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월] 뜨거운 여름을 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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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최동주

뜨거운 여름을 보내면서 나는 그 여름 속에서 무엇을 했는지 다시 한 번 기억을 찾아본다.
어느 한 구치소. 많은 이들이 좁은 방안에서 얘기를 하는데, 그 중 나이 많아 보이는 이가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궤도노동자의 파업에 관련한 뉴스를 보면서 말한다. “요즘에는 노동조합이 너무해! 국민들이 살기 힘들어서 허리띠를 조르는 이 시점에 무슨 파업이냐고!” 그 순간 나는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당치 못했다. “아니, 노동조합 하는 사람들은 어디 다른 나라에서 왔습니까? 그들도 다 이 나라의 똑같은 국민들입니다! 그들은 살기 편해서 파업하는 줄 아십니까? 그들도 이 나라의 같은 국민들이기 때문에 힘들어서 파업합니다! 먹고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느새 나는 노동조합에 대해서 그들과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바로 지금 나의 변한 모습이다.
그러나 곰곰이 지난날을 생각하면, 노동조합을 몰랐을 때에는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었다. 노동자들의 집회 때문에 서울의 길이 막힐 때, 일상생활이 불편할 때, 언론매체가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대사들이 있다. “00집회로 인하여 도심교통이 크게 막히고 있습니다. 00파업 때문에 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00노조는 가뜩이나 어려운 이 경제에 시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등등. 이러한 보도들이 예전에는 사실인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나 역시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들의 파업이나 집회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알면서 그 보도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진실은 외면당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예전의 나와 같은 모습을 가진 이들에게 내가 배우고 들은 것들을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알게되어 나의 삶도 많이 변했다. 그 전에 기계처럼 자본가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삶에서, 이제는 진정한 인간의 삶이 무엇인 줄 아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비록 구속이 되어서 창살 아래 있어도 지나온 이 길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또한 이 땅에 노동해방이 하루 빨리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출소한 지금, 이렇게 힘차게 뛰어다니고 있다. 동지들에게 한마디 하고싶다. 10년 만에 왔다는 이 더위도 이젠 슬슬 꼬리를 감추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가을은 우리들 곁에 올 것이다. 춥고 힘든 겨울도 다시 우리들 곁에 올 것이다.

동지들! 추울 때가 있으면 따듯할 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가올 추운 겨울을 향해 준비하고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더욱 굳세고 힘차게 자본가들을 향하여 돌진해야 될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의 섭리처럼 힘든 겨울을 이겨내면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따듯한 노동해방의 봄이 오지 않겠습니까! 어려운 이 때에, 일상 생활 속에서 모두가 아는 자연의 섭리가 새삼스럽게 떠올라 동지들에게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우리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일어나서 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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