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월]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순 없다!!

일터기사

[현장통신]

죽을 수는 있어도 물러설 순 없다!!
– 월드텔레콤 해외이전 반대 산업공동화 저지투쟁

웰드텔레콤지회 사무장 정남득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 되지 않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막 5살이 된 작은 아이를 시어머니께 떼어놓고 아픈 마음으로 출근을 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4년이 되어갑니다. 아침마다 현관문을 나설 때면 울며 매달리는 작은 아이를 떼어놓는 것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회사는 점점 사원이 늘어나 1천2백 명이 넘어섰습니다. 회사가 날로 발전하면서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일이 많으면 밤10시까지도 붙잡혀서 일을 했습니다. 그럴 때면 토요일도 일요일도 모두 반납하고 회사에만 매달려야 했습니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연장근로 한번 빼려면 별소릴 다 들어야 했고 그것도 모자라 관리자가 현장 앞에 지키고 서서 가는 사람을 잡기도 했습니다. 두 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한달 잔업시간이 100시간을 넘는 경우도 허다했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인지 회사는 잘나가는 벤처회사란 소릴 들었고 필리핀과 중국에 해외공장(각1600명씩 3200명)을 세운다는 소릴 듣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을 배우러 왔을 때, 기쁜 마음으로 일을 가르치며 나라경제발전과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데 내가 한몫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해외공장이 설립된 이후 회사는 설비를 빼가고 사원들을 정리해고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200여명이던 노동자가 줄고 또 줄어 2003년 초에는 400여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어 우리는 투쟁에 나섰고, 그 결과로 400명에 한해서 3년간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회사는 2004년 1월 8일 새벽에 주야간 근무조가 교대하는 틈을 타서 밤 새워 일했던 설비를 2시간만에 모두 빼돌렸습니다. 사전에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자재창고에 있던 자재들마저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측에서는 우리에게 상황설명은 커녕 얼굴도 내밀지 않았습니다. 다시 밤근무를 들어왔지만 덩그러니 빈 현장에는 갈 곳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회사는 밤12시에 쥐새끼처럼 후문으로 몰래 들어와 남아있던 제품마저 또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다는 말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제 회사에서 필요한 인원은 50명뿐이다.’였습니다.
– 월드텔레콤 노동자의 글 중에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월드텔레콤지회가 지난 1월8일 새벽 기습적인 설비 반출과 해외이전에 맞서 투쟁한지 벌써 두 달을 넘어섰습니다. 설비가 빠지고 이제는 희망이 없을 것 같던 공장도 330명 조합원들의 하나 되는 투쟁 속에서, 희망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월드텔레콤은 컴퓨터 헤드를 읽는 주요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2000년부터 초고속성장을 해온 유망 벤처기업이었습니다. 이러한 초고속 성장 뒤에는 최저수준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회사가 잘 되기만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해외 공장이 잘 되면 국내 노동자의 복지에 신경 쓰겠다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해외공장 이전을 위해 새벽에 일하던 기계를 몰래 빼가는 파렴치한 행각을 벌였습니다.

이에 350명 조합원들은 지난해 5월 맺은 고용안정 협약서 준수이행, 해외이전 반대를 주장하며 다각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압박투쟁, 해외매각 사업장과의 연대투쟁, 그리고 해외이전이 불러올 산업공동화 저지를 위한 대시민 서명운동. 월드텔레콤지회 조합원들은 대부분이 3-40대 주부들입니다. 머리띠만 보아도 어색해하고, ‘투쟁’이란 단어는 무서워하던 조합원들이 이제는 해외이전 반대 산업공동화 저지 대시민 서명운동을 힘차게 벌이고 있습니다. 전 청주시민을 다 만나겠다는 각오와 결의로 주2회 시내 거점 실천도 전개하며, 남 앞에 서본 적 없는 조합원들이 우리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시내 한복판에서 노래를 부르고 몸짓을 합니다. 이제는 끝이라는 절망을 넘어 새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월드텔레콤의 해외이전의 문제는 원청인 삼성의 국내 기지 철수로 인한 것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차떼기로 정치권에 검은 돈을 주는 삼성이, 하청업체에 2조원을 풀어 살려보겠다는 삼성이, 여성노동자 400명을 거리로 내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시민선전전과 더불어 대삼성 타격투쟁에 힘차게 나설 것입니다. 오는 3월 3일 삼성 본사 앞 집회를 시작으로 삼성과의 투쟁을 본격화할 것이며, 10일에는 국회 앞 투쟁도 진행할 것입니다. 무엇 하나 쉬워 보이지 않고, 앞조차 보이지 않는 안개 속 정국이지만 우리들은 이러한 많은 투쟁을 통해 반드시 고용안정을 쟁취할 것입니다.

저희들이 투쟁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별 연극도 하고, 노가바(노래가사바꾸기)도 하면서 평소에 시간이 없어 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금속노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는 우리의 상황을 극으로 표현한 <현대판 흥부네 박 터졌네>를 공연해 많은 박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오는 3월 5일 있을 청주지역 여성의 날 행사인 한울림대회에도 참가하여 수화공연을 펼칠 계획입니다.

승리의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저희들은 스스로를 고용안정투쟁의 선봉대, 해외이전 저지투쟁의 사수대로 여기며 기쁘게 투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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