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월] 너도 한 번 죽어볼래?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너도 한 번 죽어볼래?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위원 오주환

나는 놀랐다.
이라크전쟁의 실질적 이익을 취하는 자들이 지껄이는 그 거짓말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속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석유를 필두로 한 자국의 이익, 아마도 앞의 나쁜 놈들이 먹다가 흘린 떡고물을 좀 주워먹을 것에 지나지 않을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것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의 그 파렴치한 정서에 놀랐다.

부시의 거짓말에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 침공하는 것을 지지하였던 기억은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는 기억이다. 누가 그랬던가. 미국이 문제지 미국인을 미워하진 말라고. 난 이 말이 정말 어이없게 들인다. 그럼 부시를 끌어내리던가 아니면 전쟁 시작은 부시가 했더라도 다시 그만두게 하던가. 그만두게 할 힘을 못 가졌다면 그만두라는 여론이라도 압도적이던가. 난 상당수의 미국인들이 반전시위를 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다수의 미국인들이 그 반대라는 것에 치가 떨렸었다. 그래도 요즘 들어선 꽤 나아진다. 부시의 침공을 지지하는 미국인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반절에 가깝지만. 미국의회는 나름대로 부시의 전쟁이 잘못된 것이라고 까지 하고 있으니. 마이클무어감독이나 촘스키교수 같은 양심적 지성들도 발언의 강도를 점점 높이고 있고 말이다.

나는 놀란다.
한국인들의 상당수가 이라크 전쟁에 파병하는 것에 반대했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요즘의 여론은 찬반이 비슷해진 것 같아 놀란다. 이성적인 증거들을 보면 미국이 거짓정보에 기초해서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 명료해졌고, 전쟁 중의 포로 성학대를 비롯한 전쟁범죄로 국제적인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처음부터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쟁을 반대하였거나, 파병을 한 나라들도 철군을 진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모든 이성적 증거들이 더욱 명백히 전쟁을 즉각 중단하거나 최소한 우리가 거기에 동참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시점에서. 한국의 군대는 이라크에 간다는 사실에 놀란다.

압도적인 파병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씨가 끊임없이 이야기하던 그놈의 ‘국익론’에 상당수 국민들이 ‘아! 국익’하고 넘어가는 것 같아 놀란다. 그 국익이란 게 얼마나 크던 작던, 그 국익이란 게 얼마나 골고루 분배되던, 몇 놈들에게 대부분이 돌아가고 일부 부스러기가 대다수에게 돌아가던. 남의 나라 국민들을 죽이고 얻어온 그 파렴치한 돈에 군침을 흘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군중의 황당한 외침에 놀란다.

돈 앞에선 목숨이 별로 존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노동 현장에 오래 전부터 일해 온 늙은 노동자들께선 오랜 세월 뼈 속 깊은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들어서 팔릴 상품의 원활한 판매를 위해서는 만들다가 다치고 죽는 사람은 항상 뒷전인 우리들의 현실을.

이윤보다 생명과 건강이 우선인 사회를 만들어야 이 놈의 황당한 일들을 겪지 않을 것이다. 제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그 날 이후엔 이런 전쟁에 파병을 하자고 하는 놈이 있으면 동네에서 그 날 바로 몰매를 맞겠지. “너 죽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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