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월/특집3] 산재보험, 조목조목 따져보자

일터기사

[특집2]

산재보험, 조목조목 따져보자
현대자동차 서비스노동조합 부산지부 노동안전부장/한국노동안전보건부산연구소 김상귀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많은 벽에 부딪히게 된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 중에서 사전승인제, 심사상의 문제, 보상문제에 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전승인제와 심사상의 문제는 일맥 상통한 문제일수도 있다.

첫 번째: 사전승인제

현재 산재보험의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사전승인인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최초 재해 및 직업병이 발생하여 요양이 필요하게 되면 본인과 회사의 날인, 그리고 병원 의사의 소견서가 포함된 요양신청서 3부를 작성하고, 재해경위서 및 목격자 진술서 등의 증빙서류를 함께 작성하여, 근로복지공단과 병원, 그리고 회사에 제출하여야 한다. 그 후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받아야만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는 요양신청서가 접수되면 회사의 담당자를 불러, 재해 및 직업관련성에 대해 조사를 하고 필요에 따라 해당 자문의사에게 직업관련성에 대한 자문을 받은 후 최종적인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승인 과정에서 보면, 사고성 재해처럼 직업관련성이 명확한 경우에는 1-2주안에 산재로 인정되지만, 직업성 질환(근골격계 직업병 등)의 경우에는 회사의 날인에서부터 걸리기 시작한다. 회사는 회사 날인제도를 자의적으로 산재 승인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날인제도는 형식적인 부분에서 산재요양 신청자가 어느 회사에 근무하는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라고 말하는 근로복지공단 역시, 실제로 회사가 도장을 찍었는지, 아니라면 왜 안 찍었는지에 대한 부분을 회사 담당자를 불러 확인한다.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진술할 때 노동자의 상태가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고, 개인의 취미생활 등을 제시하며 산재요양 신청자에게 불리한 쪽으로 진술을 한다.

이러한 사전승인 과정을 거쳐, 주치의 소견을 가지고 근로복지공단 자문의가 심사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자문의제도’이다. 자문의는 산재요양 신청자의 병과 직업과의 관련 유무를 가려 소견을 제출합니다. 이미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의 소견이 있는데, 환자의 상태도 모르고 사진(MRI, MRA, CT)만으로 판단하고 소견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잘못된 것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환자의 상태만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자문의 소견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한 사람, 나아가 한 가정의 문제가 된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자문의는 소견란에는 ‘산재가 된다, 안 된다’ 만 적혀 있을 뿐, 그 이유에 대한 소견조차 없다. 물론 산재승인/불승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소견을 단 몇 글자로 적어낸다는 자체도 말이 되지 않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제도가 산재인지 산재가 아닌지를 판단하는 제도가 아니라, 산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뿐이라는 것이다. 일례를 보자면, 직업과 노동자 질환과의 관련성을 연구하는 산업의학과 의사들보다 그 외의 다른 과 의사가 더 많이 자문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는 주치의와 자문의의 소견이 다를 때에는 다른 의사의 소견을 받는데, 이것이 특진제도이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 특진을 보낼 때, 정작 중요한 환자의 의견은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지정한다. 환자가 원하는 병원, 원하는 의사에게 특진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심사상, 절차상의 문제

노동자가 일하는 중에 몸의 통증을 느끼면 병원에 가게 되고, 심한 상태라면 산재를 생각한다. 산재요양 신청서를 작성하면서부터 회사의 압력이 들어오고 그것을 이겨내야 비로소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를 할 수 있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요양신청서에 회사의 날인 여부를 확인하고 날인이 거부되었을 때 회사에 확인을 하는데 회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협조를 안 하면 2-3주, 심하면 한두 달까지 회사 날인여부 확인만을 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이후 환자의 진술과 함께 회사의 진술을 받는다. 이것에만도 역시 2-3주가 흘러간다. 이후에 주치의 소견과 자료들을 가지고 자문의 방문일에 맞춰 심사를 받는데 1주일, 주치의 소견과 자문의 소견이 다를 때 특진소견을 받는데 1-2주, 길면 한 달 이상. 그리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마지막 판단을 내리는데 또 얼마나 걸릴지…

대략적으로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가 산재승인을 받으려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 신청서를 접수한 뒤 2-3개월은 걸려야하고, 여기에 환자가 자신의 병을 알고 산재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면 기간은 더욱 늘어난다. 만약에 산재 불승인이 되면 ‘심사청구-재심사청구-행정소송’까지 가면 1-2년이 걸리는 것은 우습게 된다. 산재요양 신청하는 환자에게 힘있는 조합이나 노동안전보건단체 등 힘이 되어주는 조력자가 있는 경우에는 산재 승인도 많이 나고 기간이 단축되는 편이다. 하지만 힘없고 도와 줄 사람도 없는 경우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내기 위한 근로복지공단의 시간 끌기를 당하기 일쑤이고, 그 동안 회사는 당사자에게 회유와 압박을 통해 산재를 중도에 포기하도록 유도한다. 대기업 노동자들도 회사의 회유와 압박에 흔들리는데, 하물며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힘없는 조합의 노동자들은 얼마나 고통을 받겠는가?

이것을 뚫고 나가는 동안의 병원 치료비에, 산재를 하기 위해 휴직한 상태에서 임금은 기본급 또는 통상급 70%정도밖에 나오지 않고, 잔업과 특근도 못하는 상황. 생활은 점점 힘들어 가고 병원비와 약값은 산재승인 날 때까지 계속 환자가 부담하는 현실이니, 환자는 신체적 고통 뿐 아니라, 경제적인 고통까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는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급여를 줄이는데만 총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진정 산재 환자가 요양 후에 다시 복직하여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세번째: 보상 문제

노동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번 돈으로 생활을 한다. 그런 노동자가 일을 하다가 다치면 산재보험을 신청하고 산재 승인을 받고 요양급여를 받게 된다. 그런데 요양급여가 평균임금의 70%라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대기업 노동자들은 기본급도 높고 수당도 많아 실제 요양급여를 받으면 월급보다 많이 받는 경우도 생기고, 단협에 추가 보상의 복지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렇지 못하다.

기본급은 잔업, 특근을 하여도 먹고살기에 빠듯할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태에서, 그보다 더 적은 돈으로 생활을 하여야 하고, 치료비는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것만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실제 필요한 치료를 받으려면 비급여 본인부담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환자는 병을 빨리 치료하기 위해 개인의 돈을 들여서라도 다른 치료를 받을 것이다. 이것이 산재보험의 현주소이다. 현실성 있는 요양급여의 지급과 치료비 지원이 되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수행하고, 관리/감독하는 것을 넘어, 산재를 당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적용받은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복직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반드시 탈바꿈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승인제도를 폐지, 또는 사후제도로 바꿔야 하고, 심사기간을 줄이기 위하여 근로복지공단의 담당 인원을 정규직 인원으로 충원해야 하고, 요양급여 역시 현실성 있게 다시 책정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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