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8월] 플랜트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플랜트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광주노동보건연대 송한수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의 노동자, 건설노동자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200여만명(추정)으로 전체 노동자의 7.9%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들의 약 75%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전산업으로 보편화된 IMF외환위기 전후를 기점으로 했을 때, 건설노동자들은 새롭게 등장한 비정규직 유형이라기보다는 60-70년대부터 존재했던 전통적인 비정규직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건설경기의 침체와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건설노동자들이 생존권과 건강권의 위기를 맞고 있다. 단기간 반복적 고용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사회보험으로부터 배제되어 있는 데다, 반복적인 실업과 임금의 하락으로 인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실업에 의한 압박은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고, 건설산업의 높은 산재사고와 사망률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다.
본 연구는 건설업종 중 ‘여수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현재 포항, 여수, 울산, 광양에 플랜트 건설노동조합이 있는데, 이들의 경우 다른 건설업종과 달리 최근에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인상함으로써 노동조건이 다소 개선되었다. 이 글에서는 심층면접,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여수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실태, 그리고 그 원인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생계유지에 부족한 임금, 생계형 가계부채로 이어진다

여수건설노동자들은 반복적인 단기간 계약직 노동자로 고용과 실업을 반복하고 있다. 고용기간의 수입은 타 직종 비정규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3-4개월에 이르는 실업기간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엔 충분하지 못하다. 그나마 한국사회에서 실제 임금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복지급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설문조사에서 여수건설노동자들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입은 201만원이었으나, 1년 총급여액은 1,992만원에 불과했는데, 이는 여수건설노동자들의 평균 실직기간이 3.2개월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실직 기간동안의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노동자는 186명 중 40명에 그쳤고, 그나마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지급규정에 따라 평균 85만원 정도를 받는데 머물렀다. 이는 실업기간 동안의 생계유지에 미흡한 것으로, 이 때문에 심층인터뷰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실업기간에 생계형 가계부채를 얻게 된다고 말하였으며, ‘현재의 임금이 생계유지에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절대 다수가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공장가동 중지기간(shut-down)에 죽어가는 노동자들

여수건설노동자들의 노조활동으로 셧다운기간을 제외한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8.7으로 단축되었지만, 셧다운(공장정비, 보수) 작업시 1일 평균 노동시간은(오전 8시부터, 오후22시까지) 16시간에 이른다. 셧다운은 생산공정을 중단시키고 진행하는 유지보수작업이기 때문에 가동중단기간이 길수록 자본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생산 손실이 생긴다. 따라서 셧다운 공정은 공기단축의 압력을 가장 많이 받게 된다. 고용기간은 최소한으로 단축되고 가장 강도 높은 노동이 요구되며, 잔업 특근도 흔하다.
뿐만 아니라, 셧다운 기간에는 생산을 중단하고, 유기화학물이 들어있었던 탱크를 열고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고농도 유해화학물질에 폭로된다. 그러나 실외작업이라는 이유로 작업환경측정은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았고, 유해물질 폭로에 대한 특수건강검진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 원인 모를 폭발화재로 대형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 시기이다.

버려진 안전시설, 높은 산재사고율, 그리고 산재 은폐

여수건설노조 산업안전국에서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15개월 동안 파악한 204명의 산재노동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협착 및 절단/추락/낙하/전도 등 단순 안전사고가 147건으로 전체 산재에서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여수산단 전체건설노동자의 규모는 적게는 1,000여명에서 많게는 5,000여명으로 유동적이다.) 이는 기초적인 안전시설 설치와 관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며, 공기단축에 따른 무리한 작업이 그 배경에 있다.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유해요인에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누적성 직업병도 다발하고 있다. 여수건설노조의 현황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24건의 근골격계 직업병이 산재 및 공상 등으로 요양을 받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많은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에서 여수건설노동자들은 건강문제로 인한 고용상의 불이익 때문에 적극적으로 산재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단기간 계약직으로 사업주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직업연관성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열악한 임금과 노동조건, 건강의 주범인 ‘중층의 하도급구조’

원청 건설업체를 정점으로 하는 ‘중층의 하도급구조’는 1차적으로는 하청업체간의 입찰 경쟁을 유발하고, 2차적으로는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킨다. 하청업체간의 경쟁은 저가낙찰과 무리한 공기단축을 가져오고, 하청업체는 장시간 저임금과 노동강도 강화로 노동자에게 부담을 전가시켜 왔다. 이러한 일방적인 부담전가는 언제든지 고용을 바라는 실업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고용구조로 인해 원청 사업주는 기업복지 및 노동3권 보장 등 고용상의 기본 의무를 회피해 왔다. 그 결과 건설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게 되었다.

노동조합의 강고한 투쟁으로 건강한 일터를 건설하자

매우 열악한 작업환경과 다른 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산재율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의 노동환경 개선과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건강검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수건강진단은 건설노동자들의 짧은 고용기간 때문에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채용시 건강진단은 건강한 노동자들을 선별해내는 데만 악용되고 있었다.

산재자가 많이 발생하면 입찰에서 불이익을 얻기 때문에 대부분의 하청업체는 산재를 은폐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출혈적인 저가낙찰로 인해 안전관리비가 제대로 쓰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산업안전공단이나 노동부에서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노동조합의 활동은 건설노동자들의 건강상태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었다. 단체협상을 통해 임금하락을 저지하고 장시간 노동을 철폐함으로써 노동강도 강화에 맞서왔고, 부분적이나마 건설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위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건설노동자들의 유해환경을 개선시켜 내고 있다.

그림 1. 중층의 하도급 구조 모식도
그림 2. 여수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의 1년 임금 규모
그림 3. 여수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노동자의 1개월 임금 규모
그림 4. 보고서 33페이지 – 건설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기전
그림 5. 여수 플랜트 건설 비정규직 건설노동자의 산재유형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발생한 산재사고)
그림 6. 보고서 37페이지 – 건설노동자 사고재해 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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