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월/노동자문화] 살아 돌아온, <전태일> – 서울 경인지역평등노동조합 이주노동자지부 마임패

일터기사

[노동자문화]

살아 돌아온, <전태일>
-서울 경인지역평등노동조합 이주노동자지부 마임패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박지선

간만에 명동성당 들머리를 찾았다. 등에서 삐질, 땀이 날 정도로 날도 더웠고 사람도 북적거렸다. 대체로 낮 시간에는, 명동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들이 사진을 찍고, 물건을 사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관광객의 틈을 헤집고 명동성당에 들어서니 ‘172일차’라는 문구에 꼭 맞게끔 이주노동자들의 천막은 허술해져 있었다. 같은 시각, 명동거리에서 본 두 부류의 외국인 모습은 그렇게나 달랐다.
지난 노동절대회 때, 누구보다 목청을 높여 “투쟁!”을 외치고, ‘멋진’이라 표현하면 부족하고 ‘절절한’ 마임(율동)을 보여줬던 이주노동자 동지들. <전태일(Jeon Tae-il)>이라는 이름으로 마임을 보여준 동지들 중 산쥬(26, 네팔)와 라쥬(34, 네팔)를 만나게 되었다.

“가장 기분 좋았던 때는 메이데이 때예요. 무대도 크고, 사람들도 제일 많았어요. 우리는 마음적으로는 어떻게 하나… 우리 못한다… 싶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 서 있으니까 되게 좋더라구요. ‘이주노동자들이 마임하는구나’ 그런 거 보여주고.”
녹음기를 가져다 대고 이야기를 하는데 긴장하지도 않는다. 음. 정말 무대체질은 따로 있나보다. 혹시 네팔에 있을 때도 마임 해 본 적이 있느냐 물으니 라쥬동지가 손을 휘휘 젓는다.
“마임 한 5개월 했어요. 전에는 우리가 살던 나라에는 마임 없는데, 여기 와 가지고 한국에서 투쟁하는 방법 여러 가지 있으니까. 마임 같은 것도 하면은, 사람이 힘이 나잖아요. 그래서 하는 거고, 다른 사람들도 마임 하는 거 보면 힘이 나고. 또 여기서 농성하는 사람들 힘들잖아요. 힘드니까, 우리가 마임 하는 거 보면 힘이 나니까.”

농성이 벌써 172일(5월 4일 기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힘들어지는 서로를, 이주노동자 동지들은 그렇게 일으켜 온 듯 하다. 한국어를 공부하고, 마임을 연습해 보여주고, 다른 투쟁에 연대하면서. 특히 마임을 하면서 힘 받는 일도, 남는 기억들도 많아졌다 한다.
“처음에는 우리 100일 투쟁 때. 그 전에는 쪼그만 데서 했는데, 그 때는 사람도 많고, 연대하는 데도 많았어요. 그 때 처음 우리 시작해서, 하는 거는 맨 바닥에서 하는데, 7명이서 했어요. 지금은 농성 끝낸 동지들도 그 때는 있었어요. 다른 데에서 하는데, 우리가 쪼끔씩 틀리고 그랬어요.(웃음)”
“마임하는 거는 그래요… 제일 어려운 거는, 마임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얘기했었는데, 노래 가사 알아야 마임도 잘 된다고 그랬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한 5개 정도 알고 있어요. 한 2개만 가사 알고, 나머지 3개 정도는 잘 몰라요. 아직 노래 잘 몰라요. 잘 하는 거는 제일 먼저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해요.(웃음) 잘 하는 건, 가사를 알고 있으니까 해요. 나머지는 가사 몰라서 배우고 있어요. 요즘에는 <동지가> 배우고 있고요. 우리가 마임할 때, 어떤 노래가 어떤 모습을 해야 한다 하는 거 있는데, 그거 모르니까 제일 어려운 거예요. 말 안 듣고, 박자만으로 했지만, 그래서 우리가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 하는 거 보니까 더 멋있어요. 앞으로 그런 거 노력 많이 해야 해요. 농성하는 다른 사람들은 우리보고 잘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면은 아직 노력 많이 해야 해요.”

이주노동자의 투쟁이 이제 5월 30일이면 200일차에 접어든다. 그리고 8월까지의 농성투쟁을 앞두고 이제 장마를 대비해서 텐트 재정비를 했다. 단속과 추방으로 계속되는 이주노동자의 죽음 앞에, 이들의 투쟁 역시 더 길고 넓어질 것이다. <전태일>동지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우리는… 계속 어짜피 우리가 처음부터 마임 했으니까, 지금 3명이지만, 이제 앞으로 더 많이 같이 하는 사람들 만드는 거 생각하고 있고, 우리가 농성 끝날 때까지 계속 마임하고, 앞으로 한국동지들한테 연대갈 때도 마임팀으로 가고 할 거예요. 그 전에는 마임패로 안가고, 마임은 이제 우리 그만 하고 연대할 때는 다른 친구들하고 함께 가고 그랬어요.”

그리고, 이들의 이름은, <전태일>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랬는데, 이거 하면서 전태일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어요. 한국 열사라고 알게 됐어요. 다른 이름도 많이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이름 들으면은, 한국 운동 역사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거기에서 마임도 더 힘차지고, 보는 사람도 전태일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 앞으로 우리 마임 할 때도 전태일처럼 힘차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 이름 전태일 들으면서 전태일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 앞으로 마임할 때도 이름처럼, 전태일처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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