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월/기획2] 근골격계 관리프로그램-주도권을 쟁취하자!

일터기사

[기획2]

근골격계 관리프로그램-주도권을 쟁취하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실장 김인아

(intro)
최근 자본과 정부에서는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직업병 투쟁에 대한 대응으로, 사내의 의료관리로 근골격계 환자발생을 줄이고 일단 발생한 환자는 주기적 관리를 통해 조기에 복귀시킨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문제의 해결과정이 자본에 의해 진행될 경우, 근골격계 관리 프로그램은 일차적인 산재은폐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건강에 대한 기본권을 자본의 손에 넘기는 역할을 한다. 근골격계 직업병의 본질적 원인인 노동강도와 현장통제력의 문제에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다.

근골격계 관리프로그램을 시행함에 있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노동자의 ‘주도권’이다. 즉, 요양과정은 노동자 의식의 획득 과정이, 업무복귀 과정은 현장 통제를 부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산재 요양자와 현장에 있는 노동자 사이의 벽을 부수고 함께 투쟁하는 고리를 형성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전폭적으로 제안되고 있는 자본 중심의 관리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단순한 ‘참여’를 넘어 ‘노동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첫째! 노동자들의 요구 수렴과 목표 공유하기-현장교육실시

현장노동자, 활동가, 노조간부 등을 대상으로 하여 근골격계 직업병과 원인 등에 대해 교육한다. 단협으로 보장되어 있는 교육시간의 운용에 노동조합의 참여를 확대하여 노동조합 추천 강사를 중심적으로 배치한 교육이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근골격계 직업병과 관련하여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대표되는 노동과정에서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 원인을 교육하고, 실제 현장 투쟁사례와 그 성과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양과 실제 투쟁과정, 이후 복귀과정까지를 고려한 통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초 교육과 함께 근골격계 투쟁을 현장 주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 노동강도 강화의 기전을 경험적으로, 혹은 기존 자료를 통해서 분석하여야 한다. 이로 인해 현장 노동자의 삶과 건강의 문제에 대하여 현장에서 직접 교육안을 만들면서 투쟁의 목표에 대한 공유를 조직하고, 현장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성안하는 과정을 병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사업 초기부터 현장의 실천단위를 구성하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실천단위는 위와 같은 교육안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면서, 이후 실제적인 현장의 요구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주체가 되어야 한다.

둘째! 현장개선은 노동자들의 손으로-일상적인 실천주체의 조직

근골격계 관리 프로그램은 기초 자료와 조직된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일상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노동자가 다양한 수위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일상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만들어진 체계의 운영주체는 노동자들이 되어야 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현장 중심으로 문제점 파악 및 개선을 실시하고, 개선에 대한 평가를 조직화하는 순환체계의 구성을 의미한다. 즉 지속적인 노동자 교육을 보장하고,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 실시 및 평가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역동적인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투쟁과 실천주체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이다.

셋째! 재활과 복귀, 노동자가 결정한다!

현재 운영되는 일반적인 재활프로그램은 4-8주 정도로, 근력강화 및 교육 중심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적인 접근만으로는 실제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재활이 불가능하고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지속적인 면담 및 교육과 함께, 1주 1회 정도의 현장 방문으로 현장개선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서, 요양자가 재활기간과 복귀여부, 요양기간을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미 2003년을 거치면서 다수의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자가 발생하였으며, 이들은 바뀌지 않은 현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요양자를 중심으로 한 복귀 투쟁을 전개할 것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복귀 투쟁 제안 표)

강조하건데, 업무복귀 투쟁은 노동강도강화 저지투쟁으로, 노동자의 현장통제권 확보투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성을 가진 사업이어야 하며, 현장과 노동재해 노동자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어야 한다.

넷째! 치료부터 복귀까지, 노동자가 결정한다.

① 증상에 따른 치료방법 결정
: 검진을 받은 노동자들 스스로 결정하게 하며 그 결정을 조합이 수행하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부터 현장 실천단위가 결합하게 해서, 결정을 개인적인 것이 아닌 현장 모두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② 재활프로그램의 선택
: 재활프로그램은 단순한 휴식부터 다양한 기계·기구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일괄적으로 노동자를 끼워 맞추는 것은 질환의 개인차를 무시한 행태이다.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도입하고 이 중 개인에게 맞는 것을 결정하도록 하며, 이 과정에 요양자의 조직이 개입하여 적합한 재활프로그램에 대한 토론과 정보를 공유한 뒤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③ 현장 개선 상태에 따른 복귀 결정
: 근골격계 직업병은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대부분 복귀하며 완치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상당수 있다. 현장이 바뀌고 노동강도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근골격계 직업병의 재발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따라서 요양자들은 요양 중 정기적인 현장 방문을 통해 자신들의 현장의 개선 상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현장 실천단위와의 토론을 거쳐 자신의 복귀를 결정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개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여 진행할 수 있는 형식이 갖추어져야 하며 그 권한은 요양자와 현장 실천단위가 함께 가져야 할 것이다.
④ 적응훈련 후 복직판단과 복직 방법
: 적응 훈련과 복직 판단 및 복직 방법도 위의 복귀 결정과 다르지 않다. 복직의 다양한 수준을 만들고 재활치료를 병행한 적응훈련의 과정을 노사가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수준의 적응훈련과 복직 방법을 마련한 후 현장의 개선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해 해당 노동자와 해당 부서의 실행위원이 함께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⑤ 복귀 후 추적 조사
: 복귀 후 주기적인 증상 조사와 실제 현장 개선의 효과, 그리고 노동자가 느끼는 노동강도와 노동조건의 변화에 대한 주기적인 조사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요양자들의 부서 실행단위에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복귀 후 평가가 실행단위로 모아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요구와 실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 시작해 볼까?

근골격계의 예방 및 재활/복귀 프로그램은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냐, 어떤 물리 치료를 얼마나 받냐, 어떤 재활기구들을 들여 놓느냐, 어떤 치료방법을 가져가느냐가 핵심이 되어왔다. 돈 몇 십억을 들여 재활센터를 화려하게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각 흐름과 단계가 모두 현장투쟁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쟁취된 노동자의 통제력으로 운영이 될 때, 비로소 완전한 예방 및 재활/복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틀거리는 필요할 수 있으나, 이의 실제적인 운영에 있어서 요양자 자신과 요양자 전체의 요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복귀 및 재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장이 과연 개선되어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느냐?”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노동자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실제적인 현장개선의 방식들을 토론하는 것이 적극적인 자기치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근골격계 직업병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요인인 노동조건의 변화는 자본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여기에서 노동자는 철저히 배제된다. 실제적인 노동과정, 생산방식, 경영방식에 대한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문제제기와 개입, 그리고 대안 생산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든다. 그것의 핵심이 골병이든, 과로사든, 직무스트레스든 중요하지 않다. 근본적인 원인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세계화란 변화에 대하여, 가장 기초 단위인 현장 부서에서부터의 노동자 개입과 실천이 없는 이상, 우리는 골병과 죽음의 현장을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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