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월/되돌아보기] 조선소 대형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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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대형사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 부산연구소 사무국장 이숙견

1995년 2월 7일, 한진중공업에서 26명의 사상자가 발생되는 중대재해가 있었다.
– “배 중앙 부분에서 연기가 치솟아 나오면서 갑판 윗부분에서 노동자들이 시커먼 기름을 뒤덮어 쓴 채 뛰쳐나왔다”

95년 2월 7일 아침 10시 30분경, 수리선인 컨테이너 운반선 ‘한진부산호’에서 연료공급탱크의 청소작업을 위해 M/H을 여는 순간, 많은 량의 기름이 유출되면서 옆에서 절단기로 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불꽃에 옮겨 붙었다. 그 과정에서 기관실의 파이프 배선작업을 하고 있던 노동자 19명이 화재로 사망하였고, 7명이 부상을 당하였다. 사망한 노동자와 부상당한 노동자 전부가 외주업체노동자였으며, 결국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와 열기로 배 밑에 갇힌 채 6시간 동안 사투를 벌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것이다.

그 때 당시 유족대책위에서 냈던 유인물 내용에는 더욱 더 참담한 내용이 있었다. “유독가스 속에서 생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체진압의 명분으로 소화작업을 시킴으로서 생존할 수 있는 생명들을 모두 숨지게 하였습니다…(중략)…수차례 협상요구에도 한진중공업측은 법정공휴일이란 이유만으로 협상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처사를…”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아들을 잃어버린 유족들을 더욱 더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이 한진중공업 사측의 태도였던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하청업체였던 대흥과 한진중공업의 관리자 5명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 4명이 불구속 입건되었고, 유족대책위에서 요구한 안이 타결되었다. 하지만 정작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에서는 현장과 함께 하는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상자 모두가 외주업체 노동자였기에, 결국 유족이 노동조합에서 집기를 부수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힘 있는 대응은 하지 못한 채 이후 재발방지나 하청노동자에 대한 노동안전보건 조치들을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고 끝난 것이다.

2004년 5월 현재는 어떠한가. 10년 전 발생한 한진중공업 대형 참사는 지금도 하루를 멀다하고 전국에서 발생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8명의 노동자가 머리가 터져 죽고, 추락해 죽고, 가슴협착으로 죽고, 산재요양 중에 자살하고, 산재은폐로 자살하고, 창원 HSD엔진에서는 엔진시운전 작업 중 폭발을 하여 12명의 사상자(2명 사망)가 발생했고, 울산 삼양제넥스(주) 공장에서는 시설보수 작업 중 배관이 폭발하여 건설플랜트 조합원 3명이 사망하였고, 작업인원 부족과 안전장치의 문제로 인해 STX조선의 협착사고 및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비단 중공업, 조선소뿐만 아니라, 전업종을 넘어 중대재해가 발생되고 있다.

최소한의 기본권인 산업안전보건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로 강요되는 작업, 신자유주의 이후 날로 강화되고 있는 노동강도, 작업인원 부족, 안전장치 미비, 해고의 칼날 속에서 묵묵히 일해야 하는 비정규직노동자의 현실 속에서, 숨죽이는 현장에서, 중대재해는 날로 증가될 수밖에 없다. 8명의 노동자가 죽어갔어도 책임이 없다며 항변하는, 노동자의 죽음을 개죽음만 못하게 단지 몇 푼의 돈으로 흥정하려는 현대중공업의 뻔뻔스러운 작태는, 다른 자본이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다.

이러한 자본을 강제하고 막을 수 있는 것은 노동자의 단결된 투쟁 밖에 없다. 이번 STX조선에서 발생한 협착사고와 폭발사고에 대한 노동조합의 투쟁을 바라보면서, 현장에서 인간다운 노동을 위하여 우리가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BOX)
STX조선에서 폭발사고가 나자, 노동조합은 전 야드의 작업을 중지시키고 작업자를 다 귀가시킨 후, 사고 대책을 위하여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노동부 항의방문 등을 하면서 회사에 ‘중대재해 발생에 대한 특별요구안’을 회사에 던졌다. 특별요구안 내용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생산성보다 노동자의 안전, 건강 및 보건, 생명을 최우선시 한다”라는 기조다. 1. 개선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전 야드 작업을 중지한다. 2. 도장, 화기 작업 요구안(2개) 3. 전반적인 안전보건문제에 대한 문제점(그 중 하청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시행) 7가지항 요구 4. 중대재해 관련한 요구안: 1) 총괄책임자인 사장은 퇴진하고, 안전보건이사, 생산 본부장을 파면한다. 2) 중대재해 발생 이후 작업중지와 관련해 비정규직을 포함하여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 3) 중대재해 발생의 책임을 물어 진흥기업, 미도테크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두 업체의 작업자는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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