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월] “풀무원 노동자가 순진하고 깨끗한 거지”

일터기사

[현장통신1]

“풀무원 노동자가 순진하고 깨끗한 거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실 이민정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던 7월 28일, 풀무원 노동자들이 서울 한 켠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풀무원 본사가 위치한 고층건물 옆에 차린 천막에서 농성을 시작한 그 날부터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됐지만 풀무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생명을 하늘처럼” 이라는 문구로 유명한 풀무원. 하지만 바로 그 풀무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생명도, 하늘도 아닌 기계 부품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가며 일해왔다. 새벽 별 보고 출근해서 새벽 별 보고 퇴근하며, 얼굴 위로 흐르는 게 땀인지, 눈물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40도 이상의 고온에서 일해야 했다. 여름이면 땀냄새와 콩냄새로 작업복만 2-3번씩 갈아입고, 여성 노동자들은 야간에만 1만모 가량의 두부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몸은 망가져, 80%를 넘는 노동자가 근골격계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렇게 10년을 일하면 기본급 85만원에 잔업, 특근 열심히 해야 겨우 120만원의 임금을 받아갈 수 있는 곳이 청정기업 풀무원이다.

이제 10년 넘게 묵묵히 일해서 작은 무공해농산물 직판장을 매출 3,200억원, 순이익 191억원의 식품기업 풀무원으로 만들어낸 풀무원 노동자들이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며 투쟁에 나섰다. “주5일제 실시, 40시간 노동 보장, 단일호봉제 도입, 생활임금 보장, 정기검진 의료비 지원, 자녀 교육비 지원”이라는 당연한 요구로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회사는 “매월 회식비와 야유회비 지원금을 줄여 검진비를 지원하겠다”는 소리를 하는가 하면, 노조활동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개악안까지 들이밀고 있다. 500만달러를 들여 미국기업을 사들이면서도,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는 돈 한 푼도 아까워 벌벌 떠는 것이 풀무원의 진짜 모습이었다.

길어지고 있는 파업투쟁이 힘들 법도 하건만 풀무원노동자들은 본사상경노숙투쟁뿐 아니라 춘천과 의령공장에 남아있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지역 선전전을 진행하고, 도안, 음성 등 풀무원공장을 순회하는 지역순회투쟁까지 벌여내고 있다. 꾸준히 진행하는 선전전으로 풀무원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10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한다던 풀무원 의령공장의 한 노동자는 “풀무원이 깨끗한 이미지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노동자들이 순진하고 깨끗한 거지”라며 “깨끗한 이미지랑 공장 현장이 너무 달라서 외부 견학도 없다”고 지난 시간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번만큼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구수한 사투리로 덧붙였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기 전, 풀무원 노동자들이 승리했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2일터기사

댓글

댓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보통신 운영규정을 따릅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