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월/노동자문화] 설령 이 길이 가시밭길이라 해도, 바로 이 길을! – 농협노조 문화일꾼 <해오름>

일터기사

[노동자문화]

설령 이 길이 가시밭길이라 해도, 바로 이 길을!
– 농협노조 문화일꾼 <해오름>

농협노조 경인본부 안양원예분회 부분회장 배한규

해오름은 2001년 10월에 결성이 되었습니다. 최초 4월경 민주노총 경기중부지구협의회에서 문화패에 대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같이 교육을 받고 있던 저희 농협노조 안양원예분회와 새마을금고노조 안양북부분회 동지들과 함께 연합 율동패를 창설하였습니다. 안양북부분회는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노조 결성이 되었고, 같은 사무금융 소속이라서 동질감을 가지고, 2001년 10월에 <해오름>이라는 이름으로 창설을 하였습니다. 가장 크게 율동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가 있습니다. 2001년 5월경 수원에서 열린 경기 민중집회 때 골프장도우미노동자들이 하는 율동에 노동자들이 즐거워하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을 보고, 우리 농협노조도 율동패를 만들어 조합원 하나 되고 즐거운 투쟁, 신나는 투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마음 먹은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조합원에게 한두번씩 교육을 시켰으나, 매일 의자에 않아 컴퓨터 자판만 치던 조합원들이라 어려워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거든요. 많은 회의와 단합대회를 통해 유지하려고 했지만, 최초에는 12명이 넘는 패원들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하여 현재의 5명으로 구성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2002년 2월부터, 일주일에 3시간을 투자하여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공연은 2002년 5월 26일 전국농협노조경인본부 투쟁선포식 때였습니다. 이 집회에 5천명이 넘는 동지들이 참석을 하여, 전 패원들이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많이 긴장을 했지만, 막상 올라가니 아무 생각 없이 공연을 마쳤답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실수를 해서 아직도 연습이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5천명이 넘는 동지들의 박수를 받았음에 나름대로 자부심도 생겼습니다. 잘하지 못하는 율동이지만 조합원들이 기뻐하며 투쟁에 불타는 눈빛을 보였을 때, ‘율동패를 결성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첫 공연을 통해 우리의 의지를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농협노조 조합원들 앞에서 했던 공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었습니다.

처음의 실패를 교훈삼아 우리는 많은 연습을 하였고, 민주노총 산하 동지들 앞에서도 많은 공연을 하였습니다. 그 중에 보령자동차학원노조 투쟁의 현장에서 공연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참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세상에 많은 노동자들이 있지만 이렇게 생활하는 노동자도 있구나, 이렇게 투쟁하는 사업장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5명의 조합원이 노동자의 권리를 찾자고 열심히 투쟁하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 세상이 더러운 세상이구나’ 라는 생각이 교차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어려운 사업장에는 더욱 많은 지원을 하기로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농협노조 서인천분회 수련회 때 했던 공연은 가장 힘들었던 공연으로 손꼽힙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공연할 장소는 되겠지 하고 방문을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공간이었습니다. 식당건물 3층에 있는 일반 가정집이었거든요. 공간도 비좁았지만 바닥이 장판이라 상당히 미끄러웠고, 겨울이라 날씨가 추워서 바닥도 차가웠습니다. 그래서 율동을 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간곡한 요청이 있어서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그런지 엄청 많은 실수를 하였습니다. 처음 공연할 때보다 더 많은 실수를 하여 진정 창피한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너무나 동지들에게 미안했고, 얼굴을 제대로 들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지들이 우리를 위로해 주어서, 조금 위안을 삼았답니다.

이런 상황들 속에서 우리는 열심히 율동패를 이끌어 왔습니다. 저희는 항상 농협노조원들과 함께 했고, 이 길이 가시밭이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고 이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것입니다. 개인의 사정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어 연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지만, 패원들은 우리가 농협노조 최초의 율동패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농협노조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노동자의 노동탄압을 박살내는 그 날까지, 투쟁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하는 해오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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