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월] 노동조건의 변화와 직업성 긴장수준과의 관련성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노동조건의 변화와 직업성 긴장수준과의 관련성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기획위원 고상백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오늘날의 산업공정은 정보통신과 자동화 기술의 도입으로 점차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량생산에 대체하는 품질지향의 소량생산을 골자로 하는 혁신적인 생산을 요구하고 있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생산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노동편성 역시 신경영 전략의 도입으로 다기능화․직무범위의 확대․배치전환․파견 등으로 노동과정을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있고, 작업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구조적 전환기에 들어서면서 생산량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노동시간 및 노동자의 수를 신축적으로 조정하고 있고, 그 결과 직접적인 고용관계의 단절을 통해 야기되는 대량실업, 비정규직의 확대, 고용불안은 노동구조를 이중화하며 재직 노동자의 작업량과 노동강도를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다양한 기능 습득과 작업량의 증대 및 작업의 복잡성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고, 여유시간의 감소, 작업속도의 증가 및 노동강도의 강화로 육체적 피로가 과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쉽게 노동조건의 변화를 파악하는 설문지를 만들고자 하였고, 설문도구로서의 유용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타당도와 신뢰도를 분석하였다. 또한 최근의 노동조건의 변화가 노동자의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증가하고 직업성 긴장수준을 높이는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2. 연구 방법

이 연구는 노동조건의 변화를 평가하는 표준화된 설문지를 구성하기 위하여 조선업종, 자동차업종, 중공업, 궤도업종, 기타 제조업종 등 다양한 업종을 조사하였으며, 총 조사 대상자는 10,129명이었다. 조사도구는 질적연구(노동자 인터뷰 등)를 통해 얻어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하였으며, 최종 설문지는 절대적 노동강도(6문항), 상대적 노동강도(8문항), 유연화(5문항)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노동조건의 변화를 조사하였다(부록 참조). 조사도구의 타당도를 파악하기 위해 문항내적일치도와 문항판별타당도를 구하여 검정하였다. 신뢰도는 내적 일치도를 나타내는 신뢰도 계수(Cronbach’s α)를 이용하였다. 직업성 긴장수준은 카라섹(Karasek)의 고용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사용된 직무내용 설문지(JCQ)를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번역하고 타당도가 국내에서 널리 인정된 설문지를 이용하였고, 직무자율성과 직무요구도를 조합하여 저긴장, 수동적, 활동적, 고긴장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노동조건의 변화와 직업성긴장수준과의 관련성은 상관분석과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평가하였다.

3. 연구 결과

질적연구를 통해 얻어진 업종별 노동조건의 변화양상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이를 토대로 절대적 노동강도, 상대적 노동강도, 유연화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노동조건의 변화를 조사하는 설문지의 구성은 부록에 제시한 바와 같다.

표 1. 각 업종 별 노동조건의 변화에 따른 노동강도 강화의 결과(질적 연구결과)

10,129명의 노동자들이 응답한 최종 설문지에 대한 분석 결과, 표 2와 같이 문항판별타당도 성공율은 100%였고, 문항내적일치도는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0.4 이상)이었다. 그러나 두 문항(부서의 인력 변화(0.33)/ 다른 부서로 파견 가는 일의 변화(0.36))의 경우 향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검토가 필요하다. 신뢰도 역시 모든 영역이 집단용 설문지로 적합하였다. 따라서 노동조건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 구조화된 설문지는 집단용 설문 평가도구로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다.

표 2. 노동조건 변화 설문지의 문항내적일치도 및 문항판별타당도

노동조건의 변화와 직업적 특성과의 상관성을 알아보았다. 노동조건의 총변화가 클수록 직무요구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세부적으로는 절대강도와 상대강도 역시 유의한 상관성을 보였다. 직무자율성의 경우 절대강도, 상대강도, 유연화 모두 증가할수록 유의하게 감소하였다. 결론적으로 노동조건의 변화가 업무요구도를 증가시키고, 업무자율성을 감소시켜 표 3과 같이 직업성긴장 수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노동조건의 변화가 직업성 긴장수준에 미치는 영향

4. 결론

이미 서구에서는 작업 조직의 변화 및 노동조건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건강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었다. 논쟁의 주요 핵심은, 포드주의 생산체계를 유지시켜주던 테일러주의적 작업조직에서 양립하기 어렵다고 간주되는 생산효율과 노동의 인간화 사이의 모순이 새로운 작업조직 체계에서는 해결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논쟁은 산업보건 영역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예컨대, 자본의 입장에서 시간 동작 연구를 통한 최대한의 분업화와 직무세분화, 직무에 있어 구상과 실행의 분리, 직접노동과 간접노동의 분할, 노동자의 직무통제의 최소화, 숙련형성과 기술습득에 요구되는 시간의 최소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과거 전통적 작업조직 유형에서는 근골격계 질환, 재해 및 피로도가 증가하였지만, 새로 도입되는 작업조직 및 노동조건의 변화는 수평적ㆍ수직적 직무통합과 분업축소, 숙련의 체계적 형성, 자동화 도입 그리고 자율성이 작업팀 내 개별 작업자들에게 보장되는 작업조직으로 업무 긴장도를 감소시키고 스트레스와 연관된 질병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여러 연구들은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신기술에 기반한 새로운 작업조직의 핵심적 구성요소들로 일컬어지는 팀 작업이나 다기능화 역시 전통적인 테일러주의를 변용한 것에 불과하고, 고도로 표준화된 공정에 따라 업무 배치를 하고 이를 근간으로 매우 좁은 범위의 자율성만을 부과한 결과 자율성의 증가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Landsbergis 등은 1976년부터 1998년까지 영어로 출판된 관련연구를 Medline과 PsycLit를 통하여 검색하였다. 검색 결과 총 38개의 논문이 수집되었고, 대부분의 연구에서 작업속도와 요구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으며, 의사결정 권한은 증가하고 기술수준은 보통이거나 일시적으로 증가 또는 감소하여 총체적으로는 의사결정의 재량권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결국 직무자율성이 증가하였더라도 노동강도의 강화를 보상할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유럽에서도 노동조직의 변화와 건강에 대한 연구 영역을 유연 건강론(Flexi-health)이라고 명명하고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양적인 업무과중(노동시간 증가, 주기단축, 증가된 업무양 등)과 질적인 업무과중(업무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도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하여 여러 업종에서 노동조건이 다른 기전을 통하여 변화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절대강도, 상대강도 및 유연화가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전반적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직무요구도를 증가하고, 직무자율성을 감소시켜 전반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있으며, 고긴장 집단의 노동자를 양산시키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 연구결과 확보된 설문지를 이용하여 현장 노동자들이 전반적으로 노동조건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최근 사업장의 노동조건 변화가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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