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월]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와 참여활동연구의 사례-1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와 참여활동연구의 사례-1
한국노동안전보건 부산연구소

(intro)
2004년 한 해 동안 전국적으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 중 일부는 회사의 주도로, 일부는 노동조합의 주도로 이루어졌고, 일부는 지역의 노동자가 연대하여 스스로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유해요인조사 과정에서 노사합동이든 노동자의 독자적 사업이든 간에 어떻게 현장의 노동자들을 참여하게 하고, 조사의 과정이 활동의 과정이 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자리잡았다. 이 글에서는 유해요인조사 활동의 과정에서 참여활동연구기법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이 글은 노동보건 또는 노동조합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 또는 활동을 기획할 때 미리 알고 있어야 할 내용과, 조사/활동 진행과정에서 활동의 지침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졌다. 노동조합과 노동보건활동가들은 이 글에서 제시하는 활동방법과 문제의식을 실제로 활용해보고 발견되는 장점과 단점을 연구소에 비판/격려해 주시어 노동자 중심의 참여활동연구가 더욱 강력한 무기로 다듬어지기를 바란다. 이 글은 2회에 걸쳐서 연재될 예정이다. 본 호에서는 전체적인 의미와 참여활동연구 방법의 전반부에 대해 설명하고, 다음 호에서는 후반부와 결론을 싣는다.

1. 참여활동연구란?

‘참여활동연구란’ 말은 ‘참여’와 ‘활동’이 합쳐진 것이다. 연구기법에서 ‘참여’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제까지의 연구는 연구자(주체)와 연구대상(객체)을 나누고, 최대한 주관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연구대상의 참여를 배제한 상황에서 실시하였다. 이 때 조사를 당하는 노동자는 대상화되어 버린다. ‘활동’이란 용어 또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기존의 연구기법에서 연구결과가 나올 때까지 ‘연구대상’은 기다리고 있다가 결과가 나온 뒤에야 문제점과 해결대책을 알 수 있는 것인데,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인 노동자들은 연구과정에서 소외되고 지리한 연구가 끝나고 난 후 실천을 하자고 하면, 노동자들의 관심은 벌써 없어진 상태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활동연구는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시작되었다. 유태인이었던 Lewin은 독일에서 진보적 지식인 그룹이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일원으로 사회심리학자였는데 나치의 억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후 사회적 소수자인 유대인과 흑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활동’을 연구기법으로 채택하였다. Lewin은 ‘활동’이 연구기법이 아니라는 비난에 대해 “사실이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다면, 현실을 바꿔보라”는 말로 명쾌하게 ‘활동’이 연구기법임을 주장하였다. 이 말은 현실을 바꿔보았을 때 실제 좋아진다면 문제의 원인은 그것이지만, 좋아지지 않는다면 문제의 원인은 딴 데 있다는 뜻이다. 이런 Lewin의 주장은 미국보다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민중들을 연구하는 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 더 많이 받아들여져 1960년대와 70년대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었고, 지배자와 피지배자간의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거나 원인을 찾는 훌륭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모든 도구는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는데, 이 활동연구기법은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기업에서 ‘인간관계’를 개선하여 노무관리를 하려는 시도로 활용되고 있다. 근골격계와 관련하여 ‘참여인간공학’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그 배경은 생산성 향상 노력과 관련되어 있고, 잘못될 경우 노동강도의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하여야 한다. ‘참여인간공학’은 1990년대 초 미국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주창자들의 문제의식은 기업의 질관리(QC)에서 흔히 사용하는 ‘제안제도’와 연동하여, 노동자들의 참여를 끌어내면서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서 근골격계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제안제도’가 노동자들을 스스로 노동강도 강화의 주역으로 만드는 제도로 활용될 수 있음은 지난 수년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노동강도와 관련한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또한 참여활동연구는 제3세계의 민중들에 대해 정부주도형의 개발을 하면서 민중들의 참여(?)를 유도하여 급속한 빈곤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시도로 활용되고 있으나, 종종 개발독재와 연관되기고 한다. 따라서 연구방법 그 자체가 중요하기보다는 누구의 주도성과 관점이 관철되는가에 따라서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이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이 참여활동연구는 앞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연구대상이 점점 연구주체가 되는 과정을 만드는데, 제3세계의 민중적 차원에서 진행되었던 참여활동연구에서 민중이 스스로 연구자가 되어 수많은 민중 속에서 활동하는 ‘연구-활동가’가 만들어지며, 이들은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부익부-빈익빈과 소수에 의해 권력과 토지가 독점되는 것에 대해 민중 속에서 민중과 함께 또는 민중 스스로 투쟁하는 집단이 된다. 즉 이전의 과학자들이 단지 세상을 해석하였다면, ‘참여’와 ‘활동’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무기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래서 ‘참여활동연구는 단지 현장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노동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스스로 분석하고 활동을 통해 변화시키는 주체를 발굴하고 스스로 주체화되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2. 유해요인조사에서 참여활동연구의 과정

다음은 유해요인조사에서 참여활동연구의 과정과 주요한 쟁점을 정리한 그림이다(표1). 참여활동연구의 중심 주체는 실천단(실행위원)이다. 따라서 실천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얼마나 의욕 있게 활동하는가가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다. 그러나 유해요인조사 또는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의 지원과 엄호 없이는 사업이 파편화되어 결과보고서만 남기고 앙상하게 끝나버릴 수가 있다. 따라서 노동조합 확대간부가 이 사업에 대해서 결의하고 기획하며 공동으로 집행하여야 조합원 대중의 참여와 활동을 이끌어내며, 조합원의 의식고양, 실천단을 중심으로 한 활동가 양성 및 실질적인 현장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림에서 시기별로 나누어 조합의 역할 중 핵심적인 요소를 정리하였고, 각 시기마다 놓쳐서는 안 되는 주요한 쟁점을 정리하였다.

[표]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에서 실천단(실행위원)을 중심으로 한 참여활동연구의 과정과 쟁점

1) 실천단(실행위원)의 구성

조사활동에서 실천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핵심적인 문제이다. 주요한 쟁점은 실행위원의 숫자와 구성방식 및 활동시간에 관한 것이다.
① 실행위원의 숫자는 조합원 50명당 1명 정도가 가장 좋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최소한 조합원 100명당 1명 정도가 되도록 해야 조합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고 조합원들과 호흡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노사합의 과정에서 실행위원의 숫자에 대해 별로 중요성을 두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이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선전하며, 조직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실행위원이 담당한다면 너무 작은 숫자로는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실행위원의 숫자를 충분히 보장받기 위해서는 사측에 실행위원의 역할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역할은 부서별 현장 평가, 개선 대안 마련, 조합원 의견수렴 등 이 글에서 제시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경우 소수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② 구성방식은 노동조합측 실행위원의 구성은 전적으로 노동조합에서 관장하여야 하며 이 구성방식에 대해 회사와 협의할 필요는 없다. 종종 회사 측에서 친회사쪽인 조합원을 실행위원으로 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데, 예를 들어 대의원이 대부분 회사쪽인 경우 대의원으로 노측 실행위원을 구성하자는 등의 제안을 하는 경우가 있다. 노측 실행위원 임명은 노동조합에서 전적인 권한을 갖는 것이 당연하며, 구성 또한 대의원, 상집 등으로 한정하지 말고 일반 조합원 중에서 뽑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참여활동연구에서 실행위원이 활동가로 성장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열의가 있는 조합원이 실행위원이 될 경우에 노동조합 활동가나 대의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고, 또한 조합원의 생각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일반 조합원들이 보기에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이며 일반 노동자였던 사람이 활동과정을 통해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노동조합활동이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인식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이제까지의 노동조합 활동에 식상해하거나 대리주의적 생각을 갖고 있던 조합원들도 조사에 대해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한다.
③ 실행위원의 활동시간은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일단 조사기간 동안 조사에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조사 이후 규칙적으로 현장 순회와 조사를 할 시간과 근골격계 직업병이 발생하였을 경우 현장조사를 할 시간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실재로 조사를 해보면 준비시간과 조사 후 정리시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시간보장은 충분하여야 실제 조사과정에서 실행위원이 작업시간 외에 고생하여 중도에 힘들어 포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실행위원 자체회의 등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실행위원 자체회의, 수련회, 중간평가회 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이러기 위해서는 활동시간을 몇 시간으로 규정하는 것보다는 광범위하게 합의하고 실제 과정에서 요구하면서 쟁취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또한 실행위원 중 대표 또는 대책위원은 충분한 활동시간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진중공업에서는 실행위원 중 대책위원 6명은 실질적으로 임시상근 및 조사기간 동안 사실적인 상근을 보장받은 바 있다.
④ 실행위원을 구성할 시기에 노동조합의 대책위원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흔히 유해요인 조사는 노동안전(산안)부서의 독자적 사업으로 상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조사과정에 선전, 교육, 조직 등의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제대로 조사와 함께 활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노동조합의 조직 중에 기획, 선전, 교육, 조직 등이 결합하여 상황을 공유하고, 선전-조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후의 조사-투쟁의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결합하여야 한다.
⑤ 만약 노사합의로 조사를 진행할 경우, 조사의 범위에 노동강도가 포함되게 하여야 한다. 이 사업의 목표가 단순한 개인적 작업환경의 개선에 있지 않다면 조사의 범위를 협소하게 잡아서 현장통제의 문제와 집단적 작업환경에 대한 문제제기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여러 조합에서 노사합의하면서 노동강도가 조사범위에 포함되게 하였다.
⑥ 이 시기에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 선전을 전개하여 전체 조합원이 유해요인조사(또는 근골격계 투쟁)를 진행함을 알게 하여야 한다. 방법으로 주요한 위치에 플랑카드를 걸고, 대자보와 선전물을 지속적으로 내어 조합원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한진중공업에서 진행하고 있듯이, 순차적으로 실행위원들에 조끼 등을 나누어 주어 실행위원을 조합원들이 알 수 있도록 하며, 조합원들도 깃 달기 등을 시도할 수 있다.
⑦ 이 시기에 노동조합에서는 유해요인조사의 성격을 확정하고 이후의 투쟁의 방향을 확실히 하여야 한다. 근골격계 유해요인조사는 현장통제를 분쇄하고 노동강도 강화 등 신자유주의로 말미암아 야기된 집단적 노동환경을 현장의 힘으로 개선하는 데에 목표가 있다는 점을 상집과 확대간부 차원에서 결의하여야 한다. 상집차원에서 조사사업의 목표와 상집 역량배치 등을 이 시기에 논의하고 기획할 필요가 있다. 일정하게 목표와 시기에 대한 기획이 서면 실행위원과 상집 등이 수련회 등을 통해 의지를 모으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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