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월] 건설노동자에게 생긴 일 -공황발작으로 쓰러진 건설노동자 산재인정투쟁에 대해

일터기사

[현장통신1]

건설노동자에게 생긴 일
– 공황발작으로 쓰러진 건설노동자 산재인정투쟁에 대해

경기서부지역건설노조 안산지부 사무국장 고문상

2003년 12월.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친 경기도 안산 시화호 상류부근의 황무지에서 1,800세대가 살 주거공간인 아파트 신축공사가 ‘대우건설’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인적도 없고, 오후5시 정도만 되면 어둑어둑해지는 건설현장에, 꼭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공사현장의 골조건물 사이로 밤9시, 10시까지 혼자서 작업하기 위해 다니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 곳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 중에 20년간 조적공으로 살아온 한 건설노동자가 공황발작으로 작업 중에 쓰러진다. 그리고 후송되어 갔던 병원에서 4일만에 퇴원하고, 다시 같은 현장에서 작업하다 또다시 공황발작으로 지하주차장에서 쓰러져 16일간 입원하게 된다. 그를 치료한 병원주치의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공황발작’이라는 병명으로 진단하고, ‘이는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소견을 낸다. 그리고, 공황발작으로 쓰러진 이 건설노동자는 쓰러진 지 9개월 후인 2004년 9월 근로복지공단의 특진 실시로 ‘공황장애’라는 최종진단을 받았고, 이에 대해 산업의학 전문의로부터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는 업무연관성 평가소견서를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였다.

누가 봐도 산재요양 승인 대상자다. 그런데 그는 산재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환자 본인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현장에서 막중한 임무와 역할을 한 현장책임자로 일했으며, 갑작스럽게 일량이 늘어나서 쓰러지기 보름여 전부터는 밤9시, 10시까지 혼자남아 물 받는 작업을 했다’고. 그리고 당시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그가 밤늦게까지 혼자남아 작업을 해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여느 때처럼, 추락사고가 나도 그랬던 것처럼 건설회사는 부인한다. ‘목격자가 없다. 과로할 만큼 일량이 많지 않았다. 환자는 평소에 일은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받아 근로복지공단 안산지사는 ‘환자는 IMF때 부인과 별거했다. 당뇨와 고혈압이라는 지병이 있다. 환자가 일정정도 과로한 것 같지만 환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밤늦게까지 일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는 자체조사 내용을 내고, 자문의사들을 끌어 모아 협의회를 개최하여 산재불승인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앞장선다.

황당할 따름이다. 작업 중에 쓰러졌고, 공황발작이라는 병명을 진단받고, 이것이 과로와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치의의 소견이 있고, 그가 일량이 늘어 새벽 6시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혼자남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는데, 산재요양을 승인해 주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산업안전, 노동건강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일하다 추락하여 팔다리가 부러지는 눈에 보이는 산재를 당해도 건설회사측이 ‘그 사람 우리 현장에서 일한 적 없다’ 진술하고 이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산재노동자가 들이대지 못해 아무런 조처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이다. 정말 웃기는 현실이고 눈이 뒤집힐만한 일이다.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가 과도하다는 것은 일반인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불법다단계하도급 구조로 이루어진 건설현장에서 마지막 도급을 받은 소위 오야지/팀장이라 불리는 자들은 낮은 가격으로 강제도급을 받는다. 그들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건설노동자의 마지막 피 한 방울, 땀 한 방울이라도 쥐어짜지 않으면 안 되게끔 되어있다. 노동건강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이다. 이에 저항해야 한다. 건설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최근 4-5년 사이에 조직되고 있다. 잃었던 권리를 한꺼번에 되찾을 싸움이 준비되고 있고, 이 싸움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 건설노조에서는 건설노동자 노동건강권 쟁취를 위해 투쟁해왔고, 앞으로도 투쟁해나갈 것이다. 이번 건에 대해서는 심사청구, 재심청구, 행정소송 등 끝까지 산재인정을 받기 위한 투쟁을 해나갈 것이다. 더 나아가 건설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며, 거짓진술과 거짓증거를 제출한 건설자본에 대한 타격투쟁도 시작할 것이다. 또한 건설노동자의 건강권 쟁취 투쟁뿐만 아니라, 건설노동자가 현장의 주인으로 서는 투쟁도 진행할 것이다. 2004년 한 해, 건설노동자의 투쟁이 눈부셨던 한 해라고 생각한다. 타워크레인노조 투쟁, 건설운송노조 투쟁, 여수/포항지역 플랜트건설노조의 투쟁, 지역 일용건설노조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요구 투쟁 등등. 2005년 한 해, 노동자 건강권이 더 많이 실현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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