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월]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노동안전보건 부산연구소 소장 강동묵

(intro)
건강하게 노동하고자 하는 것은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었다. 건강하게 노동하기 위해서는 중금속, 유기용제와 같은 유해인자의 노출만이 아니라 노동이 너무 힘들어 피로가 누적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피로가 누적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강도를 줄여야하기도 하지만, 적절한 휴식을 통해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노동의 강도가 너무 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며, 적절한 휴식은 또 어떤 것인가? 그러면 이것들은 어떻게 측정이 가능할까? 객관적이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계산이 가능할까? 여기에 무엇인가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등등. 이 글에서는 이러한 의문점들을 차분히 짚어보고, 향후에 노동자들이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지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이 글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현실 실천과 이론영역에서 각자의 장점을 살려 같이 고민하고, 대답을 만들어 가도록 하자.

1.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작업에 대한 접근

전통적으로 노동강도는 육체적인 작업부하의 관점에서 출발하였다. 노동강도는 ‘일정시간 내의 지출노동량의 크기’로 요약할 수 있다. 노동지출량은 작업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노동생리학에서는 산소소비량의 다소에 따라 노동강도를 구분하고 있는데, 그 기초가 되는 것이 에너지 대사율(RMR)이다. 산소소비량이나 에너지 대사율은 산소마스크를 쓰고서 작업을 하여 구하거나, 자전거 에르고미터를 이용하여 기초체력을 구한 후 심장박동기를 착용하고서 작업을 하여 구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작업 중 에너지 소모량을 안다면 작업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1981)은 다음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노령이거나 신체적으로 허약한 작업자들은 젊거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작업자들에 비해 최대 작업 역량이 더 낮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며 이러한 작업자들에 대해서는 8시간 작업 역량한계를 더 감소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준은 에너지 소모량을 평가해야하기 때문에 기구와 시간이 많이 소모가 되는 단점이 있다.
작업 중 심장박동수를 알 수 있으면 작업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는지를 알 수 있다. 학자들은 8시간 동안의 작업주기 동안에 평균 심박동수가 110회/분을 넘어서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기준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기준으로 필자가 한국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연구해본 결과, 너무 높은 기준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심장박동수 만으로 판단할 경우에는 대만의 Wu와 Wang(2002)이 제안한 작업시간별로 상대심박비의 한계를 이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상대심박비는 심장박동기를 이용하여 구하며, 비교적 측정하기가 간편하다. 이 기준은 대만인을 대상으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육체적 조건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며, 심장박동기를 이용하여 비교적 간편하게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이 기준은 기준의 초과여부만을 알 수 있을 뿐 적정한 휴식시간을 계산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에너지 소모량이나 심박동수를 이용한 접근법은 자본주의의 초기에 육체적 부하가 높은 작업들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개발되었으며, 요즘에 와서도 육체적인 소모가 많은 작업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보호조치가 된다. 필자의 경험상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에서는 8시간 작업에 4-5시간의 휴식이 필요한 경우를 흔하게 관찰이 되며 이 경우에는 작업의 강도를 낮추면서, 기계화와 동시에 작업인력의 보완이 즉각 필요하게 된다.

2. 반복이 많은 작업에 대한 접근

위에서 제시한 활동적인 작업은 중량물을 취급하거나 이동이 많은 작업 등 활동적인 작업에 해당하는 것이다. 즉 숨이 차거나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드는 작업에 해당하는 것인데, 요즘의 작업에는 힘을 많이 써야 되기보다는 단위작업은 크게 힘이 들지 않지만, 단순․반복 작업을 빠른 속도로 계속해야 되는 작업이 더 흔하다. 이럴 경우 위에서 제시한 에너지 소모량이나 심박동수는 적절하지 않은 평가방법이다. 이 경우에는 반복성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의 공동연구에서는 고도로 반복적인 동작일 경우에는 50분당 10분을 휴식하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유럽연합의 공동연구에서 제안한 고도의 반복성의 기준이다. 즉 고도의 반복성이란 1분에 동일한 작업을 2번 이상 수행하는 작업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작업의 요소가 여러가지여서 한 싸이클이 1분을 넘는 경우에는 어떻게 평가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즉, 반복 작업이기는 하지만 싸이클이 긴 경우에 반복성과 속도는 어떻게 평가하며, 휴식시간은 어떻게 설정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이 경우에는 Kilbom(1994)이라는 학자가 제안한 반복성이 높아 육체에 무리가 되는 다음의 기준을 참조한다.

이 경우에도 유럽연합의 권고에 따라 50분 작업에 10분 휴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반복성에 대한 측정은 단순한 관찰만으로도 가능하여 실제에서 우리 노동자들이 활용하기에는 간편할 것으로 판단되니,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권고한다.

3. 고정된 자세, 정적인 작업에 대한 접근

육체적 활동이 많거나 반복성이 높은 작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고정된 자세로 특정한 육체부위만을 사용하는 작업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위의 평가 방법들이 부적절하다. 활동적인 작업이 아니라 고정된 자세로 오랫동안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근전도를 이용하여 국소근육의 근피로도를 측정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근전도 측정의 근거는 근전도를 이용하여 근육 속의 화학물질의 축적에 의한 근피로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정된 자세로 작업을 할 경우 근전도 측정을 통하여, 적정 휴식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계산법이 복잡하고 근전도 측정기라는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여, 현장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아직까지 정적인 작업에 대한 휴식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별로 없는 것 같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적용할 만한 것을 소개해 드릴 수 없어 안타깝다.

4. 노동/휴식시간에 대한 최근의 연구

세계적으로 적절한 휴식시간에 대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휴식시간과 피로, 산재, 생산성, 근골격계 증상들과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주요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통적인 2시간 작업에 15분 휴식의 싸이클인 오전에 1회 휴식, 점심시간, 오후에 1회 휴식보다, 전통적인 휴식시간은 그대로 두면서 추가적인 휴식을 주었을 경우에, 피로, 산재, 근골격계 증상은 줄어들었다. 생산성에 대해 연구한 한 연구에 의하면, 휴식을 추가적으로 주어 작업시간이 줄어들더라도, 하루 중 작업이 끝날 무렵의 생산성은 전통적인 휴식을 취할 경우에는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추가적으로 휴식을 제공한 경우에는 생산성 감소가 적어 하루 중의 총 생산량은 동일하였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휴식을 주더라도 생산성에도 문제가 되지 않은 점을 증명한 연구가 있다.
둘째, 휴식을 언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이다. 휴식시간의 결정은 노동자가 ‘자신의 작업에 대한 결정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에 의해 달라진다는 것이 연구들의 결론이다. 즉 자신이 작업속도와 방식에 대해 결정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노동자가 스스로 피로하다고 느끼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될 때 휴식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라인작업과 같이 작업에 대한 결정권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 이 경우에는 짧게 자주 쉬어주는 게 좋겠으나, 너무 잦은 휴식은 오히려 작업흐름을 자주 끊어 일하는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너무 짧은 휴식시간은 노동자들이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기타 활동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50분에 10분의 휴식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하고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휴식 시기와 관련하여 여전히 중요한 점은 노동자가 피로를 느낄 때 쉴 수 없는 조건, 즉 목표물량이나 라인작업 등은 피로를 누적시키는 주요한 요소이므로, 언제든 피로를 느낄 때는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5. 남는 문제

이상에서 작업의 형태에 따른 휴식시간 설정의 방법과 기존의 연구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여전히 뭔가 찜찜하게 남아있고,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해야할지 갑갑한 부분이 남는 느낌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기계의 발달로 인한 육체적 작업은 줄어들었고, 따라서 육체를 소모하는 전통적인 작업 외에 정신적인 작업이 늘어났고, 육체적 작업을 하더라도 신경성 피로를 수반하는 노동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에 대해서는 휴식시간을 어떻게 설정하여야 하는가? 한걸음 더 나가 보자. 육체적 피로를 줄이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고, 정신적 피로를 줄이는 것은 더군다나 측정도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피로를 줄이는 것이 단순히 피로하다는 느낌을 없애는 것인지, 직장을 마치고도 가정생활과 취미 및 사회생활을 원기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아직까지 이런 문제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발견하긴 쉽지 않다. 다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노동사회학적 관점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까한다. 노동자가 노동할 때에는 임금을 받는 필요노동부분이 있고,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노동하는 잉여노동부분이 있다. 가령 생산품의 가격이 1,000만원이라고 한다면, 재료가 300만원, 기계․장비에 들어간 돈이 300만원이라고 할 때, 임금을 200만원 받는다면, 경영주가 지급하는 돈은 총 800만원이고 이윤은 총 200만원이 된다. 이윤은 노동자들의 노동하는 과정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200만원의 이윤은 잉여노동(노동자들이 임금으로 받지 않은 노동)에서 발생한 것이다. 노동자가 하루에 10시간 노동한다고 한다면, 임금 200만원과 이윤 200만원은 각각 필요노동 5시간과 잉여노동 5시간에 해당된다. 이렇게 본다면, 임금을 받기 위한 5시간 외의 5시간은 잉여노동으로써 굳이 노동자가 노동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며, 휴식해도 되는 시간이지 않을까?

앞에서 살펴보았던 휴식시간에 대한 여러 연구나 필자의 이런 주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같이 풀어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다. 과제를 일일이 열거하기보다는 독자들이 한 번 의견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실천적 고민이 현장에서 제기된다면, 필자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 기회에 다시 한 번 지면을 빌어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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