 바탕이다. 사람이 편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의 구조, 공구는 물론이며, 적절한 노동강도의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공학은 이러한 두 가지에 모두 관련한 분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간공학이라 하면 주로 단기적인 개선에 치우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은 근본적으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인간공학자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인간공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잘못된 시각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공학을 일부 작업장, 공구 등 물리적 작업환경만을 다루는 분야로 해석할 경우 스스로 그 범위를 축소시키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인간공학자들이 근골격계질환의 예방을 위한 자신들의 학문적, 사회적 역할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또한 현장의 노동자들이 인간공학을 잘 이해하고 그들의 역할을 감시할 수 있는 혜안을 길러야 할 것이다. 이 짧은 글이 인간공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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