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2월] 싸우는 이들은 많다. 고로 함께 할 동지도 많다. – 노동자건강권쟁취 순회투쟁단 12일간의 기록

일터기사

[현장통신]

싸우는 이들은 많다. 고로 함께 할 동지도 많다.
– 노동자 건강권 쟁취 순회투쟁단 12일간의 기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 박지선

노숙농성 150여일, 45일간의 목숨을 건 단식농성, 1000여명에 달하는 전국 동지들의 동조단식.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집단정신질환 해결을 위한 투쟁은 근로복지공단이, 자본과 정권이 그 광적인 본색을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그렇게 곤고해졌다.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비닐 한 장으로 여름의 폭우와 겨울의 찬서리를 버텨내며 모두가 뼈저리게 느꼈다. 이 싸움은 결국 정권과 자본이 만들어놓은 강화된 노동강도와, 노조탄압과 고용불안으로 통제된 노동현장을 부숴내는 투쟁이 되어야 한다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노동자의 목을 옭죄는 신자유주의를 박살낼 전국 노동자 투쟁의 파고가 일어야 한다고.

11월 2일부터 13일까지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전국 순회투쟁단’은 약 9개 지역을 돌며 사업장선전전, 시민선전전,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 규탄집회, 장기투쟁 사업장 집회 및 지지방문 등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일하다 병든 노동자의 절규를 짓밟는 근로복지공단의 개악지침과, 요양종결과 휴업급여 축소 등을 핵심으로 한 경총과 정부의 산재보험 개악 시도 등을 폭로하고자 하였다. 850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투쟁도, 노조인정과 단협이행이라는 기본적인 노동자의 요구조차 묵살당하여 시작한 장투사업장의 투쟁도, 서민의 끝 보이지 않는 고단한 삶도 결국 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투쟁과 그 대상과 목적을 함께하는 것임도 확인해나가는 과정이었다.

노동자가 평생을 안고 갈 골병으로 신음하고, 일하던 바로 그 곳에서 차가운 시체가 되어 나가도 자본과 정권은 눈 앞의 이익에만 핏발을 세운다. 꼭 같은 사람이다. 더 이상 이렇게 인간이되 인간답지 못하게 살 수는 없다. 이 땅의 곳곳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현재의 전부를 걸고 버거워도 끈질기게 싸우는 사람은, 많다. 고로 함께 할 동지도 많다. 순회투쟁 가운데 만난 수많은 동지들과 함께 싸움의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 투쟁이 세상을 전복시키리라 믿는다.

<사진캡션>

사진1: 1일차. 순회투쟁단 발대식. 참가자들은 “방용석 퇴진 없이 산재보험 개혁 없다”는 플랑카드에 각자 한 마디씩 적으며 분노를 모아내고 투쟁의 결의를 다지다.

사진2: 2일차. 근로복지공단 경인본부 규탄집회. 공단은 동일한 일을 하는 동광기연의 노동자 5명에 대해 각기 다른 결과를 내놓고 ‘형제를 대하는 심정으로’라며 거짓말을 일삼고 노동자를 우롱하였다. 순회투쟁단은 공단의 약속파기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빠른 시일 내에 면담을 잡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사진3: 3일차. 기아자동차 광주지부 퇴근선전전. 광주공장 동지들과 간단한 간담회를 진행한 뒤, 조합원동지들의 퇴근을 기다려 선전전을 진행하다.

사진4: 4일차. 근로복지공단 노사공동워크샵 장소 선전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방용석은 주위 등산객의 시선을 의식하며 선전전을 진행하는 순회투쟁단을 피해 도망치듯 달아나다. 함께 온 공단 직원 일부는 이사장을 보위하며 순회투쟁단을 협박하였다.

사진5: 4일차. 성원샹떼힐C.C 지지방문. 04년 임단협 체결, 경기보조원 노동자성 인정, 일상적인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외롭지만 질긴 싸움을 하고 있는 동지들을 만나다.

사진6: 5일차. 충북도청 앞 선전전. 전국 어디를 가나 이목을 끌었던 패러디포스터 만장을 가지고 북적대는 청주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선전전을 하다.

사진7: 6일차. 근로복지공단 청주지사 규탄집회. 순회투쟁단은 공단 각 지사에 대한 지역의 일상적인 강제차원에서, 현안이 있거나 반노동자적 만행이 두드러지는 지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하고 지사장을 대오 앞으로 불러내 압박하였다.

사진8: 6일차.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지회 집회. 오랜 싸움을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서는 나는 빛을 느낄 수 있게 한 하이닉스 동지들과 함께 한 집회.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동지들은 한 치의 굽힘 없이 꿋꿋하게 이 지독스런 투쟁에 임하고 있었다.

사진9: 7일차. KCC지회 농성장 간담회. 조합원 190여명 정리해고 철회 투쟁 이후, 복귀대기자에 대한 감시․탄압과 용역깡패 동원에 맞서 14일째 단식 투쟁 중인 KCC 동지들을 만나다.

사진10: 8일차. 근로복지공단 창원지사 규탄집회. 지역 현안인 불승인 남발과 강제종결에 대한 항의를 위한 집회와 면담을 가지다. 창원지사 내부에는 민원인과 공단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가 수없이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11: 8일차. 두산중공업 약식집회. 당일 오전, 순회 투쟁 와중에 두산중공업의 사내하청노동자가 기계에 협착되어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듣다. 찾아간 두산중공업은 용역깡패에 의해 들어갈 수 없었지만 그 앞에서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는 약식집회와 퇴근 선전전을 진행하였다.

사진12: 8일차. GM대우 비정규직지회 방문. 10년이 넘게 일한 일터에서 한 순간에 쫓겨난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 현장을 찾아가다. 비록 용역깡패, 관리자, 경비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서 동지들을 가까이서 만나 이야기할 수는 없었지만, 맞잡은 손 하나만으로 서로의 신념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13: 9일차. 근로복지공단 부산본부 결의대회. 공단은 셔터를 아예 내려놓고 폭력경찰을 동원하여 찾아간 산재노동자를 내몰고 억지스런 연행을 자행하였다.

사진14: 9일차. 풍산 마이크로텍 약식집회. 주5일제 임의 시행과 임금동결, 사측의 교섭해태에 맞서 싸우고 있는 풍산 마이크로텍 동지들을 만나다. 전시체제를 방불케하는 바이케이트와 쇠사슬을 앞두고, 짧은 순간이나마 연대와 승리를 다짐하다.

사진15: 10일차. 대구지방노동청 집회 연대. 사용자의 불법행위 고발에 대한 노동청의 직무유기에 대해 항의하다. 노조파괴공작과 불법하도급에 맞선 현대금속 동지들, 임금체불과 위장폐업 문제로 투쟁 중인 국일여객 동지들과 함께 했다.

사진16: 11일차. 동원금속지회 출근선전전. 주5일제 시행 이후에도 장시간노동으로 고통받아야만 하는 현장의 현실로 고민하고 계신 동원금속 동지들과 함께, 안개 낀 새벽의 출근선전전을 하다.

사진17: 11일차. 노동자대회 전야제 선전전. 순회투쟁단이 상경하여 서울에서 농성장과 집회 일정을 사수하던 동지들과 만나다. 노동자대회 전야제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드는 동지들에게 발랄한 율동과 씩씩한 구호로 노동자 건강권을 이야기하다.

사진18: 12일차. 전국노동자대회 선전전. 오전의 금속노동자사전결의대회에서 종묘공원에 모인 시민들과 전국의 노동자에게 함께 투쟁하자는 선전전을 진행하다. 이후 노동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영정사진과 피켓, 패러디포스터를 들고 전국노동자대회 본대회 장소인 광화문까지 행진하여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사진19: 12일차. 순회투쟁단 해단식. ‘산재보험 개혁과 방용석 퇴진을 위한 금속노동자결의대회’에서 12일간의 짧은 순회투쟁의 과정과 의미를 보고하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장의 투쟁 요구와 더욱 견고해진 건강권 쟁취 투쟁의 결의를 확인하며, 이후의 보다 가열찬 실천과 투쟁을 조직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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