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월] 새로운 싹을 틔우는 봄, 그러나 현실은…

일터기사

[문화마당]

새로운 싹을 틔우는 봄, 그러나 현실은…
한라공조노동조합 조직국장 최구영

올 한해는 예전 겨울과 다르게 유난히도 칼바람이 몸 속으로, 아니 뼈 속 깊이 파고들었던 겨울이었다. 아직 봄이라고는 확실히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한낮에는 긴-겨울잠에서 깨어나 봄기운을 느낄 만큼 날씨가 거의 풀렸다. 동면하던 동물들이 땅 속에서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경칩도 지나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이제 모든 세상 사람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봄이라는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사람들과 별반 다름없는 마음이다. 완연한 봄날을 생각해보자. 그야말로 꽃들이 산과 들에, 아니 전국 곳곳에 수채화 그림처럼 멋진 장면 연출을 한 것을 보고 그 누가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인가? 삼삼오오 대오를 만들어 강으로, 산으로, 휴양림으로 봄 내음을 느끼려 찾아 나섰던 때도 있었다. 아이들 또한 그동안 집안에서 움츠려 있었기 때문인지, 밖으로 나가서 꽃구경도 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타고, 엄마아빠와 함께 점심을 먹자고 조르기도 한다. 그 동안에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이라는 구성원을 새삼스레 돌아보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먼 옛날 일처럼만 느껴진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떠한가? 정권과 자본이 노동탄압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이에 맞서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노동해방을 생각하면서 산지 벌써 수년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에 일곱분이 분신, 자결, 투신으로 노동탄압과 손배가압류에 맞서 산화해 가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며칠 전 박일수동지가 ‘비정규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분신하였다. 또 몇 시간이 지났을까? 유석상동지가 작업도중 허리를 다쳐 산재치료를 받아오던 중 산재불승인이라는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일 때문에 자결을 하였다.
남들은 꽃놀이다 야유회다 하면서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다. 여느 때에는 무척이나 부럽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은 나에겐 꿈같은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남들처럼 밖에 피어 있는 꽃내음과 봄내음을 느끼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살살고도 싶다… 그렇다고 여기서 신세타령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정권과 자본에 맞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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