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1월] 보상 자료를 이용하여 적정요양기간 산정 가능한가?

일터기사

[연구소 리포트]

보상 자료를 이용하여 적정요양기간 산정 가능한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장 고상백

1. 들어가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최근 요양기간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고 산재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적정요양기간을 산정하여 이를 장기 요양환자에게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건강보험 및 자동차보험에 비해 산재환자가 요양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노동자의 도덕적해이에 주요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그러나 요양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산재환자에게만 그 원인이 있는가?

산재요양 환자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요양기간)를 받고 업무에 복귀하는데는 복잡하고 다양한 인자가 관여한다. 요양기간 및 업무복귀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크게 정리해보면, ①사회적 요인 ②의료공급자 요인 ③사업장 요인 ④환자요인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사회적 요인으로는 사회보장체계의 한국적 특수성으로 산재보험의 운영체계, 원인주의적 채택과 사전승인제도, 조기진단 및 조기치료의 지연 및 재활치료의 부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의료 공급자 요인은 요양기간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산재환자가 의료기관에서 가장 적절하고 꼭 필요한 치료를 받아야만 필요한 시기에 요양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일부 의료기관이 과잉진료 및 부적절한 진료행위를 수행하고 있으며, 급성기 치료 이외에 통증조절 치료를 제외하고 업무복귀를 위한 다양한 치료가 준비되어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환자요인으로는 연령, 성별, 결혼 유무 등 인구학적 특성과 스트레스, 우울, 업무 복귀 시 두려움 등 사회심리적 특성, 건강수준, 치료방법 및 치료형태 등 의학적 특성, 경제적 요인 등이 있다.

따라서 요양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정요인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 되고 포괄적인 생물학적, 사회-심리적 업무관련성 모델에 입각한 폭 넓은 분석이 필요하다. 승인된 산재환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산재자료를 토대로 환자에게 그 원인의 초점을 두고 적정요양기간(?)을 산정하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2. 요양기간 연구에서 국내 산재자료의 문제점

요양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할 때 현행 산재자료의 한계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산재자료는 4일 이상의 요양을 대상으로 함에 따라 대부분의 손상정도가 낮은 질병을 포괄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4일 이상의 경우도 산재환자가 직접 요양을 신청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산재 기피 또는 공상 등으로 국내 산재환자를 포괄하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다. 특히 요양기간이 짧은 산재 및 작업관련성 질병은 건강보험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사례 참조). 따라서 건강보험 환자보다 자료의 특성 상 길어지는 요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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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임현술(1995)연구 보고- P시에 위치한 용접봉 제조업체의 생산직을 대상으로 1989년부터 1993년까지 5년간 발생한 295건의 안전사고에 대한 회사 측의 기록일지를 조사한 결과, 연도별 안전사고 발생 건수 중에서 노동부에 보고한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1989년은 3건(5.8%), 1990년은 보고된 예가 없었으며, 1991년은 4건(5.7%), 1992년은 6건(12.3%), 1993년은 7건(23.7%)으로 매년 증가하였지만, 전체적으로는 20건(7.8%)에 지나지 않았다. 입원 환자 중에서 산업재해로 처리된 비율은 87.0%이었다.

사례2> 김수근(1996)연구 보고- 일 자동차 관련 사업장의 산업재해 665건을 3년간 조사 분석한 결과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였던 손상이 93건(14.0%)이었고, 연도별로 4.32 – 6.51 %로 당시 우리나라 공식 발표 산업재해율보다 4배 이상 높았다. 한편, 4일 이상 치료를 받은 경우 93건 중 산업재해로 보고된 것은 8건(8.6 %)에 불과하였다.

사례3> 안연순(2003)연구 보고- 일 제철소 및 협력업체 현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산업재해와 건강보험 이용실태를 조사한 연구에서, 동기간 산업재해로 승인된 근로자는 100여명에 불과하였으나 손상․중독 및 외인에 의한 특정 기타 결과(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 S00-T98)로 건강보험을 이용한 근로자는 산업재해로 인한 손상의 30배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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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요양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하고자 하는 상병명의 질병 정의와 분류체계이다. 특히 동일한 질병이라 하더라도 손상원인, 통증위치, 기능적 제한, 손상의 복합성, 수술여부, 병리적 소견 등 질병의 구체적인 요소들이 세부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소들은 요양기간에 질병명보다는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요양기간의 분포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즉, 같은 상병이라도 질병의 심각성, 병합 질병의 종류, 수술 유무 등에 따라 요양기간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재자료에서는 이러한 요소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질병의 분류 또한 지사마다 다르다. 따라서 이러한 산재자료를 가지고 단순히 상병명별로 통계량을 산출하여 적정요양기간을 산정하면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

3. 요양기간을 줄이고 원활한 업무복귀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

요양기간에 대한 연구는 적정 또는 표준요양기간의 설정이 주요 목적이 되기보다, 요양기간이 길어지고 복귀가 늦어지는 원인을 밝혀 복귀를 원활하게 하면서도 촉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Crook 등(2002)은 요양기간 및 업무복귀에 관계되는 요인들을 사회인구학적 특성, 기능적 장애 정도, 사회심리적 스트레스, 동반된 통증 유무, 사고 이전의 에피소드, 작업장 환경으로 열거하였다(그림 참조). 특히 작업장 환경은 매우 중요한데, 작업장 요인으로 작업일정 조정, 업무량, 작업속도, 직무만족도, 동료들간의 관계갈등을 그 예로 들었고, 복귀 시 작업 수정 또는 개선의 가능성 및 가벼운 업무 활동, 단계적 업무 복귀의 가능성을 지적하였다.

Baril과 Berthelete(2000)은 요양기간을 거쳐 조기에 업무 복귀하기에 성공하기 위한 이론적 전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① 산재노동자는 가능한 빨리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작업장이 안전해야 한다. ② 조기 업무복귀는 산재노동자가 재활서비스에 얼마나 빨리 접근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③ 업무 복귀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업무능력이 점차로 강화되도록 배려해야 한다.(갑자기 완전한 업무 복귀는 지양) ④ 노동자의 능력과 자기존중심의 강화를 함께 고려하면서 작업에 대한 요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⑤ 업무복귀에 대한 평가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⑥ 조직문화가 업무복귀 프로그램을 포용하고 노동자의 사회적지지를 제공해야 한다. ⑦ 업무복귀 프로그램의 내용은 공공보건의 중재에 의해 지원되어야 한다. ⑧ 업무복귀에 대한 평가가 나중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 평가결과는 프로그램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그들은 조기업무 복귀에 필요한 권장활동 내용으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제시하였다. ① 가급적 갈등은 피해야 하며, 보상에 필요한 과정은 지체 없이 진행 ② 노동자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 ③ 단계적(점진적) 업무복귀, 노동자의 자기존중심 강화, 노동자의 재활에 대한 사업주의 보장 등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사업주와 노동자의 정기적인 만남과 산재환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 ④ 복귀할 작업에 대한 확인과 평가 ⑤ 회사와 산재노동자의 주치의와의 상호소통(노동자의 업무 능력과 작업배치 시 작업요구량 및 작업장 개선에 대한 의견 교환) ⑥ 작업의 유연성(노동자의 작업일정 수정, 인간공학적 작업장 재설계, 노동자 교육 등)

4. 산재요양기간에 대한 연구를 위해 필요한 조건

1) 산재보고체계의 구축

산업재해와 관련된 연구 및 정책수립의 우선순위 결정은 정확한 산업재해 발생을 양적, 질적으로 파악해야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실제 산업재해 발생 규모를 알 수 있는 통계가 부재하다. 보상통계는 해석상에 문제가 있고 산업재해 발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선진 각국은 근로자 보상에 근거한 산업재해 통계를 지양하고 실제 산업재해 발생경향을 나타낼 수 있는 각종 통계시스템을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보상자료에 근거한 산업재해 통계만을 갖고 있다. 보상에 근거한 산업재해 통계는 실제 산업재해 발생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및 예산 정책, 연구자의 연구 우선순위 결정, 적정요양기간 산정 등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적절한 요양기간을 산정하고 근로자들의 조기 업무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산재 보고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보상에 의한 산재통계 뿐만 아니라 사업장 내부 보고체계, 사업장 기록유지체계, 외부 신고체계, 국가적 차원에서 재해의 조사 및 집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 질병의 정의와 분류체계

요양기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석하고자 하는 상병명의 질병 정의와 분류체계 및 표준화이다. 또한 손상역학 연구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질병에 대한 중등도의 파악이다. 특히 요양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서 핵심적으로 파악해야 할 변수는 질병의 중등도이다.

3) 산재 정보의 체계화

산재자료는 요양기간에 미치는 요인을 찾기 위하여 진료 내적변수 12개와 외적변수 14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앞서 서론에 언급하였듯이 요양기간에 미치는 변수는 사회적 요인, 의료공급자 요인, 사업장 요인, 환자요인으로 많은 요인들이 누락되었다는 중요하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포괄적인 생물학적 사회-심리적 업무관련성 모델에 입각하여 폭 넓은 자료준비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4) 전향적 코호트 연구 또는 체계적 연구 필요

요양기간을 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생율을 가지고 계산하여야 한다는 것인데, 산재 승인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 어떤 정책적 함의를 가지기에 미흡하다. 외국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향후의 연구초점은 직업성 손상의 요양기간 및 업무복귀에 영향을 주는 예측인자를 찾는 코호트 연구이다. 따라서 현 산재자료의 부적절성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에서는 전향적 코호트 또는 적어도 전면적인 연구재설계와 재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내고, 제도 연구를 통해 보다 적절하고 포괄적인 복귀제도를 현실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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