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월] 함께 호흡하며, 조합원이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일터기사

[현장통신]

함께 호흡하며, 조합원이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 김태곤

(intro)
8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나오는 날, 0시가 지난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많은 동지들이 그 앞을 가득 메우고 출감하는 나를 맞이하였다. 그리 길지 않은 그 짧은 만남의 시간,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이하 민투위)동지들과 요양자들, 그리고 현장활동가들이 그동안 가져주셨던 분에 넘치는 관심과 애정에 이후 내가 뭘 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떠올리며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해보았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현장조직으로서 진행했던 근골격계 투쟁을 되돌아보면, 과정과 결과를 가지고 조합원대중과 현장활동가들의 다양한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노동보건활동이 그간의 간부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조합원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활동이 되었다는 측면과, 노동조합이라는 제도화된 틀 속에서 현장조직의 활동방향을 고민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낳은 측면은 있었다고 자평한다.

사실 민투위의 근골격계 투쟁은 전체 노동계급의 위기를 계급적 단결 속에서 해결하고자 했던 고민을 가지고 출발했다. 민투위는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적 통합 과정 없이 단순히 조직형태만 변경하고자 했던 2000년부터의 산별노조 건설에 대해 상당한 문제인식과 문제를 제기하여 왔다. 그래서 02년에 “정규직․비정규직 장벽을 뛰어넘는 계급적 투쟁을 통한 산별노조건설”을 핵심투쟁 과제로 설정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건강권 쟁취’, ‘기득권 저하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3대 투쟁과제를 확정하였다. 이러한 사업계획에 따라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이 노사 합동으로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는 근골격계 사업이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9대 집행부를 집행하면서 전대집행부에서부터 넘어온 근골격계 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이로 인해 ‘노사공동’이라는 큰 골격에 있어 세부적 접근 없이 그대로 받아 안았던데 대한 책임과 자기반성에서부터 사업의 기조가 출발하였다. 또한, 민투위는 당시 이러한 점에서 대중적으로 분명히 자기반성과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을 진행했다.

이제까지의 노동 보건활동은 대중투쟁의 영역이 아니라 관료적이고 제도화된 조합주의 활동이었다. 이를 탈피하고 현장 조합원대중이 주체가 되는 투쟁을 준비하고 실행하면서 “공조직 흔들기다”, “대중을 볼모로 자조직의 이해를 얻고자한 정파적 발상이다”라는 등의 비판도 받았고, 그로 인해 투쟁의 성격이 왜곡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투위는 노동조합의 잘못된 사업의 방향을 비판하고 견인해 나가는 것이 현장조직의 활동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단순히 비판하고 문제 제기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대중과 함께 직접적 투쟁을 통해 그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합원대중과 함께 하는 투쟁을 하면서 노동조합이라는 공식적 틀이 아닌 현장조직으로써의 한계와 어려움이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02년 11기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조직원 교육, 토론회 등을 거쳐 공개검진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과 여타 현장조직들의 비판, 사측의 집요한 방해, 현장 밖에서 진행하는 검진장소의 문제, 노동조합 검진과의 시기적 중복성 문제로 인한 검진자들의 혼란, 현장조직으로서의 신뢰성 문제 등 여타의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특히, 검진 과정과 유소견자, 요양신청자동지들에 대한 회사측의 집요한 회유와 협박으로 인한 요양신청자들의 중도포기가 무엇보다 큰 어려움이었다. 이미 현장조직으로써 조직적 사활을 걸고 진행한 만큼 조직원과 요양신청 조합원들의 함께 하는 교육사업, 출근투쟁, 회사 본관로비점거, 공단 타격집회, 피켓시위, 공단점거농성 등 직접적 실천 투쟁을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내부의 결속과 근로복지 공단과 회사측의 회유와 협박을 정면으로 돌파해 나갔으며, 그 결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요양 신청자 전원에 대해 요양승인을 쟁취했다.

지난 투쟁의 핵심적 사안은 노동조합이라는 공식적 틀 속에서 현장조직으로서의 투쟁의 관점과 방향을 바로 잡는 것이었다. 관성과 타성에 젖은 조합주의 질서를 뛰어넘어 계급적인 노동운동을 하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단순히 요양신청자들이 요양승인을 받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근골격계 직업병의 확산원인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강도의 문제이며, 개별적인 노동강도나 작업환경 때문이 아니라 자본의 끊임없는 이윤착취에 따른 집단적 노동강도의 문제이다. 이는 노동이 자본으로부터 생산에 따른 개입과 통제권을 확보해 내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지난해 임원선거를 통해 11대 집행부에 당선되었고, 이제는 현장조직으로서가 아닌 노동조합으로서의 중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상황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그동안 제기되어 왔던 문제점들에 현장에서 가져왔던 문제인식을 반영해 제대로 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노사합의로 상, 하반기에 나누어 진행되었던 검진자 중 상반기 요양불승인 조합원과 하반기 2, 3차 대상자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이에 따른 여러 문제 해결과 노동자 건강권,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올바른 사업을 조합원 속에서 녹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지난해 집단요양투쟁을 통해서 민투위는 현장에서 많은 가능성을 만들어 내었다. 근골격계 직업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대중적으로 알렸으며, 부분적으로 노사합의 사업의 진행과정을 수정시켰다. 근골격계 직업병에 대한 접근방법과 해결, 예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바로 잡고자하는 우리 내부의 철저한 준비 속에서 조합원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조합원을 동원의 대상이 아닌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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