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월/기획2]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유해요인 조사를 뛰어넘자!

일터기사

[기획2]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유해요인 조사를 뛰어넘자!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교선부장 성세경

1. 노동강도 강화 저지투쟁의 주체형성 관점에서 유해요인 조사를 기획하자

유해요인조사는 정부주도 아래, 산업안전공단 주관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6월 30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정부의 유해요인조사 지침이 워낙 허술하니까 자본은 안전관리 담당자들을 시켜서 형식적인 ‘서류’를 작성하는 것으로 진행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결국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자본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이렇듯 산안법 시행령 개정은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과는 현장투쟁을 정리․정돈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관철되어 있다.
노동부 고시의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범위는 너무나 투명하게 이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번 유해요인조사는 개별적․집단적 작업환경 개선을 막아내기 위한 ‘중간결산’이다. 유해요인조사 보고서는 보고서로서 역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3년간 근골격계 직업병을 밝혀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대응하지 못하면 작업환경 개선의 명분도 없어진다. 자본은 이것을 주시하고 있으며, 조사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안팎으로 결코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유해요인조사를 시작하고 있다. 자본의 계산과 노동조합의 계산은 하늘과 땅 차이다.

2. 유해요인 조사를 위한 관점

첫 시작은 조합원과 막힘 없는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교육과 선전, 조직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노동강도강화 저지’라는 당위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우리가 일하고 있는 사업장의 노동강도가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첫 번째 목표일 것이다. 개별적인 작업환경의 문제를 밝혀내는 인간공학과 집단적인 작업환경 개선 방향을 잡아내는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 평가까지 현장조합원과 노동조합이 중심으로 이를 측정하려 한다. 조합원들의 머리 속에는 ‘노동강도’와 ‘고용불안’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다. “노동강도가 빡세다”는 주장이 스스럼없이 요구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활동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조사단과 현장작업개선위원을 조직하는 문제일 것이다. 조사단과 현장작업개선위원은 노동강도의 문제를 항상적으로 제기하는 일상활동을 벌여낼 현장의 주체이다. 자본은 결코 노동강도 완화로 근골격계 직업병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근골격계의 문제를 개별의 문제로 돌리면서 돈으로 떡칠하고 있다. 예방과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엄청난 돈을 들여 자본의 통제가 관철되는 재활센타를 만들고 온갖 ‘생쇼’를 다 부리고 있다. 현장에서 노동강도 변화를 감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실천단위를 구성해 자본의 현장통제에 구멍을 낼 수 있는 주체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 번째는 조사단과 현장작업개선위원들의 장기적인 활동계획을 마련해 들어가는 것이다. 집단적 작업환경 개선은 교섭에서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 꼼꼼한 현장활동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결코 현장 노동자들의 맘을 조직할 수 없다. 이를 조직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자본은 자신들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일상적으로 전개한다. 조사단과 현장작업 개선위원들은 조사 이후에는 작업환경 개선과 구조조정을 사전에 막아내는 활동과 투쟁에 집중하는 단위로 재편해야 할 것이다.

3. 제대로 된 대응을 현장에서 실천하자 : 대전 충북 지부의 현황

대전충북지부의 경우, 캄코와 씨멘스VDO한라, 대한이연지회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노동조합은 유해요인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하기 위해 임시 산보위를 개최하자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이다. 5월 초 지부 운영위원회에서 유해요인 조사계획과 요구안을 확정했다. 한편 유성영동 자본은 충북대 인간공학 교수 중심으로 노동조합을 끼워 넣기식으로 유해요인조사를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지회에 제출했다. 1600여만을 들어 3,400 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완성했는데, 내용은 ‘허접 쓰레기’ 같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노사 모두가 알고 있는 개별 작업자 자세와 동작, 중량물 등의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생산량과 작업조직, 인원, 작업시간 등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은 무지함을 드러냈다. 유성영동지회는 직무스트레스와 노동강도를 재조사할 계획이다. 현장조직력이 확실하게 우위에 서 있는 유성영동과 대한이연지회는 그리 부담이 되지 않는다. 조사 이후 요구안을 갖고 교섭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작업중지권이나 단체행동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이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타 지회는 노사간의 힘 관계가 팽팽하고, 어떻게 보면 회사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조사내용을 갖고 단체행동을 하거나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금속노조 소속 대부분의 지부는 이 상황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충북지부는 경남지부와 마찬가지로 금속지역 공동조사단을 관철시켜내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조사단을 구성하기 위해 공문을 발송한 상태이니까, 5월 중순까지 산보위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측과 노동부를 동시에 압박할 계획이며, 5월 14일 대전노동청 집회를 잡아놓고 있다. 교섭이 이뤄진다 해도 조사 요구안을 관철시키기는 만만찮다. 특히 각 부서별, 팀별 1명의 작업환경개선위원에 대한 시간 할애는 쉬운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에서 당장 실력행사로 밀어 붙이기도 쉽지 않다. 부서별, 반별 간담회를 통해 투쟁의 불씨를 지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듯 싶다. 교섭과 상관 없이 조사단과 개선위원, 지회간부 교육도 5월 중순경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때쯤이면 교섭이 이뤄지고 요구안에 대해서도 노사간 의견접근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곧바로 조합원 1차 교육을 실시할 계획인데, 물론 사측이 ‘배째기’ 식으로 나오면 기간은 늘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6월 30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짜가 있기에 사측은 무한정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4. 유해 요인 조사를 위한 노동조합의 계획

1단계는 조사 요구안을 쟁취하고 조사단과 개선위원들의 현장활동 계획을 하나하나 기획하고 점검해나가는 것과, 조합원 교육을 통해 유해요인 조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이후 조사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2단계는 설문조사와 현장조사를 시작하는 시기이다. 설문조사를 통해 조합원들의 근골격계 증상 유무와 노동강도 변화, 직무스트레스 등을 파악할 것이다.
현장조사는 인간공학과 노동강도 평가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2단계 역시 조합원들의 참여를 최대한 조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작업자가 현장 개선방안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장노동자들을 참여시켜내기 위해 개별 인터뷰와 라인별, 반별 토의 등 다양한 방식을 개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3단계는 조사를 마무리하고서 현장에서 요구안을 구체화시켜내고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단계이다. 조사 이후 조합원 2차 교육을 통해 요구안을 소통하고 자기 요구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요구안은 교섭에서 풀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때문에 단체행동과 일상적인 현장투쟁을 준비하고 실천해 들어가야 한다. 임시산보위를 요구하지 않고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집단행동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해요인 조사의 본 게임은 조사 이후 4단계부터이다. 특별교섭에서 마무리할 것은 마무리하고 남아 있는 문제는 일상적인 선전․선동을 통해 현장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 부서별, 반별 집단토론을 조직해서 대응논의를 해들어 가야하며, 나아가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대응논의를 공론화하고 단체행동을 밟아나가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현장조직력의 취약으로 단체행동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현장활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현장투쟁의 폭과 깊이만큼, 꼭 그만큼 해결될 수 있기에 2005년 단협갱신으로 맞추고 일상활동․ 일상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분기별 노사협의회와 산보위 안건은 조사 이후 풀지 못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현장에서 쟁점화 시켜내야 한다.
조사 이후 구체적인 현장활동 프로그램은 상급단체나 노동보건단체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단사별로 맡겨버리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유해요인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채, 회사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곧바로 대응해야 한다. 교섭공문을 통해 노사가 공동으로 조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조사를 한다면 무효를 선언하고, 사측과 노동부를 압박해야 한다. 법적으로도 노동조합 대표자가 참여를 요구하면 수용해야 하기에 차분하게 대응해 들어가면 된다. 노동부는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유해요인조사를 노동조합과 함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며 전문기관에게 대행하자는 사측의 주장을 뿌리치는 일이다. 만약 노동조합과 회사가 합의해서 전문기관에 맡겨버리면 사측의 입김이 거의 대부분 관철되기에 회사가 조사하는 것이나 똑 같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대중의 힘으로 이를 막아내야 한다. 그리고 회사와 노동부를 압박해 조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하며, 자본의 요구 뒤에 숨어 있는 속셈을 조합원 대중과 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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