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1월] 드라마 이야기

일터기사

[문화마당]

드라마 이야기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사무차장 이경호

드라마를 본지도 꽤 오래 된 것 같다. 항상 농성장에서 CD로 구워온 삼순이(원제: 내 이름은 김삼순)만 보다가 드라마에 대한 나의 생각을 쓸려니 참 힘들기도 하다. 나는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 딱 2종류라고 생각한다. 사극이 아니면 신데렐라 이야기, 백마 탄 왕자 이야기. 뭐 사극은 그냥 그런대로 봐줄만 하니까 놔두고 두 번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인물분석

1. 왜 우리나라 드라마는 백마 탄 왕자 이야기가 많을까? 남성들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작가들의 심리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훌륭하신 여성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는 왜 드라마에 안 나올까? 궁금하다.

2. 드라마에 나오는 귀한 딸, 귀한 아들들은 왜 그렇게 세상 물정을 모를까? 한 번은 농성장에서 떡볶이집에서 카드를 긁으려는 대학생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외동딸들은 부모님이 집에다 감금시켜놓고 키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문득 든다.

드라마를 보면서 느끼는 모순된 점

1. 드라마에 나오는 가난한 주인공들을 보면 항상 몇 십만원짜리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그런걸 보면 한 번씩 의심하게 된다.(혹시 어디다가 땅투기하고 있나?)
2. 항상 찢어지게 가난한 주인공들은 항상 재벌 2세를 만나 연애를 한다.
3. 라이벌 관계의 두 주인공. 나중에 보면 꼭 형제나 자매로 밝혀진다.
4. 그리고 사소한 건데 주인공이 택시를 타려고 하면 항상 택시가 3초 안에 온다.

나는 이런 드라마를 보고 싶다

디시 인사이드에 가서 본건데, <나는 이런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제목으로 올라왔었던 것이다. 내 생각하고 똑같다. 이 글을 끝으로 마치고자 한다.

1. 가난하고 힘들지만 어려움을 헤치며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돈이 많은 재벌 2세를 평생 못 만나는 드라마.
2. 사사건건 내 인생의 방해가 되는 사람이 나와 피가 섞인 형제/자매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라는 게 밝혀지는 드라마.
3. 장엄한 배경음악과 함께 달리는 자동차를 따라 잡겠다고 주인공이 열나게 뛰어가는데, 그가 쫓아오는 걸 보고 운전사 아저씨가 “어? 저게 뭐야?”하며 차를 끽- 세워 주는 드라마.
4. 부잣집 외동딸로 곱게곱게 자란 젊은 여자가 싸가지 있는 드라마.
5. 눈빛이 날카로운 남자 주인공이 지나가다가 젊고 예쁜 여자를 괴롭히는 불량배를 보고 끓는 분노를 참지 못해, 다가가 그 불량배들과 5대 1로 싸워 결국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뒈지게 맞는 드라마.
6.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며 시부모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억지로 한 착하고 젊은 새색시가 그것도 모자라 굳이 시부모를 모시고 살겠다고 시댁으로 들어가 사는데 첫 날부터 시어머니가 의외로 시집살이 안 시키는 드라마.
7. 가정부 역할로 나오는 아줌마가 “네, 사모님” 이상의 대사를 소화해내는 드라마.
8. 괜찮을 거라 철썩 같이 믿고 남의 보증을 서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돈 빌린 친지의 사업이 망하지도 않고, 잠적도 안 하며 열심히 일해 빚 다 갚아버리는 드라마.
9. 실연을 당했거나 일이 안 풀려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주인공이 외국으로 갑자기 유학 안 가고 그냥 한국에 눌러 사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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