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월/투쟁의현장] 현대중공업, 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터기사

[투쟁의 현장]

현대중공업, 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 부산연구소 현장통신원/부산지하철 차량지부 김범석

나: 현대중공업이 왜 이러는데… 옛날에 골리앗투쟁 하던 그 사람들이 아닌가?
사내 하청 노동자: 왜, 그 사람들 이제 돈 많이 받는다 아이가.
나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물을 것도 없었다.

현대중공업은 150만평의 작업장과 2만7천명의 노동자를 거느린 거대기업이다. 자칭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하는 이 곳에서 일하는 2만7천명의 노동자 중에는 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생산직 중 반은 정규직이고 나머지 반은 비정규직인데,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지만 그들이 받는 대우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정규직이 놀면 식당은 운영조차 하지 않고, 작업복도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정규직에게 사 입어야 하고, 안전도구와 소모용품, 크레인조차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월급도 반 정도다. 이 뿐이랴. 정규직이 회사에서 받는 복지혜택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한 노동자가 분신을 했다.
이것을 현대중공업 노조는 싫어한다. 왜? 비정규직이 있음으로 해서, 자신들의 일자리는 보장이 되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없을 때 비정규직을 짜르면 되기 때문이고. 비정규직이 임금을 적게 받고 많이 일 할수록 정규직은 그만큼 많이 받고 편할 수 있으니까 정규직은 비정규직이 조직화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노조 대의원들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행했다. 장례식장에 가서, 행패를 부리는 것을.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가슴이 터져올 일이다. 노동조합에서 그럴 수가. 어제의 동지들에게 이럴 수가. 안타까운 일이다.

방어진에는 비정규직 노조사무실이 있다. 그 곳에 비정규직 노동자는 갈 수 없다. 얼쩡거렸다가는 바로 모가지다. ‘나는 비정규직 노조원이요’라고 외치고 두 명의 동지가 해고를 당했다. 이 동지들은 정문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정문 밖에서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데 정문 안쪽에서는 쓰레기통을 두어서 ‘회사에서 필요 없는 것은 버리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 사무실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러들여 앞으로는 비정규직도 정규직처럼 대우해 주겠다고 한다. 선거철이니 나올 수 있는 말이다. 누굴 바보로 아나. 썅.

힘들고 어려운 비정규직의 현실을 죽음으로 고발한 비정규직 노동자 박일수 열사. 이분의 뜻을, 우리는 놓쳐서는 안 된다. 노동자가 올바르게 대우받고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없고, 차별이 없는 노동세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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