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월]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현장 이야기

일터기사

[일터이야기]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현장 이야기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허 경

(intro)
1997년 11월 4일, 뉴코아 그룹의 계열사 중 3개사가 부도처리되었다.
2003년 12월 말 뉴코아는 이랜드에 인수되었다.
1998년 12월 29일 완전히 통합된 그룹노조인 뉴코아노동조합이 탄생했다.
2004년 6월 뉴코아노동조합은 주5일제와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전면파업투쟁을 벌였다.
부도가 나고 법정관리 중인 상황에서 조합이 건설되었다는 것. 260여일의 이랜드 노조의 파업투쟁으로 기억되는 그 ‘이랜드’에 인수된 후 15일간의 전면파업투쟁을 전개했다는 것.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 취재를 위해 뉴코아노동조합 본조 김석원 노동안전보건부장의 차를 얻어 타고 분당으로 가던 중 알게 된 사실들이다.
속으로 말했다. ‘(개그맨 정준하의 톤으로)어~~ 흥미진진한데~~’ ^^;

1.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 – 교대제

전국민간서비스산업연맹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는 4개 점포(분당 야탑의 뉴코아아울렛과 킴스클럽, 분당 서현의 킴스클럽, 곤지암의 킴스클럽)에서 일하는 120여명의 조합원들이 소속되어 있고, 취재차 찾아간 일터는 야탑의 뉴코아 아울렛과 킴스클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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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상식 하나! 백화점은 10시 30분 개점/20시 폐점, 아울렛은 10시 30분 개점/22시 폐점, 할인점은 24시간 영업

그래서 야탑의 뉴코아 아울렛은 10시부터 20시까지 일하는 조와 12시부터 22시까지 일하는 2조 2교대의 근무형태를 취하고 할인점인 킴스클럽은 7시부터 17시까지, 10시부터 20시까지, 12시부터 22시까지, 21시부터 7시까지 일하는 4조 4교대의 교대제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뉴코아 아울렛은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변경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조합원들의 교대제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고 했다. 그러면 시간이 가면 적응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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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상식 둘! 좋은 교대제란 없다. 아무리 노동시간을 줄인다고 해도 야간노동을 하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방법은 없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진행한 교대제 세미나에 김석원 노동안전보건부장이 열심히 참석하며 고민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2.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 – 서비스

‘뉴코아 아울렛 야탑점은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365일 50%-80%로 드리며, 백화점식 서비스를 추구하는 국내 최대규모의 고품격 아울렛입니다’(뉴코아 홈페이지에서)

앞의 기초상식 하나를 떠올려 보건대, 백화점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울렛을 만들어야 하는 매장직원들은…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하죠. 잘못한 거 없어도 ‘죄송합니다’라고 해요. 고객이 최우선이니까.”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바뀌었다고 인원확충이 된 것도 아닌데, 교대제로 피로는 자꾸 누적되는데, 하루 종일 서있어서 다리, 허리, 머리 다 아픈데, 그래도 무조건 친절해야 한다.

“다리, 허리, 머리 다 아파요. 하루 종일 계산대 업무 보면 손목도 아파요… 3D업종이에요.”
서비스 조장 이은진 조합원의 얘기를 들은 후 여직원 휴게실에 비치된 전동안마기에 다리를 얹고 있는 다른 여성 조합들을 뵙고 생각했다. 이은진 조합원의 ‘3D업종’ 발언은 ‘오바’아니다.

3.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 – 비정규직

유통업이라는 업종의 특성상, 또 부도 이후 법정관리 등 상황의 특수성 때문에 특히 뉴코아의 퇴사율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퇴사로 인한 인원의 공백을 정규직인 아닌 비정규직으로 충원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2000년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6:4 정도였던 것이 현재는 3:7로 역전되었다고 한다.

“특히, 할인점의 경우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에요. 정규직 직원들은 거의 관리자 같은 업무를 하죠.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분들 관리하고… 점점 이런 식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 같아요. 조합활동 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거고…”

매장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며 설명하던 박노원 지부장은 과일매장에서 비정규직원에게 이것저것 지시하고 있는 정규직 직원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들을 구별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취재하면 되기 때문에 딱히 구별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분명한 이유로 구별해야 될 거다. 계산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줌마들의 임금은 시급으로 계산해야 하고, 매출의 변동에 따라 비정규직 인력수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해서 이윤을 극대화해야 될 테니까.
비정규직을 통해 구별되는 것은 노동자와 자본가일 거다.

4. 뉴코아노동조합 성남/곤지암 지부 – 그리고, 파업

2004년 6월 17일 오후부터 대의원들의 선도파업, 6월 19일부터 7월 3일까지 15일간 전조합원 전면 총파업.

2001년 하루, 2002년 이틀, 파업의 경험이 총 3일인 조합원들이 어떻게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장기파업을 해낼 수 있었을까? 지부조합원의 1/3인 40여명이 파업기간 중 <뉴코아 노동해방 실천단>을 결의했던 성남/곤지암 지부. 지부장은 말했다.

“기본적인 노동조건도 열악하고 노동강도도 세지만, 경영권이 이랜드로 넘어가면서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많이 누적되어 있었던 것 같고, 매장의 층별로 조장들이 있는데 그 분들이 솔선수범 해 준 것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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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요구 >
– 노동조건 저하 없는 주 5일제 전면실시 !
– 실질임금 확보 !
– 비정규직 차별철폐, 정규직화 !
<합의내용>
– 주5일제 관련
▪주 5일 근무를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주5일제 시행을 위해 부족한 인원은 적극 충원한다.
-비정규직 관련
▪개정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며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한다.
▪정직원과 동일한 근무조건으로 근무하고 있는 직접채용 직원에 대해서는 2004년 11월 1일부터 주5일근무제를 시행한다.

앞의 내용을 떠올려 보건대, 너무 정당한 요구이다. 정당한 요구를 단결투쟁으로 쟁취한 당연한 결과.

“파업기간 동안 율동패 <지킴이>도 만들었어요. ‘바위처럼’하고 ‘불나비’ 율동 많이 했어요. 재미있었고요, <지킴이2>도 만들려고 해요.”
“파업 전에는 킴스클럽 조합원하고 같은 건물에 있지만 서먹서먹 했었는데 지금은 너무 친해졌어요. 원래 아울렛 조합원들끼리는 가족 같았는데 가족이 더 늘은 거죠.”

서비스 조장 이은진 조합원의 즐거움은 단결투쟁의 덤.

5. 뉴코아노동조합 – 파란만장, 다채로운 노동조합

뉴코아노동조합의 역사가 파란만장하여 꼭 소개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많이 질문했었다. 1987년에 뉴코아노동조합이 있었으나 노조임원의 퇴사나 한직배치 등으로 인해 점차 활동이 중단되었고 결국 1996년 사측의 해산신고로 조합이 해산되고 곧바로 사측이 신입사원 20여명의 서명으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냈었다고 한다. 그리고 1997년 부도가 났고 전체 주식의 98%를 보유하고 있던 사주가 경영권을 상실하게 되자 법정관리를 앞둔 절박한 시점에서 직원들이 회사의 주체로서 서야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뉴타운개발(주)에서 먼저 조합을 설립하게 되었고 다른 몇 개의 계열사가 뒤따라 조합을 설립했으며 결국 1998년 12월 29일 완전히 통합된 그룹 노조인 뉴코아노동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법정관리 상황에서 노조가 건설된 배경의 대강이었다.

또 ‘뉴코아 제2노동조합’에 대한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2000년 OPEN-SHOP에서 UNION-SHOP으로 변경되면서 과장급 이상은 제외되었다고 한다. 그 후 이랜드에 합병되었고 노조의 초창기 멤버였던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과장급을 다시 포함시키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작년 가을쯤부터 제2노조 건설을 고민했다고 한다. 현장의 전직 대의원 출신들을 위주로 주체를 세우고 조합규약개정작업을 통해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등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2004년 2월 9일 뉴코아 제2노동조합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게 되었다.

현재는 뉴코아노동조합과 통합운영위원회를 통해 운영되고 있고 이번 파업투쟁 때도 전 조합원이 함께 하는 등 다채로운 조직활동을 해나가고 있었다. 얘기를 듣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산업’의 안전보건이 아닌 ‘노동’의 안전보건을 고민해야 하므로 산안부장이 아닌 노안부장이 더 적절하고 노동자적인 명칭임에도 아직도 ‘산안부장’이 널리 쓰이는 요즘, 예상 외로 서비스 유통업의 단위노조인 뉴코아노동조합에서 김석원 ‘노동안전보건부장’을 만난 것도 그렇고, 협소한 개인적 경험의 폭으로 인해 처음으로 양복을 입고 있는 박노원 성남/곤지암 지부장을 만난 것도 그렇고, 부단한 상품의 소비를 장려하여 목숨을 부지하는 자본주의, 그 유혹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대형 할인매장 안 수많은 상품들 속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을 만난 것도 그렇고…

흥미진진한 취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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