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월] 병원노동자는 산재신청도 못 하겠네요?!

일터기사

[현장통신]

병원노동자는 산재신청도 못 하겠네요?!
전국보건의료노조 경북대지부 부지부장 김수경

금속과 제조업 노조에서는 이미 2년 전부터 집단 산재로 근골격계 직업병을 인정받고 있는데 왜 병원노동자는 산재신청도 힘들고 판정도 힘들어야 하나?
‘병원도 경영이다, 이윤을 많이 남겨야 직원들에게 월급도 많이 줄 수 있다’며 구조조정이 진행된 지 10여 년, 공사화 역사만큼 병원 외형은 화려해지고 의사 수는 늘었지만 반대로 직원은 비정규직, 업무과다의 행진이었다. 노동조합에서 매년 외쳐왔던 게 인력확보, 구조조정 중단, 비정규직 철폐였다. 처음 한두 해 요구할 때는 희망도 품어봤지만 인력충원이라는 것은 뚫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업무과다로 ‘누가 더 많이 일을 하고 있다’느니 업무분장에 대한 논란이 심심찮게 발생하면서 노동조합의 기본인 단결이 흔들리는 듯했다.

우리는 결심했다! 근골격계 직업병 대책사업을 확실히 해내자! 그리고 현장의 노동조건을 다 폭로하는 집단 산재승인투쟁으로 인력확보, 노동환경개선을 희망에서 현실로 만들어내자!

인력확보, 노동환경개선을 희망에서 현실로 만들어내자!

인물 발굴과 활동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배치하고, 간부들부터 근골격계 대책 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간부와 조합원 교육을 진행했다. 그리고 근골격계 증상조사 설문을 진행했다. 470여 조합원 중 20%가 당장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홍보하며 병원측에 대책수립을 요구했으나 병원측은 신뢰할 수 없다며 노조활동을 부인하였다. 현장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산재신청 후 예상되는 투쟁은 각오하기 힘들어했다. 노조 근골대책회의에서는 ‘산재요양신청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동의되는 조합원만 2차 검진하자’는 원칙을 정하고 병원의 압력을 예상해 철저히 비공개로 준비했다. 병원노동자임에도 대구 지역에서, 특히 병원 사업장 노동자로서 우리의 문제에 직업성 소견을 인정해주는 의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종 마무리 서류작업과 본인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환자 모임을 가졌다. 20여 명의 조합원이 ‘신청하면서 요양돌입을 하느냐 아니면 승인 때까지 요양을 미룰 것이냐’를 토의해 4월 20일 요양신청일 다음 인원충원 기간을 주고 4월 27일 요양을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병원관리자들은 ‘승인 전 요양 들어가는 것은 무단결근 처리하겠다. 그렇지 않으려면 본원 진단서를 내고 병가신청을 우선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본원 진단서가 쉽지 않을 것이고 분열만 생길 것이라는 점을 검토한 후 요양투쟁 돌입은 변경할 수 없음을 확실히 밝혔다.

요양신청 후 며칠 지나자 일부 환자들이 ‘요양투쟁을 못 들어가겠다’고 밝히는 등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했다. 또한 공단은 한 번도 가동하지 않던 조사팀을 구성해 조사한 후 자문의협의회를 거쳐 결정하겠다며 승인 시한에 대한 어떤 답도 하지 않아 날마다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4월 27일 긴박한 상황과 병원의 압력 속에 소수의 환자들이 빠진 상태지만 요양투쟁에 돌입, 공단 보상부 앞 농성장을 사수했다. 한편 공단 조사팀이 현장 조사를 하러 왔다는 소식이 입수돼 병원에서는 조사팀을 철저히 막는 투쟁을 진행했다. 29일 공단 규탄 집회를 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이동하는 순간 공권력이 입구를 봉쇄했다. 결국 투쟁으로 환자들과 민주노총 대표들이 공단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항의와 농성이 계속되었고 밤 12시경에야 공단은 공단본부장 사과, 경대병원 집단산재 조사작업 30일 시작, 5월 6일 자문의협의회 개최를 약속했다. 4월 20일 산재신청 후, 10일 만에 반전을 맞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투쟁과 연대의 승리!

5월 6일 오전, 밤 근무를 끝낸 조합원까지 해서 30여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처음 함께하며, 다소 떨리는 마음으로 한라공조 산안부장님의 교육을 받았다. 자문의협의회 의사들에게 우리의 자신감을 보여주리라며 자문의협의회가 열릴 1시에 맞춰 근로복지공단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의사들은 코빼기도 볼 수 없었고, 공단은 끝까지 자문의 명단을 밝히지 않는 등 약속을 뒤집어버렸다. 자문의협의회에서는 ‘근골격계 발생 할게 뭐 있냐? 구체적으로 봐야 알겠다’는 식으로 나왔다. 오후 5시가 되자 자문의 2명이 일정 때문에, 허술하게 판단할 수 없다며 퇴장해버렸다. 그러나 노조추천 자문의 고상백 선생님의 끈질긴 설득으로 회의는 계속되었고 새벽 1시가 되서야 끝났다. 노조가 결과 공개를 요구하자 공단은 내일 오후 5시까지 통보하겠다는 가당찮을 말을 내뱉었다.

다음날 오전 11시경 금속노조 산안부장, 현대자동차, 한라공조 등의 동지들이 도착하고 본부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본부장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금속동지들과 환자들이 본부장실 다른 출구를 봉쇄하며 항의하기를 1시간 가까이 하자 본부장이 얼굴을 나타냈고, 결국 4시에 결과를 놓고 환자들과 토의하기로 했다. 결정문을 일일이 보다가 우리는 3명에 대해 재조사후 결정이라는 내용을 보고 격분했다. 공단 건물은 전원승인 외의 결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절규하는 간부와 환자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원승인을 요구하며 또다시 깊은 밤을 맞이하였다. 새벽 2시가 넘어 우리는 농성장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그리고 5월 8일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3명도 승인통지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음 졸였던 4월 20일부터의 19일간. 그 결과의 끝은 투쟁과 연대의 승리였다. 금속동지들의 지도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했을까? 상상이 안 되는 날이고 동지들에게 정말이지 고마웠다.

5월 10일 환자들은 중식 피켓팅과 선전전을 하며 승리의 기쁨을 현장에 전달했다. 물론 이제 또 시작이다! 병원에서 무슨 산재, 근골격계 질환이냐며 핀잔을 놓던 사측에 일격을 가했지만 현장의 조건- 인력충원과 노동조건 개선이 없다면 집단산재투쟁의 결과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환자들은 주1회 환자모임으로, 노동조합에서는 임단협 요구투쟁으로 역할과 할 일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어깨를 뻐근하게 한다. 아직은 환자들도 전원이니 뭐니 왔다갔다하고 있고 부분 불승인관련 대책도 세우고 할 일이 끝이 없는 상태이다.

본조, 총연맹, 대구지역 산안담당자들과 금속동지들의 적절한 연대투쟁에 환자들과 조합원들의 마음을 모아 깊이 감사드리며, 이후 경대병원도 산안활동에 있어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리며 긴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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