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7월] 만두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만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박주옥

난 만두를 아주 아주 좋아한다. 두툼한 만두피 안에 두둑이 만두소를 채워 넣어 찜통에서 쪄낸 왕만두나, 혹은 얇은 만두피에 고기, 김치 넣고 쪄낸 만두, 넓적하게 빚어 구운 만두, 얼큰한 육수에 넣고 푹 끓인 만둣국…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내가 만두를 사랑한 경력은 만두소에 욕심을 부려 가득 넣어서 금방 터져버리는 만두를 빚던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내가 거의 미쳐서 지냈던 소설 삼국지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만두는 제사용 음식으로 개발된 것이 그 기원이다. 제갈공명이 남쪽 오랑캐 곧 남만(南蠻)을 정벌하고 승리를 거둔 뒤 회군하면서 노수라는 강가에 이르렀을 때였다. 공명이 이끄는 군사들이 강을 막 건너려는 참인데 홀연 일진광풍이 불어 닥치더니 사람은 물론이고, 말과 수레까지도 날려버리는 것이다. 대낮에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어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데다 큰비가 내려 강물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바람에 군마는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현지사정에 밝은 남만인 하나가 공명에게 나아가 아뢰기를, 거듭되는 전란으로 숱한 인명이 죽어갔으니 하늘이 노한 것이라며 사람의 머리를 바쳐 진노한 하늘을 달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공명이 생각하기를, 의기양양하여 승전고를 울리면서 회군하는 길에 또다시 부하들의 목을 바쳐 희생을 더한다면 그것이 어찌 군대를 이끄는 군사(軍師)가 할 노릇이겠는가. 그리하여 한 가지 꾀가 고안되었으니, 사람의 고기 대신 양이나 돼지고기를 소로 넣어 밀가루 반죽에 싸되, 그것을 사람의 머리모양으로 빚어 제사를 지내자는 것이었다. 만두(饅頭)라는 음식에서 頭는 머리이니 머리모양이요, 饅은 기만(欺瞞)하다의 瞞과 같은 음에서 따온 것. 말하자면 하느님을 은근슬쩍 속여먹은 것이다.

만두는 인간이 자신의 잘못을 벌하는 신에게 속죄하는 음식이고, 자신의 병사를 아끼는 지도자가 누구의 희생도 없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기 위해 제시한 대안인 것이다. 그러니 만두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신에게 속죄하는 음식이니 불경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어려운 상황을 넘기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수단이니 어디 하나 빈틈이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만두는 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먹는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버려야할 쓰레기로 입에 들어갈 음식을 만들다니, 지하에 있는 제갈공명이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당업체의 업주는 생산에 드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그랬다고 변명을 했다.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납품가에 맞추기 위해서는 생산 단가를 낮추어야 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을 하며 오히려 이런 음식이 유통되는 것에 대해 단속하지 않았던 관리 당국이 문제라고 하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가족이 모여서 빚던 만두는 제갈공명의 만두처럼 깊은 뜻이 있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의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정성스레 빚어졌다. 그러나 이 만두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상품이 되니 이렇게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푼의 이윤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쓰레기로 음식을 만드는 파렴치가 자행되는 것이다. 이런 일이 어디 ‘만두’라는 음식에 한정된 문제이겠는가…

내가 만두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한 끼 식사를 위해 몇 시간을 바쳐 일일이 빚어내는 수고로움은 피하고 싶다. 분명 기술은 발전하였고 이 기술이 적절히 활용되기만 한다면 맛있고 질 좋은 만두를 그리 비싸지 않은 값에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음식을 이용해 이윤을 챙기려는 생각만 한다면 앞으로도 맛있는 만두를 편하게 먹기는 아예 불가능한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이제 내 기호식품 목록에서 만두를 영원히 빼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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