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월] 덤프연대 노동자는 별동대다!

일터기사

[일터이야기2]

덤프연대 노동자는 별동대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김재천

겨울에 해뜨는 것을 차 안에서 보는 노동자들

덤프노동자들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집채만 한 덤프트럭을 몰면서 짐칸을 이용해 흙, 돌, 자재 등을 운반하는 일을 한다. 현재 전국에는 6만여 덤프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 경기, 인천, 대전, 울산 등 1,500여명의 덤프노동자가 조직되었으며 향후 전국적으로 조직을 확산하고 대정부 투쟁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참 자고 있을 새벽 6시 30분에 취재를 약속한 덤프연대 서울서남지부 조남현 조직부장을 만나기 위해 신풍역에 도착했다. 마침 그날 아침은 혹독하도록 차가운 바람이 매몰차게 불고 있었다. 이렇게 매일 새벽에 일을 준비하고 나가기는 무척 힘든 일일 것 같다. 이런 일들을 1년 내내 반복하다니… 참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남현 조직부장의 차를 타고 반나절 정도 함께 다니면서 취재하기로 했다. 오늘은 영등포에서 안양까지 8번을 왕복하는(8탕) 탕뛰기(정해진 목적지까지 왕복하는 것을 ‘한탕’이라 하고, 이것을 통틀어 탕뛰기라 한다)를 해야 한다. 영등포에서 안양까지는 빠르게 움직여도 꼬박 1시간 20분이 걸린다. 점심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총 10시간이 걸린다. 하루 종일 덤프를 운전하는 일 자체가 고된 데다, 제대로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을 챙길 수가 없다. 그나마 이것도 나름대로 인맥이 없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물론 혼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은 인맥이 없으면 일을 찾기가 힘든 형편이다.

덤프노동자들은 대부분 새벽 4시, 5시에 집에서 나오기 때문에 아침에 가족들을 보기 힘들다. 언제 일하러 나오라고 연락이 올지 몰라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는 것도 1년에 몇 번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또한 아침식사는 차 속에서 간단히 김밥이나 인스턴트식품으로 해결하거나, 아예 못 먹는 경우도 있고, 점심시간도 따로 주어지지 않는다. 적당한 틈을 타 최대한 빠른 시간에 먹고 바로 운전대를 잡고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덤프연대 노동자들은 별동대다. 언제 어떻게 일이 있을지 몰라 항시 대기를 하고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무리한 탕뛰기, 망가지는 건강

사업주들은 8시간 동안 끝내기 어려운 거리에 탕뛰기를 무리하게 배치하고, 과적과 과속을 은연 중에 강요하고 있다. 주어진 일을 하지 못하면 대금 결제할 때 공제를 한다고 한다. 물론 결제 기한도 거의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고 한다.

덤프노동자들은 건강이 좋을 수가 없다. 장시간 운전으로 허리며 무릎이며 안 좋은 건 기본이고, 무엇보다도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대부분이 만성위염과 근골격계 직업병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조남현 조직부장도 위염으로 입원했을 때 의사가 쉬면된다고 하는데도 생계문제 때문에 쉬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덤프노동자에게는 4대 보험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덤프연대 노동자들은 항상 다른 건설 노동자들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서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늦은 시간이라고 한다. 도시 중심이거나 혼잡지역일 경우에는 보통 아침 5시 정도가 기본이다. 다른 노동자들과 틀려서 덤프 노동자들은 일하는데 시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주로 탕뛰기라고 하는데, 그 하루 동안 주어진 거리에 정해진 회수만큼 왕복해야 해서 대부분의 덤프노동자들이 제시간에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 그리고 매일 일하는 곳이 다르고 그날그날 일의 일정을 사업주에게 직접 하달받는 시스템이라 일이 들쭉날쭉하다. 더구나 그 일을 모두 혼자서 진행하기 때문에 더욱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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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비 현실화! 부당 과적 반대! 유류세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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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덤프연대 노동자들은 덤프 앞 유리창에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닌다. ‘운반비 현실화! 부당 과적 반대! 유류세 현실화!’ 등의 구호를 붙이고 다닌다. 이런 빨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덤프차는 덤프연대소속 노동자들이다. 조남현 조직부장은 덤프연대를 하면서 느낀 것으로 “예전에 비해 현장에서 함부로 못하고 과적하는 것에 대해 많이 나아졌다”는 것을 꼽는다. 그리고 이제는 현장에서 쉽게 무시하지도 못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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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프노동자의 새해소망은 아주 소박하고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새해 소망요.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덤프연대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현실화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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