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월] “넌 어디서 일하고 싶으냐?”

일터기사

[세상사는 이야기]

“넌 어디서 일하고 싶으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교육위원 오주환

잠시 지쳐서 낮잠이 든 사이에 꿈 속에서 누가 물었다.
“넌 어디서 일하고 싶으냐?”

1. 이 회사(회사A)는 꽤 유명한 회사다. 월급도 많다. 하지만 ‘회사가 어렵다’고 하는 소문이 한번 휙 돌고 나면, 구조조정이니 뭐니 쉬지 않고 이야기가 들리며, 실제로 조기퇴직/명예퇴직 신청을 받으면서 감원바람이 분다. 그런데 연말에 발표하는 것은 매번 흑자행진이다. 회사는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항상 흑자를 낸다. 그런데, 일하는 우리는 언제까지 여기에 다닐 수 있을지 불안하다. 게다가 월급이 많기는 하지만 사실상 연장근무를 하지 않고 정규 근무만 하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요약해 보면, 감원대상 안 되고 살아 남아있기만 하면 월급은 꽤 많다. 그러나, 매일 지치고 힘들다. 퇴근하면 털썩 쓰러져 자야 한다. 내년에도 계속 다닐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2. 이 회사(회사B)는 월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은 편도 아니었다. 이 회사는 외부에 잘 나가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고 기업이미지도 좋다. 그래서 그런지 물건도 많이 팔린다. 이 회사는 초기엔 월급이 꽤 괜찮았다. 그러나 회사쪽에서는 이 정도로는 사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라면서 월급은 매해 조금씩만 인상하였다. 회사가 외형적으로 계속 꾸준한 성장을 해나가는 것에 비하면 월급이 늘어가는 속도는 미진했고, 그러다 보니 몇 년이 흐른 지금은 A회사보다도 월급이 적은 실정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장근무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무슨 의사결정이 있을 때는 직원들의 의사를 가끔씩 묻기도 한다. 하지만 소문에 따르면 월급인상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A회사처럼 감원하고 연장근무 실시하면서 정리 안 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의 월급은 이전보다 많이 올려주는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기업이미지가 좋아 물량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그런지 근무시간이 갈수록 바쁘고 힘들어진다. 그러나 원래 기대하던 목표량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인력을 증원하지 않겠다고 한다.

3. 이 회사(회사C)는 초기엔 월급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점차 월급이 늘어 지금은 앞의 두 회사(회사A와 회사B)와 비슷하다. 이 회사는 모든 회사 내 의사결정을 직원총회에서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직원총회가 매 월 있으며 회의시간도 길다. 피곤할 정도로. 근무시간이나 근무형태, 그리고 월급조차도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 그러니 총회 참석율이 매우 높다. 이 회사는 감원한 적도 없고 감원할 계획도 없다. 연장근무도 거의 없다. 모두가 같이 꾸려나가면서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같이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 흑자가 나면 경영진이 이윤으로 가져가지 않고 대부분의 이윤이 경영진을 포함한 직원들의 후생복지(주택/자녀학비 지원금)에 사용되고 일부는 재투자에 사용된다. 그렇다 보니 여기서는 퇴사당할 염려는 없지만 월급이 줄을 수는 있다. 매출이 줄어들고 회사의 여유가 적어지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매출이 좋아지면 월급이 좋아지거나 후생복지 수준이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답을 막 말하려 했더니 그 분이 머리를 딱 때리면서 하시는 말씀.
“뭘 그리 오래 재보면서 생각하냐? 대답할 시간 지났다, 임마!”하고는 휙 사라지셨다.
아. 빨리 대답했으면 거기서 일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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