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6월]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한다는 것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한다는 것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위원 오주환

난 나의 어린 딸이 하고 싶은대로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우리 아이는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다른 부모들이 유치원이 끝나면 태권도장에 발레학원에 아이들을 보낼 때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도록 하였고, 다른 아이들이 피아노학원이나 바이올린학원에 갈 때도 나는 보내지 않았다. 친구들의 아이들이 미술학원에 다녀도, 나는 우리 아이를 그곳에 보내지 않았다. 단지 우리 아이가 하고 싶다면 보내겠다는 생각만 하였다. 가정학습지를 하는 것 역시 내키지 않았다. ‘나중에 학교에서 배우면 되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더 어렸을 때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유난히 말을 잘 못하였지만 그때도 거의 걱정하지 않았다. 요즘의 이런 수다쟁이가 될 거라고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다른 아이들이 글을 읽는다고 할 때 난 한글조차 가르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 딸이 여러 사교육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이게 웬일인가? 가장 큰 이유는 유치원 끝나고 같이 놀 친구가 없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제 또래의 유치원 친구들이 유치원을 마치고 하는 일상생활 중 일부를 우리 아이-놀기를 좋아하고 또 부모에 의해 놀 수 있게 허가되어 있는-도 선택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시작한 것은 국어와 산수학습지였다.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다른 애들이 거의 다 하니까. 또 독서모임을 하게 되었다. 같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의 모임. 이것은 나와 아내의 의도적인 노력도 약간 포함된 것이었다. 그런데 국어 학습지와 독서모임은 재밌어 하고 사용하는 어휘도 풍부해지고 있었다. 지금도 2년째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수학학습지는 별로 재미있어 하지 않았고, 약간 힘들어하기도 했다. 우연히 어느 날 학습지 내용을 보니 서로를 비교해서 ‘누가 더 많이 가졌는지’, ‘누가 더 큰지’, ‘누가 더 무거운지’ 그런 것을 다루고 있었다. 난 사실 만 6세 아이들한테 이런 것을 벌써 알게 하는 게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수학학습지를 중단할 것을 딸에게 권고하였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재미없어 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아마 다른 아이들이 다 하는데 자기만 못하면 안 될 것 같은 걱정을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것저것 하겠다는 것이 점점 많아졌다. 난 자기가 하겠다고 하는 것은 하게 해줬기 때문에, 우리아이도 결국 미술학원에, 피아노학원에 다녔다. 함께 놀 친구를 만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친구랑 놀려고 전화하면 학원에 가고 없다는 게 그 아이 엄마의 답이었다. 그렇게 전화를 걸어 친구네 집에 놀러가려해도 또래 친구들이 다들 학원에 가고 없는 상황을 몇 번 겪고 나더니, 하루는 친구가 없어 놀 수가 없으니, 동생을 낳아달라고 울어댄 적이 있다. 언젠가는 ‘다들 학원에 다닌다’고 울어서, ‘너도 학원에 가고 싶니?’하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 안 다니고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러던 우리 딸. 이젠 다 포기하고 자기도 학원에 가겠단다. 보내줬다. 그러나, 재미없다고 한달을 못 넘기고 거의 그만두었다. 내 딸의 유치원이 끝난 후 일과는 같이 놀 친구 집에 전화하다가 포기하고 혼자 노는 것, 혹은 엄마랑 노는 것이었다. 아빠로서 내가 생각한 것은 ‘또래 친구들과 함께 맘껏 뛰어 노는 것’이었지 이런 것은 아니었는데도.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었다. 다행히 학교를 재밌게 다니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방과 후에 친구가 없기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들 학원에 가있기 때문이다. 요즘도 친구를 찾아 학원에 갔다가는 그 학원을 1개월도 못 견디고 그만두는 것이 자주 반복된다. 그래도 난 계속 다닐 것을 설득한 적도 없고, 자주 그만둔다고 뭐라고 싫은 소리를 한 적도 없다. 하지만 재미있게 놀 수 있게 해 줄 좋은 대안이 없다는 게 쉽게 드러난다.

다른 집 아이들도 다 놀아야 한다고 집집마다 돌아다닐 용기까진 나도 없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너무 여러 가지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러 다닐 수 없기 때문이고, 커서 남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부모가 일찍부터 뒷받침하는 미덕이 사실상 나쁜 것 아니냐고 말할 용기를 못 가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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