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꼭이요. 꼭. – 수감 중인 건설노동자의 편지

일터기사

[<일터>게시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꼭이요. 꼭.
-수감 중인 건설노동자의 편지

전남동부지역 건설노동조합 이상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내주신 <일터> 잘 받아 보았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고 보내주신 <일터>. 정말 저에게는 소중한 마음의 양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전남동부지역 건설노동조합의 조합원 평균 나이가 46.3세입니다.(약 4,500여명) 우리 건설노동자가 대부분 노동법, 산업안전보건법은 우리를 위해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조합원은 평균 20년 이상 현장 경험이 있는 기능공입니다. 현장에서 몸이 부서지도록 일만 해온 우직한 사람들입니다. 산업안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근골격계 질환이란 병은 우리 건설노동자에겐 꾀병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일만 했습니다. 내 동료가 안전사고로 사망을 한 그 자리에서 다시 용접고데를 잡고, 내 동료가 평생 불구가 된 그 자리에서 다시 일을 해야 먹고사는 일용근로자입니다. 안전망만 쳤어도, 안전벨트만 지급 받았어도 죽지는 않았을 건데, 그놈의 공기단축, 불법하도급 때문에 사라져간 내 동료가 몇인 줄 모르겠습니다. 어느 날 현장에서 보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노가다 인생은 끝나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관심 없이. 우리는 정말 모르고 살았습니다.

내 동료가 안전사고로 평생 불구로 살아올 때 마음만 있지, 실지로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허리가 끊어지도록 아파, 동료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결근을 하고 한의원에서 침, 뜸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동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노동자를 위해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 건설노동자가 깨우치고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2003년 4월 1일 산업안전국장으로 발령받아, 처음엔 무엇을 할 지 몰라 무척 당황했습니다. 이제 해가 바뀌고, 걸음마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문길주동지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고, 많은 활동가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노력해서 참된 일꾼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꼭이요. 꼭.

2005. 1. 3. 이상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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