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1월] 중국산 김치 해결법

일터기사

[칼럼]

중국산 김치 해결법
시사평론가 김지영

기생충은 영어로는 parasite라고 하며, 가주 생물(숙주, Host)에 먹이와 환경을 의존하여 기생생활을 하는 무척추동물로 정의된다. 기생충에는 주로 단세포성의 기생원충과, 촌충이나 선충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세포성 후생동물이 있다. 기생충이 살아가는 방식은 대개가 숙주 내부 기생이지만, 곤충을 주로 한 절지동물에서는 외부 기생을 하기도 한다. 기생충의 일생은, 일시적으로만 숙주에 의존하는 일시적 기생부터 평생을 얻어먹고 사는 정류기생(定留寄生)으로 분류해 볼 수도 있다. 기생충이라고 해서 아무 숙주에 빌붙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기호가 있고, 중간숙주를 거치기도 하고 숙주를 여러 번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기생충 역시 자신의 평안한 삶을 위하여 고르고 선택하는 놀라운 자연의 법칙을 가진다.

인체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아무런 증상이 없이 지낼 수도 있지만 각 기생충의 종류에 따라서는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잘 알려진 인체 내 기생충으로는 원충(圓蟲)/촌충(寸蟲)/흡충(吸蟲)/십이지장충(十二指腸蟲)/요충(蟯蟲)/필라리아[絲狀蟲] 등이 있으며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촌충에는 갈고리촌충[有鉤寸蟲]/민촌충/에키노코크스 등이 있으며, 흡충류에는 간(肝)디스토마․폐(肺)디스토마 등이 있다. 기생충의 감염경로로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물 등을 통한 경구 감염을 생각한다. 물론 회충이나 촌충류 등 대부분의 기생충은 입을 통하여 감염되지만 십이지장충 같은 녀석은 운동성이 있는 유충의 형태로 사람의 피부를 뚫고 감염되며, 필라리아는 유충이 모기에서 나와 피부를 통하여 감염된다. 인체 내에 감염된 기생충은 각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회충이 장(腸) 안에 기생하면 안색이 창백해지고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복통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구토를 하던 중에 뱀장어 만한 회충을 토했다는 엽기적인 이야기(?)는 회충의 삶이 주로 상부 위장관 근처임을 의미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십이지장충이 위에 가까운 소장(小腸)의 상부에 기생하면 식초나 숯/벽토/종이 등이 먹고 싶어지는 이미증(異味症)과 빈혈을 일으키고 손톱이 변형된다. 촌충류가 기생하면 트림이 나고 기분이 나빠지며, 두통과 현기증을 일으킨다거나 간디스토마가 간에 기생하면 식욕이 없어지고, 배가 부어오르며 설사를 하게 된다.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환자가 알고 보니 유미낭충증 (Cysticercosis)이었다는 보고도 있고 하니, 기생충을 쉽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대개 기생충에 의한 병은 위급하게 급성으로 일어나는 것은 적으며, 증세가 비교적 완만하게 경과하므로 그 치료를 등한시하기가 쉽다. 평소 철저한 예방을 통한 관리가 요망된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기생충학 연구 및 응용 분야에서 비교적 발전한 나라이며, 인구 집단에서 기생충을 박멸한 사업도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일제시대부터 일본인 교수에 의해 간흡충의 중간숙주에 대한 보고가 있었으며(고바야시 하루지, 1916) 해방 직후, 그리고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1950년대 말까지 우리나라의 기생충 문제는 최대한으로 악화된 상태였다. 당시 대변검사 결과를 보면 1949년 회충 충란양성율 82.8%이라고 보고한 바 있으며, 당시 인구 약 2000만 명의 회충 감염량은 5-10억 마리로 추산될 정도였다고 하니, 대부분의 국민이 회충을 몸에 키우고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장내 기생충 간흡충, 폐흡충, 촌충, 말라리아, 이질 아메바 등 모든 기생충이 유행하고 있었지만 다른 급성전염병의 위세로 소위 명함도 내밀지 못하던 시절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1950년 대 후반 기생충에 대한 학계의 연구가 정착되고 미국에서 연수한 젊은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사단법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창립(1964년)되고 기생충 예방법의 국회 통과 및 공포(1966년), 주민의 대변검사와 집단투약 사업 시작 (1968년) 등이 시작되었다. 기생충에 대한 반격이 전사회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대변 충란 양성율이 1971년 84.3% 1981년 41.1% 1992년 3.8% 2004년 3.7%로 감소하여(질병관리본부, 2004) 기생충과 함께 살던 시대는 지난 셈이 되었다. 물론 기생충 박멸의 주요 원인은 식생활 등 환경이 크게 개선됨 점과, 인체 내 기생충을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생충이 구충제 한두 번 복용으로 해결될 수 있으니, 기생충은 바이러스처럼 변종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세균처럼 약제 내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별 볼일 없는 약한 놈이다.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추가로 검출됐다고 한다. 지난 10월 28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통관됐지만 시중에 유통되지 않은 58개 중국산 김치 제품을 검사한 결과, 12개 회사 15개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돼 이들 제품 22.9톤을 회수했다고 밝혔다(매일경제 10월 29일). 이번 중국산 김치 파동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모든 국산 김치에 대해서도 기생충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많은 국민들은 이제 김치마저 식당에서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새내기 주부들이 김장김치 담그는 요리학원에 몰리고 있다는 보도도 뒤따르고 있다. 아예 농촌 김치 공장이 도시에서 내려온 아줌마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 대책은 중국산 김치에 대해 전면적인 세관 안전성 검사를 시행하고 국내산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여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만 유통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중국에서 국내로 반입되는 김치의 양이 과연 철저한 검역검사를 할만큼 적은 양일까? 경기도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김치는 올 해만 3만 1백 여톤으로 전국 수입 물량의 약 52%에 이르는데, 이 수많은 김치를 검사할 김치 전담 인력은 단 1명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보도를 보면, 수입되는 김치를 모두 조사해서 충란검사를 시행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어불성설일 듯싶다. 결국 중국산 김치의 국내 반입을 중단하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아예 식품위생관념이 철저하고 기생충 감염이 적을 것 같은 나라, 예를 들면 일본 등으로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은 애초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 김치가 수입되기 시작한 이유는 중국 김치가 맛이 좋고 우월해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장구조의 개편과 이에 따른 동북아 각국의 산업구조 재편이 맞물리고 있는 국내 산업구조의 재편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고 쌀 관세화 유예 협상에 대한 비준 동의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이 비준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인데, 비준안이 발효되기 시작하는 내년 3~4월쯤에는 수입쌀로 지은 밥이 밥상에 올라오게 된다. 열린 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보궐선거의 승패를 떠나 이심전심 연합을 결성한 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국회 직원들의 보호 하에 회의실에 진입하여 쌀 비준 동의안을 상정한 후 10여분 만에 통과시켰다. 쌀 비준 동의안이 지난 6월 7일 국회에 제출된 지 4개월 20일만에 이제 현실화의 길만 남겨 놓게 되었다. 이 날 의결된 비준 동의안은 쌀 시장의 완전개방인 ‘관세화’를 2014년까지 연장하는 대신 미국․캐나다․인도․호주 등으로부터의 쌀 수입량을 매년 균등하게 올려 2014년 47만톤까지 늘리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비준안의 핵심은 가공용으로만 사용됐던 수입 쌀,을 밥 짓는 식탁용 쌀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라는 조항이 삽입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항목이 된다. 국회 비준 동의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였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전국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식탁에 값싼 외국산 쌀이 올라올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농민들의 농업생산 구조에 심각한 변화가 유발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쌀 수입의 가장 대표적인 이해 당사국은 바로 미국과 중국 등이다. 농림부는 비준안이 발효되는 즉시 쌀 수입 이행계획서(CS)에 따라 22만 5천톤의 2005년도 의무 수입물량(TRQ)을 들여오기 위한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경향신문 10월 27일). 이렇게 수입된 쌀은 아마도 국내 생산가격의 70%~8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어 중국산 쌀이 국내 식탁을 주름잡을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된 것이다.

중금속에 오염된 꽃게, 장어를 비롯하여 기생충에 오염된 김치 등에 대한 호된 여론 몰이나 식약청의 단속과 국민들의 의혹에도 불구하고, 올 해 내내 문제가 되었던 중국산 식품류들은 꾸준히 그 수입량이 증가되고 있고, 우리의 식탁을 장악해가고 있다. 이 속도는 중국의 개별 생산업자나 국내 수입업자의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며, 중국산 김치에서 나오는 기생충 역시 국민들의 의혹의 눈초리나 신토불이 애용론만으로 해소될 수 없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이 모든 것을 결정해가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개편과 자본주의의 이윤논리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식탁에 올려지는 꽃게, 김치, 장어, 그리고 이제 쌀이 중국으로부터 평택항으로 이송되는 바로 그만큼, 자동차, 컴퓨터, 이동 통신이 중국 거리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등한 교역의 세계에서 중국은 한국산 컴퓨터의 덤핑과 자동자의 불량을 문제 삼는 것처럼, 우리는 해산물 속의 중금속을 걱정하고 김치에 묻은 10억 중국인들의 인분과 기생충을 우려할 뿐이다. 이 모든 근저의 법칙이 식약청의 안전진단과 주부들의 노력만으로 해소될 수 없는 이유는 자동차와 컴퓨터로 이득을 보는 집단이 법과 경제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며, 농지에서 길러낸 배추밭을 갈아엎는 농민들의 입장이나 할인매장에서 싸게 먹거리를 구입하여야 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이 이 거대한 거래를 뒤집을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10억 인구를 대상으로 한국 정부가 충란검사를 시행할 수는 없다. 3.7%까지 감소한 충란 양성율이 조만간 김치, 쌀 등 중국산 먹거리 덕택에 다시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는 모 대학 기생충학 교수의 경고는 비록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개편과 동북아 시장의 변화라는 자본주의의 이윤논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나는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인 줄 알고도 먹을 예정이다. 대부분의 식사를 밖에서 사먹는 나로서는 신토불이 김치만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맛있는 김치 없이 밥을 먹을 수도 없다. 차라리 3개월마다 한번씩 Albendazol 이나 Praziquantel 같은 기생충 약을 온 식구가 나누어 먹을 예정이다. 조류독감 예방약처럼 희귀 의약품도 아니고 값도 싸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인분에 오염된 중국산 김치야 이렇게 해결하면 되지만,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이 축적된 외국산 쌀밥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국어사전에 보면 기생충은 ‘자기는 일을 하지 않고 남에게 기대어 사는 사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온 국민들이 걱정하고 여론이 들끓어 모든 중국산 김치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논란의 와중에도, 자본의 이윤을 추구하는 국회의 보수 정객들은 끊임없이 또 다른 중국산 식품 문제를 준비하고 있다. 농민들이 불을 지르고 국회로 진입하고 곳곳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주부들이 국산 김치 공장으로 견학을 다니는 해프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과업을 완수하는 정치가들을, 온순하고 귀여운 기생충 부류로 부를 수는 없다.

기생충만도 못한 뭐 그런 것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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