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월] “서울시내 허드렛일은 다 한다고 봐야죠.”

일터기사

[일터이야기]

“서울시내 허드렛일은 다 한다고 봐야죠.”
– 서울 상용직 노동조합 서대문지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허 경

(intro)
‘낡은 도로를 포장하거나 지하보도, 육교 등을 건설하고 가로등과 보안등을 설치 관리합니다. 또한 하수도를 새로 놓거나 고쳐서 항상 깨끗한 하천이 되도록 하며, 비로 인해 도로나 건물이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여 구민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합니다’
서대문구청 홈페이지의 토목하수과에 대한 소개글이다.
글은 구청 공무원이 썼겠지만 ‘구민들을 위한 일’을 몸으로 직접 하는 사람들은 분명 따로 있을 거다.
이들이 상용직 노동자들이다. 서울 상용직 노동조합 서대문지부 조합원들을 만났다.

1. 상용직

“서울시내 허드렛일은 다 한다고 봐야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이기도 한 국승종 지부장님께서 필자를 비롯 대부분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상용직’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행정자치부에서 사용하는 명칭은 ‘비정규 상근인력’인 상용직 노동자들은 구청의 계약직 노동자이다. 토목과, 하수과, 공원녹지과, 건설관리과 등에서 도로 보수․유지, 하수도 준설․보수․유지, 공원관리 등의 일을 한다. 예전에는 일용직처럼 일해 오다 91년 300일 이상 일하는 이들은 상용직으로 1년 단위 계약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1999년 서울 상용직 노동조합을 출범시켰고 2000년 전면파업 10일의 투쟁을 펼치면서 단협안을 건설한 이들은 공공영역의 최전선에서 노동함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새벽에 열심히 일해 놓으면 사람들은 환경미화원이 다 한 줄 안다니까요…”

2. 25kg, 40kg, 100kg, 140kg

서대문지부장님의 안내로 구청건물 옆 도로관리계 대기실을 방문했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대기실 앞 넓은 터에는 여러 가지 작업자재들이 쌓여져 있었다.
여러 대의 트럭이 서있었고 시멘트, 제설작업에 사용되는 염화칼슘, 아스팔트 보수포장재, 인도와 차도를 구분 짓는 경계석들이 높게 쌓여있는 모습은 이들의 노동강도를 가늠하기에 충분한 정보였다.

“염화칼슘 한 포 25kg, 시멘트 한 포 40kg, 아스팔트 보수 포장재 40kg, 경계석 작은 거 100kg, 큰 거 140kg… 작업할 때마다 직접 옮기는 것들이죠.”
“특히 겨울에는 눈 오면 염화칼슘 살포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들의 작업장인 도로 한복판과 달리 아늑하게 꾸며진 대기실에서 도로관리계 조합원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여름 장마철에 하수과 사람들이 수방대기(침수 등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대기하는 것)를 하는 것처럼 우리는 겨울에 제설작업을 위해 대기를 하죠.”
“1월 16일부터는 5일 동안 집에 못 들어갔어요.”
“염화칼슘 살포하고 나면 마스크를 쓰고 작업을 해도 얼굴하고 목이 따끔따끔하고…”

지난 1월, 장장 7년 만에 도로관리계에 새로 충원된 신입 조합원은 이번 설 연휴 괴담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이틀 동안 대기하고 있다가 겨우 들어가서 명절이라 아버님과 술 한 잔 하려고 했죠… 한 잔 따르니까 눈이 내리데요… 바로 나왔죠… 옛날에는 눈이 천사였는데 지금은…”

항상 함께 일하는 도로관리계 조합원들의 가족은,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눈을 싫어한다고 다들 말씀하셨다. 여름에 수방대기 하는 하수과 조합원들의 가족은 비를 무지 싫어하겠군…

3. 330 – 1472

330 – 1472는 서대문구청은 일사천리 민원해결서비스이다.
민원접수 후 2시간 안에 해결해주는 초스피드 대민서비스를 말한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유권자의 심기에 많은 신경을 쓰는 지자체들은 여러 가지 민원해결서비스들을 도입했고 덕택에 늘어난 업무량은 상용직 노동자들의 짐이 되었다. 서대문구청 상용직들은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관내 어느 곳이든 일사천리로 달려가야 한다.
물론 인원의 확충은 없다. 그래도 민원은 증가한다.
인터넷민원, 구청장직속민원, 적출사항, 순찰사항…

관내 동사무소 직원들과 구청직원들에게 해당되는 ‘견문’이라는 제도에 대해 지부장님이 소개해주셨다. 관내의 시설 등 중 보수가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보고하면 실적을 고가점수에 반영하는 ‘보물찾기’제도이다.
턱없이 모자란 인원으로 과도한 작업량을 감당하고 있는 우리 ‘비정규 상근인력’들의 고통을 접수하고 일사천리로 해결해 줄 민원창구는 …
없다.

‘우리 구 내의 산이나 공원 등에 나무나 꽃을 심어 아름답게 가꾸고, 산이나 그린벨트가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산불을 예방하고, 거리의 가로수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서대문구청 홈페이지의 공원녹지과에 대한 소개글이다.
97년 이후 서대문구청 관내에 놀이터 등 공원은 50여 개가 늘었다.
공원계 5명, 조경계 6명, 공원녹지과 상용직의 인원은 97년 이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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