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월/특집2] 젊은 나이에 밤낮 없이 일하다 쓰러지는 노동자들

일터기사

[특집2]

젊은 나이에 밤낮 없이 일하다 쓰러지는 노동자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하병웅씨 과로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intro)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올 해 들어서만 5명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 12년째 근무하던 비정규직 하병웅씨를 비롯하여 그 이전에 정규직 2명, 그리고 5월 31일날 4공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출근 중에 쓰러지고, 엔진사업부 23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교대근무 하고 집에 가서 자다가 사망했다. 최근에는 STX조선,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등, 과로사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장에서는 픽픽 쓰러지는 동료를 목격한 노동자들이 ‘야간을 없애자, 과로사 무섭다’며 더 이상 과로사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자동차 모비스의 하청업체인 신성도장에서 일하던 하병웅(36)씨는 심폐기능정지와 기도폐쇄로 6월 11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보통 주야맞교대로 정시 8시간과 잔업2시간이 기본시스템인 자동차 공장에서, 그는 하루 11시간의 근무를 감당했다. 게다가 그의 사망 전 3개월치 자료를 보면, 토/일 특근 이후 바로 다음날 야간근무를 연달아 한 흔적이 있다. 본인 근무 11시간을 하고, 비는 사람 철야를 하고, 다음날 아침 다시 본인 교대근무를 연달아 한다거나, 토/일 특근을 하고 다음날 다시 야근을 들어가는 등의 상황이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한 달의 노동시간이 보통 420에서 460시간을 넘나든다. 사망한 달에는 한 주를 일했는데도, 노동시간이 142시간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하고도 근속 12년차인 그의 실수령액은 160만원 정도였다. 시급이 3,453원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달 내내 일해도 부인과 5살 아들과 간신히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임금이 지급된 것이다. 결국 그의 장시간 노동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살기 위해 했던 주야맞교대와 철야/특근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한편, 자동차 업종의 해외이전, 매각 문제와 관련하여, 현장 노동자의 고용불안 등 정신적인 스트레스 또한 가중되고 있다. 울산산추련 현미향 국장은, 이미 98년 구조조정을 실제 겪은 바 있고, 그 때 희망퇴직으로 사직을 강요당하는 등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 전에는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인 조합원들도 많았고, ‘적어도 노동조합이 나를 보호해줄 수 있을 거다’라는 생각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정리해고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는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고, 개별적으로 살아갈 대안들을 마련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보통 ‘젊었을 때, 벌 수 있을 때 더 벌어놓자’는 심리들이 쭉 퍼지고, 잔업이나 특근 등의 문제에 민감해지는 겁니다.”

하병웅씨 과로사 건과 관련하여, 현재 유족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검진을 의뢰해놓은 상태이다. 사인이 과로로 인한 뇌출혈일 수도 있지만, 페인트 분진으로 인한 기도폐쇄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사망 후 유족과 산추련, 노조가 현장방문을 하였을 때, 분사작업시 면마스크만 착용하거나 도장실 바깥으로 페인트 분진이 부옇게 날아다니는 등 작업환경에도 크게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작업환경과 안전관리시스템에 대한 부분은 절대 상관없고, 과로사일 뿐’이라며 적극적인 진상규명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이에 유족들은 정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처벌, 유족보상을 요구하며 6월 21일부터 울산산추련, 비정규직 노조와 함께 공장문을 돌며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현행 산재보상보험법의 시행규칙 상에서 과로사는 인정부분이 제한적이어서, 과로사로 인정받는 자체가 어렵고, 사측에서도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울산산추련 현미향 국장은, “노동강도 강화와 인력충원의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밑에 깔려서 나타나는 것이 과로사이다. 이 투쟁이 산재를 인정받는 정도에서 끝나 버리면서, 계속 재발되는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도록 작용하고 있다. 개별사안으로는 그것까지 제기를 해서 정리를 하지는 못하지만, 비슷한 사례가 자꾸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는 모아서 주체적인 요구들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세로box)

하병웅씨 유족 인터뷰

젊은 나이에 현대모비스 신성도장이라는 회사를 위해, 물론 개인을 위해서도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냥 말만 잘 해주겠다고 해놓고, 장례 치르고 나니까 아예 대화도 불가능했다. 동생이 평소에는 스트레스 받는다고, 또 과로사로 죽고, 사고로 죽고, 이런 일들이 많다고 얘기도 했다. 일 많이 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은 나이 불문하고 그런 것이 올 수 있는 것 아닌가. 동생이 근무하는 현장에 들어가봤더니 채광, 통풍, 환기도 잘 되지 않는데, 한 10분 들어가봤는데, 목이 아팠다. 우리가 매일 하는 게 돈 조금 더 받자고 하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진짜 잘못한 사람들 반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준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시급도 일한 만큼 정당하게 대우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내 동생 같은 이런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 것 아닌가. 동생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조용히 넘어가려고도 했다. 죽은 사람 앞에 돈 가지고 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수씨(부인)가 몸이 아파 경제적인 능력이 없다. 조카가 5살인데, 자녀를 위한 대책들도 전혀 없다. 회사에서 성의를 안보일 경우에는 민사쪽으로도 싸울 것이다. 유인물도 좀 더 돌리고, 피켓 시위도 계속 하면서, 회사측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하게 하기 위해서 압박을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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